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100억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뒤 계약서 초안에서 한 줄이 바뀐다. ‘주식 100%’가 ‘사업 일체’로. 세무 자문이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 그래야 영업권 40억이 인수사 장부에 남고 5년에 걸쳐 손금으로 빠진다. 그런데 이 한 줄에 매도자 쪽이 답을 미룬다. 그쪽 계산으로는 세후에 손에 쥐는 돈이 22억 줄기 때문이다.
💡 한 줄 요약 — 인수 구조를 주식양수도로 할지 영업양수도로 할지는 세금을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누가 낼지 옮기는 선택입니다. 사업을 사면 세무상 영업권이 생겨 5년간 상각되지만, 그 대가로 매도자는 법인세와 배당·청산 과세를 두 번 맞습니다. 인수자가 얻는 절세보다 매도자가 더 내는 세금이 크면, 그 구조는 결국 가격으로 되돌아옵니다.
📋 목차
인수자가 실제로 사는 것 — 주식이냐, 자산과 계약이냐
주식양수도는 법인이라는 상자를 통째로 넘겨받는다. 법인격이 그대로 유지되니 계약·인허가·직원·거래처가 자동으로 따라온다. 대신 그 상자 안의 과거도 같이 온다. 인수사 별도재무제표에 남는 건 ‘종속기업투자주식 100억’ 한 줄이고, 타깃 법인 안의 자산은 장부가액 그대로다. 시가로 다시 재지 않는다.
영업양수도(사업양수도)는 반대다. 법인은 매도자에게 남고, 그 안의 자산·부채·계약을 옮긴다. 인수사는 개별 자산을 시가로 취득하고, 계약과 인허가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 상대방 동의를 받거나 새로 취득해야 한다. 고객계약이 수천 건인 SaaS나 플랫폼에서 영업양수도가 서류상 가능해도 실무상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대비다. 세금은 그다음에서 갈린다.
세무상 영업권은 사업을 사야 생기고, 5년에 걸쳐 손금이 됩니다
법인세법은 영업권을 감가상각 대상 무형자산으로 둔다(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가목). 그 범위를 정한 건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제1호다 — “사업의 양도·양수과정에서 양도·양수자산과는 별도로 양도사업에 관한 허가·인가 등 법률상의 지위, 사업상 편리한 지리적 여건, 영업상의 비법, 신용·명성·거래처 등 영업상의 이점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
조건이 둘 박혀 있다. 사업의 양도·양수 과정일 것, 그리고 별도 평가로 유상 취득한 금액일 것. 상각방법은 정액법이고(시행령 제26조 제1항 제1호), 내용연수는 5년이다(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시행규칙 제15조 제2항 및 별표 3).
주식을 사면 두 조건이 다 안 선다. 산 것은 사업이 아니라 주식이고, 별도재무제표에 남는 건 투자주식이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매수가격배분(PPA)을 거쳐 영업권이 생기지만, 그건 회계 숫자일 뿐 손금이 아니다. 인수 웃돈을 영업권과 무형자산으로 어떻게 쪼개는지를 다룬 PPA 편이 회계 축이었다면, 이 글은 그 웃돈이 세무에서 손금으로 살아남느냐는 다른 축이다. 합병·분할로 계상한 영업권도 감가상각자산에서 명시적으로 빠진다(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가목 괄호) — 적격합병으로 이월결손금을 승계하는 편에서 봤듯 합병은 승계의 논리로 움직이지, 자산을 새로 사는 논리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자. 인수대금 100억, 식별가능 순자산 공정가치 60억, 나머지 40억이 영업권이라 하자. 영업양수도면 40억을 5년으로 나눠 매년 8억이 손금이 된다. 과세표준 2억 초과 200억 이하 구간의 법인세 20%에 법인지방소득세 2%를 더하면 5년 누적 8.8억이 줄어든다(법인세법 제55조 제1항, 2025.12.23 개정분으로 2026.1.1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 — 12월 결산 법인이면 상각 5개년 전 구간에 이 세율이 걸린다). 주식양수도면 0원이다. 여기에 유형자산도 시가로 다시 잡히니 감가상각 베이스가 커지는 효과가 얹힌다.
한 가지 함정. 영업권 40억은 매매대금에서 순자산을 뺀 잔액을 밀어 넣는 숫자가 아니다. 조문에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가 박혀 있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라면 이 금액은 곧바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표적이 된다. 실제로 사업부문을 감정평가액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그 감정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액 — 초과이익을 영업권 지속연수 5년으로 환산하는 방식(상증세법 시행령 제59조 제2항) — 을 시가로 보아 차액을 익금산입한 예가 있다. 조세심판원은 초과영업이익과 지속기간 추정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일부 경정했지만(조심 2023서10027, 2024.11.19), 세무조사 착수부터 결정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은 시가가 불분명할 때 ① 감정평가액 ② 상증세법 준용 평가액을 차례로 적용하라고 정한다. 감정평가가 1순위이긴 하나, 그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 2순위로 내려앉는다.
세무상 영업권 40억은 매매대금에서 순자산을 뺀 잔액이 아니라, 별도 평가로 방어해야 하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주식을 사면 이 40억은 애초에 생기지 않습니다.
매도자 쪽 계산이 구조를 되돌립니다
인수자가 8.8억을 얻는 동안 매도자는 무엇을 잃는가. 여기를 계산하지 않으면 구조 논의는 반쪽이다.
주식양도부터.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을 개인 대주주가 판다고 하자. 취득가액 5억, 양도가 100억이면 차익 95억이다. 대주주 세율은 과세표준 3억 이하 20%·초과 25%이고(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제11호 가목), 지방소득세 10%가 얹힌다. 약 26억을 내고 74억이 곧바로 주주 손에 들어온다.
영업양도는 파는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다. 세무상 순자산 장부가액이 40억이라면 양도차익 60억에 법인세와 법인지방소득세가 붙어 약 13억. 법인에 87억이 남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현금을 주주 개인이 가져가려면 배당하거나 법인을 청산해야 하고, 그 순간 배당소득 또는 의제배당으로 종합과세된다. 주식 취득가액 5억을 회수분으로 빼면 과세 대상은 82억이다.
여기서 배당세액공제를 빼놓으면 계산이 과장된다. 소득세법은 배당소득을 총수입금액에 11%를 더해 잡은 뒤 그 11%를 산출세액에서 다시 빼주고(제17조 제3항, 제56조), 청산으로 인한 의제배당도 이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개인지방소득세에는 이 공제가 없다(지방세법 제94조). 다른 종합소득이 없다고 보면 소득세 약 31억에 개인지방소득세 약 4억, 합쳐서 약 35억이 다시 떨어져 나간다. 주주 손에 남는 건 52억이다.
같은 100억인데 74억과 52억. 22억 차이다. 인수자가 영업양수도로 얻는 절세는 8.8억이었다. 매도자가 이 22억을 이유 없이 부담할 리 없으니 협상은 둘 중 하나로 간다 — 인수자가 가격을 올려주거나, 구조가 주식양수도로 돌아가거나. 스타트업 M&A가 대부분 주식양수도로 끝나는 건 세제가 그쪽을 우대해서가 아니라, 매도자 쪽 손실이 인수자 쪽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럼 영업양수도가 말이 되는 국면은 언제인가. 저 22억이 작아지는 조건이 서면 된다. 셋 중 하나다. 첫째, 매도 법인에 이월결손금이 쌓여 양도차익이 상쇄되는 경우 — 1단(법인세 약 13억)이 사라진다. 둘째, 매도자가 그 법인을 계속 쓸 계획이라 현금을 개인으로 뺄 이유가 없는 경우 — 2단(배당·청산 과세)이 미뤄진다. 그룹 안에서 사업부문만 옮기는 거래가 여기 해당한다. 셋째, 사업의 일부만 사는 경우 — 애초에 주식양수도라는 선택지가 없다. 이 셋 중 하나도 서지 않는데 영업양수도를 밀어붙이는 건, 8.8억을 얻으려고 22억을 얹는 거래다.
가격표에 안 적히는 세 줄 — 부가세·취득세·우발부채
부가세. 사업양도가 사업장별로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시키는 것이면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9항 제2호, 시행령 제23조). 미수금·미지급금·해당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토지·건물은 빼고 넘겨도 포괄로 인정되지만, 핵심 자산을 골라 담기 시작하면 포괄이 깨진다. 깨지면 과세대상 자산 대가에 10%가 붙는다. 인수자는 매입세액으로 환급받지만 그사이 몇 달간 자금이 묶인다. 안전장치가 조문에 있다 — 부가가치세법 제52조 제4항은 “사업의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해 양수자가 대가 지급 시 부가세를 징수하고 다음 달 25일까지 대리납부할 수 있게 한다. 포괄 여부가 애매하면 대리납부로 넘겨 매입세액 공제를 확보하는 게 실무 정석이다.
취득세. 부동산이 끼면 방향이 뒤집힌다. 영업양수도로 부동산이 이전되면 유상승계 취득세 4%(농지 외, 지방세법 제11조 제1항 제7호 나목)에 지방교육세 0.4%(지방세법 제151조 제1항 제1호)와 농어촌특별세 0.2%(농어촌특별세법 제5조 제1항 제6호)가 얹혀 실효 4.6%가 된다. 취득가액 20억짜리 건물이면 9,200만원이다. 주식양수도에서는 부동산이 움직이지 않지만, 특수관계인과 합해 지분 50%를 넘기면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2%가 따라온다(과점주주 간주취득세를 다룬 편에서 트리거 요건과 과세표준을 짚었다). 여기에도 농어촌특별세 0.2%는 붙지만 지방교육세는 붙지 않고(지방세법 제151조 제1항 제1호 괄호), 무엇보다 과세표준이 시가가 아니라 법인 결산서상 장부가액이다(지방세법 제10조의6 제4항). 장부가도 20억이라면 4,400만원에 그친다. 부동산을 들고 있는 회사일수록 주식양수도가 이전비용에서 유리해진다.
우발부채. 주식양수도는 타깃 법인의 과거 세무·소송 리스크를 그대로 안는다. 영업양수도는 상자를 두고 오니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 여기까지가 흔한 설명이고, 곧바로 “국세기본법 제41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가 있으니 안심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는다. 이 경고는 2019년 이후 대부분 과잉이다.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가 2019년 2월 12일 개정으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양수인을 ① 양도인과 특수관계인인 자 ② 양도인의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사업을 양수한 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순수한 제3자 간 거래에서 영업양수도를 택했다면 제41조는 원칙적으로 걸리지 않는다. 반대로 그룹 내 사업부문 이전처럼 특수관계가 있으면 그대로 걸린다 — 그리고 앞서 본 영업권 평가 다툼도 똑같이 특수관계 거래에서 터진다. 특수관계 여부 하나가 세 축(영업권 평가, 제2차 납세의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을 동시에 켠다.
구조 선택은 세금을 만들지도 없애지도 않는다. 옮길 뿐이다. 인수자 쪽 손익계산서만 놓고 “영업권이 상각되니 사업양수도”라고 결론을 내면, 그 결론은 협상 테이블 반대편에서 가격표가 되어 돌아온다. 실사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할 건 하나다 — 이 구조에서 매도자가 세후로 얼마를 받는가. 그 숫자를 모르고 구조를 먼저 정하면, 8.8억을 아끼려다 22억을 더 얹은 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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