정부출연금으로 쓴 연구개발비는 세액공제에서 빠진다 — 공제 모수는 총 과제비가 아니라 자체부담금이다

정부 R&D 과제 협약금액이 8억원이고, 그중 6억원이 출연금, 2억원이 회사 자체부담금이라고 하자. 결산할 때 연구개발비 계정에는 8억원이 쌓여 있다. 그런데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명세서에 적을 수 있는 금액은 2억원이다. 나머지 6억원은 조문 단서 한 줄에서 이미 빠져 있다.

💡 한 줄 요약 — 조특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는 세액공제 대상 비용에서 출연금을 재원으로 지출한 금액을 제외한다. 기준선은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됐는가’가 아니라 ‘그 지출을 어느 돈으로 했는가’ 다. 그래서 결산 전에 출연금분과 자체부담금분을 갈라 놓지 않으면, 세액공제 모수를 사후에 만들어 낼 방법이 없다.


빠지는 것은 ‘지원사업’이 아니라 그 돈으로 지출한 금액이다

조특령 제9조 제1항은 세액공제 대상 비용을 별표 6으로 정하면서, 단서로 두 갈래를 제외한다. 1호는 “법 제10조의2제1항에 따른 연구개발출연금등을 지급받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금액”, 2호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으로부터 출연금 등의 자산을 지급받아 연구개발비 또는 인력개발비로 지출하는 금액”이다.

문장의 주어를 보면 구조가 보인다. 제외 대상은 ‘출연금을 받은 회사’가 아니라 ‘출연금을 지급받아 지출하는 금액’ 이다. 즉 제외는 회사 단위가 아니라 지출 단위로 걸린다. 정부 과제를 하나 수행했다고 그 해 R&D 비용 전부가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과제 안에서도 자체부담금으로 낸 지출은 그대로 남는다. 판정선은 오직 하나 — 그 지출의 재원이 출연금이었는가.

이 구조를 놓치면 앞의 예에서 공제 모수가 4배로 부풀려진다. 어떤 비용이 공제 대상인가를 아무리 정확히 따져도, 그 비용을 어느 돈으로 냈는지가 먼저 걸러진다.

총 과제비 8억원 중 출연금 6억원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모수에서 제외되고 자체부담금 2억원만 남는 것을 보여주는 분할 막대 도식
공제 모수는 지출액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한 지출액’이다.

그래서 남는 것은 자체부담금이고, 그 경계는 결산 전에만 그릴 수 있다

실무에서 이 조문이 무섭게 작동하는 지점은 세율이 아니라 시점이다. 연구개발비 계정 하나에 출연금분과 자체부담금분이 섞여 마감되면, 명세서를 쓰는 시점에 원천을 역추적해야 한다. 인건비는 특히 어렵다. 같은 연구원이 정부 과제와 자체 과제를 함께 수행하면, 그 사람의 인건비 중 얼마가 출연금으로 지급됐는지는 급여대장이 아니라 과제별 원가집계에만 남는다.

조특령 제9조 제12항은 신성장·원천기술이나 국가전략기술 공제를 받으려는 회사에 신성장·원천기술 / 국가전략기술 / 일반을 각각 별개의 회계로 구분경리하라고 요구한다. 재원별 구분은 그 조항이 직접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앞단에 서 있는 작업이다. 재원이 갈리지 않으면 어느 구분경리 칸에도 정확한 숫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과제 단위 원가집계는 관리회계의 취향이 아니라 세액공제의 전제 조건이다. 재원을 나누지 않은 회사는 공제를 못 받는 게 아니라,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을 증명하지 못한다.

한 가지 실무 경계를 덧붙인다. 정부 과제의 자체부담금은 보통 현금부담금과 현물부담금(기존 인력의 인건비 등)으로 나뉜다. 현물부담금은 회사가 원래 자기 돈으로 지급하던 비용을 과제에 투입한 것이다. 단서가 빼는 것은 “출연금 등의 자산을 지급받아” 지출하는 금액이므로, 현물부담금은 문언상 제외 대상이 아니다. 공제 여부는 다른 자체 연구비와 똑같이 별표 6의 요건으로 판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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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의2와 §10은 다른 문이다

출연금을 받으면 익금이다(정부지원금을 매출로 볼 것인가에서 다룬 그 지점이다). 조특법 제10조의2는 국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 목적으로 출연금 등의 자산을 받은 내국인이 이를 구분경리하면 해당 금액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한다(2026년 12월 31일까지 받은 분). 대신 그 돈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시점에 지출액만큼 익금에 산입하고(제2항 제1호), 목적 외로 쓰거나 사용 전에 폐업·해산하면 그 사유가 생긴 해에 익금에 산입한다(제3항).

여기까지가 §10의2다. 이 조문이 다루는 질문은 “받은 돈을 언제 익금에 넣는가” 이고, 효과는 과세 이연이다. §10이 다루는 질문은 “쓴 돈 중 얼마를 세금에서 빼는가” 이고, 효과는 세액의 영구적 감소다. 둘은 목적도 효과도 다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한 방향의 연결만 있다. 조특령 제9조 제1항 1호가 §10의2를 인용해 그 출연금으로 지출한 금액을 공제 모수에서 뺀다. 반대 방향, 즉 §10의2 과세특례를 적용하지 않으면 §10 공제가 살아나느냐는 별개 문제인데 — 2호가 재원 자체를 기준으로 다시 걸어 두었기 때문에 특례를 포기해도 결과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조특법 제10조의2 출연금 과세특례와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나란히 비교한 도식
하나를 받았다고 다른 하나가 따라오지 않는다.

경계가 흔들리는 자리 — 위탁·재수탁

재원 기준선은 명확하지만, 자금이 전문기관을 거쳐 흘러오는 구조에서는 판정이 단순하지 않다. 조세심판원 조심2011부2327(2011.11.17.)은 방산업체가 국책사업 개발주관기관과 맺은 협약에 따라 핵심구성품을 개발한 사건이다. 회사 부담분(20%)은 처음부터 공제를 적용했고, 다툰 것은 협약금액의 80%인 정부출연금 관련 지출액이었다. 처분청은 국가기관 등으로부터 수탁받은 연구개발용역을 수행하려고 지출한 인건비·재료비는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심판원은 방산물자 연구개발이 정부 위탁연구용역 형태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특수성과 함께, 개발주관기관이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같은 금액이 이중으로 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공제를 인정했다.

이 재결을 ‘출연금으로 쓴 돈도 공제된다’로 읽으면 안 된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업연도에 대한 판단이고, 심판원이 따진 ‘이중 공제’는 국고 지원과 세액공제의 중복이 아니라 같은 금액을 개발주관기관과 회사가 함께 공제받는 문제였다. 지금은 시행령 단서 2호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으로부터 출연금 등을 받아 지출한 금액을 문언으로 직접 제외한다. 그러니 이 결론을 지금의 TIPS·전문기관 경유 구조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가져올 것은 자금이 여러 기관을 거쳐 내려오는 구조에서는 계약 형식(위탁·재수탁)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


결산 전에 해야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과제별·재원별로 연구개발비 원가를 집계한다. 계정 단위가 아니라 과제 단위로 내려가야 하고, 인건비는 참여율 근거자료(연구노트·과제 참여율 확인서)와 함께 남긴다.

둘째, 자체부담금 중 현금부담분과 현물부담분을 구분해 둔다. 현물부담분은 출연금 재원이 아니어서 단서에 걸리지 않지만, 별표 6의 요건은 따로 갖춰야 한다. 갈라 두지 않으면 그 요건에 맞춰 볼 숫자부터 없다.

셋째, 판단이 서지 않으면 신고 전에 묻는다. 조특령 제9조 제17항은 과세표준 신고 전에 지출한 비용이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는지 등을 국세청장에게 미리 심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한다. 사후에 경정 통지를 받고 다투는 것보다 훨씬 싸다. 증거서류 작성·보관 의무(제13항)와 신고 시 명세서·증거서류 제출 의무(제14항)도 같은 조에 함께 있다.

정부 지원금은 손익계산서에 들어오는 순간 회계 처리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액공제 모수를 깎는 사건이다. 그 사실을 신고가 끝난 뒤에 알면, 남는 선택지는 수정신고와 경정청구뿐이다. 그리고 회사가 중소기업이 아니라면, 모수를 정확히 계산해 낸 뒤에도 최저한세가 공제를 다시 깎는 자리가 남아 있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법인세 최저한세에 걸리는 것은 중소기업이 아닌 법인뿐이다(조특법 제132조 제1항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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