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검토 막바지에 재무팀이 이런 계산을 들고 오는 일이 있습니다. “타깃 회사에 이월결손금이 30억 남아 있습니다. 우리 법인세율로 6억쯤 아끼는 셈이니, 인수가에 반영해도 됩니다.”
숫자만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계산은 결손금이 회사에 붙어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세법은 반대로 봅니다. 결손금은 그 결손금을 만든 사업에 붙어 있습니다. 회사를 통째로 흡수해도, 그 사업이 다시 돈을 벌기 전까지는 결손금을 꺼내 쓸 자리가 없습니다.
💡 한 줄 요약 — 적격합병 요건을 다 갖추면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을 승계할 수 있지만(법인세법 §44의3②), 승계한 결손금은 승계받은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 범위에서만 공제됩니다(§45②). 인수한 회사의 결손금으로 우리 본업 이익의 세금을 지우는 일은 처음부터 막혀 있습니다. 그리고 합병 후 2년(고용유지는 3년) 안에 그 사업을 접거나 주주가 주식을 팔면, 이미 공제한 결손금 전액이 그해 익금으로 돌아옵니다(§44의3③).
📋 목차
세금 없이 합치는 문 — 적격합병 요건
합병은 원칙적으로 매각입니다. 피합병법인이 자산을 합병법인에 양도한 것으로 보고, 양도가액에서 순자산 장부가액을 뺀 양도손익에 법인세가 붙습니다(§44①). 이 문을 통과하는 조건이 적격합병입니다(§44②). 요건은 네 가지이고, 넷 다 동시에 성립해야 합니다.
- 사업기간: 합병등기일 현재 1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 간 합병일 것
- 지분 연속성: 합병대가 총액 중 합병법인(또는 그 완전모회사) 주식이 80% 이상이고, 그 주식이 정해진 방식대로 배정되며, 피합병법인의 지배주주등이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
- 사업의 계속: 합병법인이 같은 날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할 것
- 고용 승계: 합병등기일 1개월 전 피합병법인 근로자의 80% 이상을 승계하고,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비율을 유지할 것
스타트업 M&A가 자주 걸리는 자리는 지분 연속성입니다. 창업자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구조(현금 대가 20% 초과)면 그 순간 비적격입니다. 또 합병법인이 합병 전 2년 이내에 사들여 둔 피합병법인 주식(합병포합주식)은 일정 범위를 넘으면 금전을 교부한 것으로 간주되어 80% 계산을 깎아먹습니다(시행령 §80의2③). 지분을 먼저 사두고 나중에 흡수합병하는 2단계 딜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조항입니다.
요건을 갖추면 양도손익이 없는 것으로 하고, 합병법인은 자산을 장부가액으로 넘겨받으며(§44의3①),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과 감면·세액공제까지 승계합니다(§44의3②). 여기까지가 대부분의 글이 다루는 범위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승계해도 쓰지 못하는 이유 — 결손금은 그 사업에 붙어 있습니다
승계한 결손금은 합병법인의 소득 아무 데나 갖다 붙이지 못합니다.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의 범위에서만 공제합니다(§45②).
결손금 승계는 ‘지금 세금을 줄이는 카드’가 아니라, ‘그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면 그때 쓰는 옵션’입니다. 그리고 결손금이 쌓였다는 건, 그 사업이 아직 돈을 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칸막이는 양방향입니다. 합병법인이 원래 갖고 있던 결손금도 승계받은 사업에서 난 소득에서는 공제할 수 없습니다(§45①). 흑자 사업을 인수한 적자 회사도, 적자 사업을 인수한 흑자 회사도, 각자의 결손금은 각자의 소득 안에 갇힙니다.
공제 한도도 바구니별로 따로 셉니다(§45⑤). 승계결손금은 승계사업 소득의 80%(중소기업은 100%)까지, 합병법인 자기 결손금은 전체 소득에서 승계사업 소득을 뺀 금액의 80%(중소기업 100%)까지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합병법인 A(중소기업, 12월 결산)의 연 소득이 20억, 인수한 B의 이월결손금이 30억이라고 하겠습니다. 구분경리를 해보니 B에서 승계받은 사업의 그해 소득이 3억이라면, 공제되는 결손금은 30억이 아니라 3억입니다. 과세표준은 17억으로 남고 법인세는 3.2억쯤 나옵니다. “6억 절세”를 인수가에 얹었다면, 그 6억은 첫해에 거의 실현되지 않습니다.
구분경리 면제는 자유가 아닙니다
여기서 실무자가 안심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소기업 간 합병이거나 동일사업을 하는 법인 간 합병이면 구분경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113③ 단서). 장부를 둘로 나눠 관리하는 부담이 사라지니, 승계사업 소득이라는 칸막이도 흐려질 것 같습니다.
정반대입니다. 구분경리를 하지 않으면 승계사업 소득을 사업용 자산가액 비율로 안분합니다(§45① 괄호, 시행령 §81①). 장부를 나누지 않아도 세법은 비율로 갈라놓습니다.
그리고 이 비율의 분자에는 매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계속 보유·사용하는 승계자산만 들어갑니다(시행령 §81①). 인수한 회사의 서버를 반납하고, 개발비로 자본화해둔 무형자산을 손상 처리하고, 사무실 보증금을 회수하면 — 그때마다 결손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듭니다. 승계자산을 정리하는 일과 승계결손금을 지키는 일은 같은 저울의 양쪽입니다.
승계 대상 결손금의 범위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합병등기일 현재 피합병법인의 §13①1호 결손금, 즉 각 사업연도 개시일 전 15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것만 넘어옵니다. 그리고 시계는 합병으로 멈추지 않고 매년 1년씩 계속 흐릅니다(시행령 §81②). 오래 적자를 낸 회사일수록 “결손금 30억”의 상당 부분이 이미 소멸했거나 곧 소멸합니다. 실사에서 결손금을 볼 때는 총액이 아니라 발생 사업연도별 잔여 기간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구조는 최근 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대법원 2025두35623(2026.4.16. 선고)은 “적격합병의 경우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은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의 소득금액 범위에서 공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24누71161(2025.10.24.)은 승계한 이월결손금에 공제한도 비율까지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2년(고용은 3년) 안에 무너지면, 공제한 것까지 돌아옵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틀리게 알려진 자리입니다. 흔히 “적격합병은 3년 사후관리”라고 말하지만, 조문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후관리 기간은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다음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2년입니다. 고용유지 요건(근로자 수 80% 미만 하락)만 3년입니다(시행령 §80의4③).
12월 결산 법인이 2026년 6월 1일에 합병등기를 했다면 이렇게 갈립니다.
- 2026년 12월 31일까지: 적격합병 요건 판정 구간(§44②). 이 안에서 사업을 접거나 지배주주가 주식을 팔면 사후관리 위반이 아니라 애초에 적격이 아니었던 것이 됩니다.
- 2027년 1월 1일 ~ 2028년 12월 31일: 사후관리 2년. 사업폐지·주식처분이 대상.
- 2029년 12월 31일까지: 고용유지만 1년 더.
무너지면 취소가 아니라 한 해에 몰아서 과세됩니다. 그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① 이미 공제한 승계결손금 전액을 익금에 산입하고 ② 자산조정계정 잔액 총합계액을 익금에 산입하며 ③ 승계받아 공제한 감면·세액공제 상당액을 그해 법인세에 가산해 납부합니다(§44의3③, 시행령 §80의4④⑥). 2년에 걸쳐 8억을 공제했다면 그 8억이 위반 연도 하나에 얹힙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인수에서 가장 위험한 조항은 사업폐지의 판정 기준입니다. 승계받은 자산가액의 2분의 1 이상을 처분하거나 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폐지한 것으로 봅니다(시행령 §80의4⑧). 여기서 자산가액은 유형자산·무형자산·투자자산을 말합니다(시행령 §80의2⑦).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쪽이라면 이 문장을 두 번 읽어야 합니다. 피인수 스타트업은 유형자산이 거의 없습니다. 승계자산의 대부분이 자본화된 개발비 같은 무형자산과 투자자산입니다. 모수 자체가 작습니다. 인수한 팀을 우리 조직에 흡수하고, 인수한 서비스를 종료하고, 그 제품의 개발비 자산을 손상 처리하는 — 실리콘밸리식 acqui-hire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 경로가, 세법에서는 승계자산 절반 이상의 미사용, 즉 승계받은 사업의 폐지로 읽힙니다. 결손금을 노리고 적격합병을 택했다면 그 결손금이 통째로 되돌아옵니다.
반대편은 무엇부터 묻나
인수자·투자자·상장주관사가 결손금 있는 타깃을 볼 때 던지는 질문은 “결손금이 얼마냐”가 아닙니다.
- 그 결손금이 붙어 있는 사업이 앞으로 흑자를 냅니까? 접을 계획이라면 결손금의 가치는 0에 가깝습니다.
- 발생 사업연도가 언제입니까? 15년이 지난 결손금은 넘어오지 않고, 시계는 합병 후에도 계속 흐릅니다.
- 인수 후 통합(PMI) 계획이 사후관리와 충돌합니까? 조직 통합·서비스 정리·인력 조정은 대부분 사업폐지·고용요건과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 인수가에 절세효과를 얼마나 반영했습니까? 반영했는데 위 셋을 못 넘기면, 그 차액은 인수자가 이미 지불한 프리미엄입니다.
결손금은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인수 후 그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달린 조건부 자산입니다. 통합 계획을 먼저 짜고 세무 구조를 그 위에 얹어야지, 결손금 승계를 먼저 정해놓고 통합 계획을 세우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깨집니다.
이월결손금 자체의 성격과 15년·80%(중소 100%) 한도는 앞선 글 「적자는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흑자전환 첫해 세금을 막는 자산입니다」(2026-06-29)에서 다뤘고, 인수 대가를 영업권과 무형자산으로 배분하는 회계 쪽 대칭편은 「인수하고 웃돈을 전부 영업권으로 두면 매년 손상검사가 따라붙습니다」(2026-07-21)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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