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판매법인을 세웠습니다. 제품은 여전히 한국 개발팀이 만들고, 경리·인사·전산도 본사가 봐줍니다. 자회사에는 인건비와 서버비를 원가 그대로 넘겼습니다. 마진은 붙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우리 돈이 우리 그룹 안에서 도는 거니까요.
1년 뒤 세무서는 이렇게 봅니다. 그 지원을 남의 회사에 해줬다면 마진을 받았을 것이다. 안 받은 마진만큼 한국에서 신고할 소득이 줄었다.
💡 한 줄 요약 — 해외 자회사에 원가로 청구한 용역대가는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여 마진분이 익금에 산입됩니다(국조법 §7①). 다만 이전가격에서 실제 싸움은 마진율이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그 가격을 어떤 방법으로 정했고 그 과정을 문서로 남겼느냐입니다. 문서화는 본세를 막지 못하지만 과소신고가산세를 막습니다(§17①3호). 그리고 적자 회사가 이 주제에서 처음 받아드는 청구서는 법인세가 아니라 자료 미제출 과태료입니다.
투자 실사나 상장 심사에서 해외 자회사가 있는 회사에 먼저 오는 질문은 “자회사 매출이 얼마냐”가 아닙니다. “자회사와의 거래 가격을 무슨 근거로 정했고, 그 문서가 지금 있느냐”입니다. 이 질문에 “원가로 넘겼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반대편은 과거 사업연도 전부를 우발부채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자회사인데, 왜 마진을 붙이라고 하나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직접·간접으로 소유하면 그 자회사는 국조법상 국외특수관계인입니다(국조법 §2①3호 가목·4호). 지분 100% 자회사는 정의상 예외 없이 여기 들어갑니다.
그리고 §7①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간 국제거래의 거래가격이 정상가격보다 낮거나 높은 경우, 과세당국은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경정할 수 있다. 조문에 ‘조세회피 목적’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의도를 따지지 않고 가격이 어긋났는지만 봅니다.
CFO들이 가장 자주 걸려 넘어지는 지점은 이겁니다. 한국 세법에 ‘그룹 전체 손익’이라는 시야가 없습니다.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는 각자 자기 나라에 세금을 내는 별개 납세자이고, 두 회사 사이의 가격은 곧 두 나라 사이의 과세권 배분입니다. 그룹 연결로 보면 상계되는 5,000만 원이,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는 그냥 사라진 한국 소득입니다.
익금에 산입되고 끝도 아닙니다. 익금산입된 이전소득금액이 자회사로부터 반환된 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소득처분이 따라붙는데(§13①), 방향에 따라 착지점이 갈립니다. 상대가 우리가 출자한 법인이면 ‘출자의 증가’로 조정되지만(시행령 §23①1호), 상대가 우리 회사의 주주, 즉 해외 모회사면 그에게 귀속되는 배당으로 처분됩니다(§23①2호). 자회사 지원은 출자금 증가로 흡수되는 반면, 외국계 모회사가 국내 법인에 경영자문료를 과다 청구했다가 부인당하는 구조에서는 배당 처분 → 원천징수로 한 번 더 갑니다. 해외로 나가는 돈에 원천징수 의무자가 지급하는 우리 회사라는 점은 지난 글 ‘해외 벤더에 그냥 송금하면, 안 뗀 세금은 우리 회사가 냅니다’에서 다뤘습니다.
적자 스타트업 CFO가 여기서 안심합니다. “우리는 어차피 결손이라 익금 좀 늘어도 세금은 0인데요.” 절반만 맞습니다. 익금산입은 그해 세금을 만들지 못해도 이월결손금을 그만큼 깎습니다. 결손금은 흑자전환 첫해 세금을 막아주는 자산이고, 그 자산이 조용히 줄어든 겁니다. 청구서는 사라진 게 아니라 흑자전환하는 해로 미뤄집니다.
정상가격은 ‘얼마’가 아니라 ‘어떻게 정했나’
정상가격 산출방법은 여섯 가지가 법에 열거돼 있고(§8①: 비교가능 제3자 가격방법·재판매가격방법·원가가산방법·거래순이익률방법·이익분할방법·그 밖의 합리적 방법), 용역거래는 보통 원가가산방법이나 거래순이익률방법으로 갑니다(시행령 §12①).
원가가산방법이라고 하면 “원가에 몇 % 얹으면 되나”부터 묻습니다. 조문은 그 앞 단계를 먼저 정해둡니다.
- 원가의 범위: 그 용역 제공을 위해 직접·간접으로 발생한 비용 전부를 포함해야 합니다(시행령 §12①1호). 개발자 급여만 넘기고 4대보험·임차료·감가상각 배부액을 뺀 ‘원가’는 이미 원가가 아닙니다.
- 재청구분(pass-through): 제3자에게 대행시키고 대금을 대신 낸 뒤 재청구하는 부분에는, 원칙적으로 자기가 직접 수행한 활동의 원가에만 마진을 붙입니다(§12①2호). 자회사 몫 AWS 요금을 대납했다가 총액에 5%를 얹으면 이번엔 반대로 과다 청구입니다.
그리고 많이들 기대하는 5% 안전대가 있습니다. ‘저부가가치용역거래’는 원가에 5%를 가산한 금액을 정상가격으로 인정합니다(시행령 §12②). 비교대상 분석 없이 통과되는 문이라 실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문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넘기는 기능에 대해 닫혀 있다는 겁니다.
§12②1호 가목이 연구개발을, 다목이 원재료 구입·제조·판매·마케팅 및 홍보를 명시적으로 배제합니다. 한국 개발팀이 자회사 제품을 만들어주는 것, 본사 마케팅팀이 자회사 캠페인을 돌려주는 것 — 스타트업이 실제로 넘기는 거래의 대부분이 안전대 밖입니다. 여기에 2호가 ‘독특하고 가치 있는 무형자산의 사용 또는 창출’이 없을 것을 요구하니, 핵심 기술이 얹힌 지원은 이중으로 걸립니다. 안전대에 남는 건 경리·인사·법무·전산 같은 순수 지원 기능입니다.
총량 한도도 있습니다. 저부가가치용역거래의 원가+5% 합계가 매출액의 5%와 영업비용의 15% 중 작은 금액을 넘으면 안전대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시행령 §12③, 시행규칙 §4). 매출 100억·영업비용 120억인 회사라면 min(5억, 18억) = 5억입니다.
마진율 이전에 손금 자체가 걸리는 관문도 있습니다. 시행령 §12⑦은 용역거래 비용을 손금에 산입하려면 네 가지를 모두 갖추라고 합니다. ① 사전에 약정을 체결하고 그 약정대로 실제 제공할 것 ② 제공받는 자가 추가 수익 또는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 ③ 같은 용역을 다른 특수관계인이 자체 수행하거나 제3자가 이미 제공하고 있지 않을 것 ④ ①·②를 증명하는 문서를 보관·비치할 것. 하나라도 빠지면 그 비용은 전액 손금이 아닙니다. 마진율 2%를 다투는 것과 비용 전액이 날아가는 것은 다른 층위의 사건입니다.
이전가격 문서화는 본세를 막지 못합니다. 막는 건 가산세입니다. 그리고 그 문서는 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 조문이 요구하는 건 ‘신고할 때 작성한 서류’입니다.
여기가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17①3호: 납세자가 법인세 신고 시 적용한 정상가격 산출방법에 관한 증명자료를 보관·비치하거나 개별기업보고서를 기한까지 제출하고, 합리적 판단에 따라 그 방법을 선택·적용한 것으로 인정되면 과세당국은 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조정은 들어와도 가산세는 면제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증명자료’의 범위는 시행령 §39②가 지정하는데, 특히 §39②3호 다목이 결정적입니다 — 대안으로 적용될 수 있었던 산출방법과, 그 대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 이전가격 문서화가 “우리는 원가가산 5%를 씁니다” 한 줄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섯 개 방법을 놓고 왜 다섯 개를 버렸는지 쓴 문서가 실체입니다. ‘합리적 판단’을 했는지는 §39③이 따로 봅니다 — 수집한 비교대상 수치가 대표성 있는 자료인지, 반드시 들어갔어야 할 비교대상이 빠져서 납세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과세당국이 이 자료를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내야 합니다(§39②). 30일 안에 만들 수 있는 문서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이 실제로 걸리는 문턱은 통합기업보고서가 아닙니다
해외 자회사가 생기면 국제조세 서류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자회사에 파는 SaaS·용역의 부가세 영세율 증빙(‘해외 고객에게 파는 SaaS라고 부가세가 0%는 아닙니다’)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주제를 검색하면 통합기업보고서(Master File)·개별기업보고서(Local File)·국가별보고서(CbCR)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 이건 남의 얘기입니다.
통합·개별기업보고서 제출의무는 해당 과세연도 매출액 1,000억 원 초과이면서 국외특수관계인과의 거래규모 합계 500억 원 초과, 두 요건을 모두 갖춘 납세의무자에게만 붙습니다(§16①1호, 시행령 §34①). 국가별보고서는 그보다 위입니다. 시리즈B 회사가 미국 자회사 하나 세운 상황은 이 문턱 근처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걸리는 건 아래층입니다.
국제거래명세서는 국외특수관계인과 국제거래를 한 납세의무자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내는 서류입니다(§16②1호). 면제되려면 그 사업연도 국제거래 유형별 합계가 재화 5억 원 이하, 용역 1억 원 이하, 무형자산 1억 원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시행령 §36 1호). 개발자 몇 명의 인건비 원가만 넘겨도 용역 1억은 쉽게 넘습니다. 자회사를 세운 첫해부터 제출 대상인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미제출·거짓 제출의 과태료는 국외특수관계인별 500만 원입니다(§87①1호, 시행령 §144②2호). 법 조문의 ‘1억원 이하’는 상한이고 명세서의 실제 부과기준은 500만 원입니다. 흑자든 적자든, 세금이 0이든 상관없이 부과됩니다. 적자 스타트업이 이전가격에서 처음 받아드는 청구서가 법인세가 아니라 과태료인 이유가 이겁니다. 참고로 §87①이 이전가격 자료 중 이름을 부르는 서류는 통합·개별·국가별보고서와 국제거래명세서, 그리고 과세당국이 §16④로 요구한 자료입니다. 요약손익계산서와 정상가격 산출방법 신고서는 이 열거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 사업연도 것을 놓쳤다면 실행 가능한 출구가 하나 있습니다. 기한 후 제출은 감경됩니다 — 제출기한 후 1개월 이내면 90%, 1개월 초과 6개월 이내면 70%, 6개월 초과 1년 이내면 50%, 1년 초과 2년 이내면 30%를 깎습니다(시행령 §144⑥2호). 500만 원이 기한 후 1개월 내 제출이면 50만 원이 됩니다. 2년이 지나면 이 감경은 없습니다. 단, 과세당국의 과태료 부과를 미리 알고 낸 경우는 제외입니다(§144⑥ 단서). 통지를 받고 움직이면 감경은 없습니다.
그리고 자료를 안 내는 것의 진짜 값은 과태료가 아닙니다. §16⑦은 통합·개별기업보고서 제출의무자나 §16④로 정상가격 산출 관련 자료를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내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유사한 사업을 하는 사업자로부터 입수한 자료로 정상가격을 추정해 과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 회사 숫자가 아니라 남의 회사 숫자로 우리 세금이 매겨집니다. §16⑥은 한술 더 뜹니다 — 요구받은 자료를 기한 내에 안 내고 나중에 불복이나 상호합의에서 꺼내면, 과세당국은 그 자료를 과세 자료로 이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늦게 낸 증거는 증거로 안 쳐준다는 뜻입니다.
해외 자회사 이전가격은 결국 세율 문제가 아니라 시점 문제입니다. 가격을 정한 그 시점에 근거를 남겼는지로 끝납니다. 자회사 설립 등기보다 먼저 있어야 하는 건 그 자회사와 무엇을 어떤 가격에 주고받을지 적은 용역계약서 한 장입니다. 실사에서 반대편이 꺼내달라고 하는 것도 정확히 그 한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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