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쟁사나 팀을 인수할 때 흔히 이런 조건을 답니다. 지금 100억을 주고, 앞으로 2년간 목표 실적을 넘기면 60억을 더 준다. 실적에 자신 있는 상대를 붙잡는 합리적 구조인데, 정작 인수한 그 회사가 목표를 초과하기 시작하면 우리 연결 손익계산서에는 손실이 찍힙니다. 잘 산 회사가 잘나갈수록 우리 이익이 깎이는 셈인데, 계산 착오가 아니라 earn-out을 회계가 다루는 방식이 원래 그렇습니다.
💡 한 줄 요약 — 인수 대가를 피취득회사의 미래 실적에 연동하는 earn-out(조건부대가)은 취득일에 공정가치로 이전대가에 포함되고, 이후 자본이냐 부채냐에 따라 운명이 갈립니다. 현금으로 갚을 부채로 분류되면 매 결산 공정가치로 다시 재어 목표 달성 가능성이 오를수록 평가손실이 당기손익을 때립니다. 확정 수량의 자기주식으로 결제하는 자본이면 재측정이 없습니다. 인수한 회사가 잘될수록 손실이 커지는 이 역설은 결산이 아니라 인수계약 구조에서 결정됩니다.
earn-out은 취득일에 공정가치로 ‘이전대가’에 먼저 들어갑니다
earn-out은 인수 시점에 값을 확정하지 못한 대가를 피취득회사의 미래 실적에 걸어두는 약정입니다. 목표 매출·이익·마일스톤을 넘기면 웃돈을 더 준다는 조항이죠. K-IFRS 제1103호(사업결합)는 이를 ‘조건부대가’라 부릅니다. 밸류에이션 갭을 메우는 장치라 전략적 인수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핵심은 이 미래 지급액을 ‘나중에 주니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1103호는 취득일에 조건부대가의 공정가치 — 지급 확률과 예상 금액을 반영한 기대값 — 를 계산해 이전대가에 포함하도록 합니다(문단 39). 앞의 예에서 최대 60억이 걸린 earn-out의 공정가치를 30억으로 평가했다면, 현금 100억에 그 30억을 더한 130억이 이전대가이고, 이 130억이 매수가격배분(PPA)과 영업권 계산의 출발점이 됩니다. 인수가에서 식별가능 순자산과 무형자산을 뺀 잔여가 영업권이라는 얘기는 영업권·무형자산 배분(PPA)을 다룬 편에서 짚었는데, 그 인수가에 earn-out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 “실제로 얼마 줄지는 2년 뒤에 확정되니, 그때 가서 영업권을 고치면 되지 않나?” 아닙니다. 취득일에 이미 존재하던 사실을 나중에 더 정확히 알게 된 경우만 최대 1년의 ‘측정기간’ 안에서 영업권을 소급 조정합니다. 반면 취득일 이후에 벌어진 사건 — 자회사가 목표를 초과하기 시작한 것 — 때문에 생기는 변동은 영업권이 아니라 그해 당기손익으로 갑니다(문단 58). 이 한 줄이 다음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자본이냐 부채냐가 사후 운명을 가릅니다
같은 earn-out이라도 무엇으로 갚기로 했느냐에 따라 분류가 갈립니다(문단 40). 현금이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지급할 의무라면 금융부채입니다. 확정된 수량의 우리 회사 주식으로 결제하기로 했다면 자본입니다. ‘확정 수량’이 관문인데, RCPS 전환권이 자본으로 남으려면 확정 수량·확정 금액이어야 했던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분류가 갈리면 사후 처리가 정반대가 됩니다. 부채로 분류된 조건부대가는 매 결산 공정가치로 다시 재고, 그 변동액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합니다(제1109호). 자본으로 분류된 조건부대가는 재측정하지 않고, 최종 정산도 자본 안에서 끝냅니다. 손익계산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제 수단이 현금이면 실적이 움직일 때마다 손익이 흔들리고, 확정 수량의 주식이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earn-out의 변동성은 액수가 아니라 계약서의 결제 조항에서 태어납니다.
성과가 좋을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설, 그리고 상장심사
부채로 분류된 earn-out의 공정가치는 ‘앞으로 얼마를 줘야 하나’의 함수입니다. 피취득회사가 목표를 초과할 것이 유력해지면 지급할 금액의 기대값이 오르고, 부채도 그만큼 커집니다. 커진 부채만큼이 평가손실 — 당기손익 직행입니다.
앞의 예를 이어가면, 취득일에 30억으로 인식한 earn-out이 1년 뒤 목표 초과가 유력해지며 55억이 됐다고 합시다. 차액 25억이 그해 조건부대가 평가손실입니다. 자회사는 계획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굴러가는데 연결 손익계산서에는 25억 손실이 찍힙니다. 인수가 성공할수록 숫자가 나빠지는 구조죠. RCPS 전환권이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냈던 그 역설의 M&A판입니다. 거꾸로 목표 미달이 예상되면 부채가 줄어 평가이익이 잡힙니다 — 인수가 어긋나는데 이익이 나는 반대 역설도 성립합니다.
이 역설을 아는 상대는 숫자를 그대로 읽지 않습니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죠. 그래서 반대편 — 투자자, 인수 실사팀, 상장주관사 — 이 던지는 첫 질문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 earn-out은 자본입니까 부채입니까, 취득일 공정가치는 무슨 근거로 잡았고, 사후 변동을 영업권에 숨기지 않았습니까.” 분류를 자의로 정하거나 영업권 한 줄에 뭉쳐둔 숫자는 이 질문 앞에서 버티지 못합니다.
세무는 또 다른 축입니다. 회계에서 인식한 조건부대가 평가손익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가 항목이라 세무상 익금·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법인세법 제42조 제1항). 즉 그 25억 평가손실은 회계 이익만 깎을 뿐 세금은 한 푼도 줄여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급한 earn-out은 그 주식의 매입가액 일부로서 취득가액에 가산되는 것이 원칙인데(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 제1호), 그 추가 지급이 처음부터 이 거래의 조건부 대가였다는 사실은 계약서로 증명해야 합니다. 조세심판원은 계약서에 사후정산 조항이 없고 6년이 지나서야 정산한 특수관계인 간 추가 지급액을 주식 취득가액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조심2014서1649). earn-out 조항을 계약서 본문에 남겨두는 일은 회계뿐 아니라 세무에서도 값을 합니다.
정리하면 earn-out은 결산 실무가 아니라 인수계약의 문제입니다. 웃돈을 실적에 연동할지, 연동한다면 현금으로 갚을지 확정 수량의 주식으로 갚을지가 앞으로 몇 년간 손익의 출렁임을 정합니다. 텀시트를 받아 들었다면 서명 전에 하나만 확인하십시오. 이 earn-out을 무엇으로, 어떤 수량으로 갚기로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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