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라운드를 막 끝낸 SaaS 스타트업이 정부 R&D 과제에 선정돼 출연금 5억 원이 통장에 꽂혔다고 하자. 회계 담당자가 묻는다. “이거 매출로 잡을까요, 아니면 어디에?” 그리고 1년 뒤 법인세 신고철, 세무대리인이 무심하게 한 줄을 던진다. “작년 그 지원금, 익금이라 세금 나옵니다.” 정부에서 준 돈에 왜 세금이 붙고, 매출로는 왜 못 잡는가.
💡 한 줄 요약 — 정부지원금은 세 곳에서 어긋난다. 회계에서는 대부분 매출이 아니라 자산 차감이나 영업외수익이고, 세법에서는 받은 사업연도의 익금이라 그대로 두면 그해에 과세되며, 상환·기술료 조건이 붙으면 수익이 아니라 부채다. 매출로 부풀리면 감사에서 걷어내고, 세무조정을 놓치면 받은 해에 법인세가 붙는다.
매출로 잡고 싶어도, 대부분 매출이 아니다
스타트업 손익계산서에서 정부지원금은 톱라인을 키우고 싶은 유혹의 자리다. IR 자료의 매출이 커 보이니까. 하지만 회계기준은 지원금을 성격별로 앉힐 자리를 정해뒀고, 그 자리는 대개 매출이 아니다.
세 갈래로 갈린다. 첫째, 연구장비·기계처럼 자산을 사는 데 쓴 지원금은 그 자산의 취득원가에서 빼거나(자산 차감) 이연수익으로 깔아두고, 자산의 내용연수에 걸쳐 감가상각을 줄이는 형태로 조금씩 인식한다. 둘째, 급여·수수료 같은 비용을 보전하는 지원금은 그 비용과 상계하거나 별도 수익으로 잡는데, 회사 영업과 직접 관련되지 않으면 매출이 아니라 영업외수익이다. 셋째, 성공 시 기술료를 내야 하거나 조건 미충족 시 반납해야 하는 출연금은 애초에 수익이 아니라 부채(선수수익·예수금 성격)로 잡아야 한다.
매출로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적이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이 매출 인식 예로 드는 건 공공성 있는 재화·용역을 계속 제공하게 하려고 주는 보조금처럼, 영업활동과 직접 대응하는 유형이다. 스타트업이 받는 창업·R&D 지원금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2022년 일반기업회계기준이 개정돼(2023년 개시 사업연도부터 적용, 2022년 조기적용 허용) 대응 비용이 있어도 별도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됐지만, 그건 ‘매출이냐 영업외수익이냐’의 문을 연 게 아니라 ‘비용 상계냐 수익 인식이냐’의 선택지를 늘린 것뿐이다. 지원금을 매출로 올리려면 감사인을 설득해야 하고, 대개 설득되지 않는다.
회계로 안 잡아도, 세법은 받은 순간 ‘익금’이다
여기서부터가 CFO가 놓치는 지점이다. 회계에서 지원금을 이연수익(부채)으로 깔아 손익에 안 태웠다고 해서 세금이 함께 미뤄지는 게 아니다. 세법은 국고보조금을 법인의 순자산을 늘린 익금으로 본다. 받은 사업연도의 과세소득에 그대로 들어간다.
이걸 막는 장치가 법인세법 제36조다. 받은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돈으로 사업용자산(사업용 유형·무형자산과 석유류, 개발비 포함)을 취득하거나 개량하면, 그 금액을 일시상각충당금(기계·건물 등 감가상각자산)이나 압축기장충당금(토지 등 비상각자산)으로 손금에 산입해 익금과 상쇄할 수 있다. 받은 해에 다 못 썼어도 다음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1년 안에 쓸 계획이면 미리 충당금을 잡을 수 있다.
함정은 이 손금산입이 ‘알아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산서에 비용으로 안 올렸어도 세무조정으로 챙기는 신고조정 사항이라, 세무대리인이 짚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고 받은 해에 과세된다(놓쳤으면 경정청구로 되찾는다). 그리고 이건 면제가 아니라 이연이다. 예를 들어 출연금 중 3억을 연구장비(내용연수 5년)에 썼다면, 충당금을 잡을 때 받은 해 과세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0이지만, 이후 5년간 매년 6천만 원씩 감가상각비와 상계되며 익금으로 돌아오고, 자산을 팔면 남은 잔액이 전부 그해 익금이 된다. 세금의 총액은 같고 시점만 뒤로 밀린다. 이 블로그에서 반복해 짚은 ‘회계 인식 시점 ≠ 세무 인식 시점’이 정부지원금에서 다시 나타난다.
연구개발 출연금에는 별도의 더 강한 특례가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의2는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연구개발 목적으로 받은 출연금을 구분경리하면 아예 익금에 넣지 않고, 나중에 그 돈을 연구개발비로 쓰거나 자산을 살 때에 맞춰 익금으로 인식하도록 허용한다. 자산 취득에만 걸리는 제36조보다 넓게, 비용성 R&D 지출까지 시점을 맞춰준다.
반대편이 던지는 첫 질문
투자 실사·외부감사·상장예비심사에서 정부지원금 비중이 큰 스타트업을 볼 때, 검토하는 쪽의 첫 질문은 셋으로 좁혀진다.
하나, 이 지원금을 매출로 잡았는가. 톱라인을 걷어내면 진짜 영업매출이 얼마인지가 드러난다. 지원금을 매출로 섞어둔 회사는 이 단계에서 매출이 줄고, 성장률 서사가 흔들린다. 둘, 상환·기술료 조건이 붙은 출연금을 부채가 아니라 수익으로 당겨 잡지 않았는가. 갚거나 낼 돈을 이익으로 인식했다면 순자산과 당기순이익이 부풀어 있다는 뜻이고, 실사는 그만큼을 차감한다. 셋, 국고보조금 익금과 제36조 충당금 세무조정은 제대로 했는가. 안 했다면 지난 사업연도의 법인세 추징 가능성이 우발부채로 남는다.
정리 순서는 정해져 있다. 먼저 지원금별 협약서에서 상환·기술료·성공조건을 확인해 부채와 수익을 가른다. 다음으로 자산 취득분과 비용 보전분을 나눠 회계상 자리(자산 차감·영업외수익·부채)를 정한다. 마지막으로 세무는 제36조 충당금이나 조특법 출연금 특례를 신고조정으로 챙기고, 지난해 것을 놓쳤으면 경정청구로 되돌린다.
정부지원금은 대부분 매출이 아니라 자산 차감이나 영업외수익이고, 세법에서는 받은 해의 익금이다. 매출로 부풀리면 감사에서 걷어내고, 제36조 충당금·출연금 특례를 신고조정으로 챙기지 않으면 받은 해에 세금이 붙는다.
정부지원금은 스타트업을 굴리는 연료지만, 재무제표에서는 ‘공돈’이 아니라 성격마다 앉을 자리가 정해진 항목이다. 자리를 잘못 앉히면 매출도, 이익도, 세금도 함께 어긋난다.
Pre-IPO 재무·세무, 함께 점검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외부 CFO·가치평가·세무 자문 — 성장 단계에 맞는 실무 답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