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를 하나 세우고 회계 담당에게 물으면 대체로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그 자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니 연결재무제표는 안 만드셔도 됩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조건이 셋 붙습니다. 우리 회사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쓰고 있는 동안, 그 자회사가 외감 대상이 아닌 동안, 그리고 2027년 12월 31일이 속하는 회계연도까지. 이 셋 중 하나만 무너져도 답이 바뀝니다. 상장을 준비하면 셋이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 한 줄 요약 — 비상장 회사가 외감 대상이 아닌 자회사를 연결에서 빼는 근거는 원칙이 아니라 2027년까지만 열려 있는 한시적 경과규정이고, 그것도 일반기업회계기준에만 있습니다. 상장을 준비하면 K-IFRS가 강제되고(외감법 시행령 §6①2호), K-IFRS 제1110호에는 “외감 대상이 아니면 빼도 된다”는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빼둔 자회사는 상장한 해가 아니라, 그보다 몇 해 앞선 전환일 장부에서 연결로 되살아납니다.
지분 50%가 아니라 ‘지배력’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지분 50% 초과면 종속기업, 20~50%면 관계기업. 첫 스크리닝으로는 쓸 만합니다. 다만 K-IFRS 제1110호는 지분율을 결론으로 쓰지 않습니다. 지분율은 판단의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기준은 세 가지를 동시에 보는 지배력입니다.
셋이 모두 있어야 지배력이고, 셋이 모두 있으면 지분이 과반이 아니어도 종속기업입니다. 스타트업에서 결론이 갈리는 자리는 대체로 ① 힘입니다. 실무에서 힘을 따질 때 결국 보는 건 하나입니다. 그 회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결정 — 예산 승인, 사업계획, 핵심 인사 — 을 지금 우리가 정할 수 있느냐.
지분 45%인데 나머지 55%가 수십 명에게 잘게 흩어져 있고 이사 과반을 우리가 지명한다면, 힘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반대로 지분 60%인데 주주간계약에 “연간 예산과 사업계획은 투자자 동의를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 순간 그 결정을 우리 단독으로 내리지 못합니다.
자회사의 연결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문서는 회계 장부가 아니라 주주간계약의 거부권 조항입니다. 그리고 그 조항은 대개 회계 검토 없이 투자 협상 테이블에서 정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청산·정관 변경·업종 변경처럼 예외적 상황에만 작동하는 방어적 권리는 힘으로 보지 않습니다. 힘을 가르는 건 일상적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권리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경계 위에 걸친 조항이 계약서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비상장이라 면제받던 연결이, 상장 준비에서 되살아납니다
2022회계연도부터 비상장사의 연결 작성 범위가 모든 종속기업으로 넓어졌습니다. 이해관계자가 적은 소규모 비상장기업까지 전부 연결을 만들라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금융위원회의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방안 후속조치로 2022년 12월 일반기업회계기준이 개정돼 외부감사법 적용 대상인 종속기업만 연결 범위에 넣도록 완화됐습니다. 이것이 지금 대부분의 회계 담당이 근거로 삼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의 성격이 둘입니다.
- 한시적입니다. 원칙을 바꾼 게 아니라 경과규정으로 얹은 것이고, 2027년 12월 31일이 속하는 회계연도까지 적용합니다. 그 뒤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 자회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 붙어 있습니다. 자회사가 작아서 빠지는 게 아니라, 지배회사인 우리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쓰고 있어서 빠집니다. 자회사는 그대로인데 우리 기준이 바뀌면 결론만 뒤집힙니다.
그 기준이 통째로 바뀌는 시점이 상장 준비입니다. 외감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제2호는 해당 사업연도 또는 다음 사업연도 중에 주권상장법인이 되려는 회사에 K-IFRS를 의무 적용합니다(코넥스 상장 예정은 제외). 여기까지는 7월 7일 글 ‘외부감사 대상 기준만 보면 우리는 멀었는데, 상장을 준비하자 외감이 먼저 왔습니다’에서 다룬 경로와 같습니다.
K-IFRS 제1110호에는 “자회사가 외감 대상이 아니면 빼도 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연결재무제표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면제가 하나 있긴 한데, 그건 자신이 다시 다른 기업의 종속기업인 중간지배기업을 위한 장치입니다. 위에 또 다른 지배기업이 있어 그쪽에서 이미 그룹 전체를 연결로 묶으니, 중간에서 한 번 더 만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상장·공모와 무관할 것을 비롯한 조건이 더 붙습니다.
그룹의 최상위에 있는 우리 회사는 첫 관문부터 해당되지 않습니다.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그다음 조건에서 또 걸립니다. 면제 조항을 읽을 자격이 애초에 없습니다.
시점이 문제입니다. K-IFRS 최초채택은 전환일 개시재무상태표를 다시 만드는 일이고, 심사 제출 재무제표가 여러 해치를 요구하므로 전환일은 상장 목표 시점에서 몇 해를 거슬러 올라갑니다(7월 8일 글 ‘상장 준비로 K-IFRS로 전환하면, 비상장 시절 미뤄둔 것들이 과거로 거슬러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연결이 시작되는 자리는 상장하는 해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사업연도의 장부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자회사의 과거 결산 자료입니다. 감사도 안 받고 연결도 안 하던 회사라 대개 없습니다. 초도감사에서 기초잔액을 거꾸로 추적하는 문제(7월 14일 글 ‘초도감사가 회사 규모가 아니라 기초잔액에서 막히는 이유’)가, 자회사 수만큼 늘어난 채로 돌아옵니다.
연결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매출입니다. 연결은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보기 때문에, 그룹 안에서 오간 거래는 매출도 원가도 아닙니다.
모회사 매출 100억 중 20억이 자회사에 넘긴 물량이라면, 연결 매출은 140억이 아니라 120억입니다. IR 자료에 합산 매출을 써왔다면 그 차이는 설명해야 할 숫자로 남습니다.
나머지 셋은 순서대로 옵니다.
- 자회사 감사는 별개로 따라옵니다. 자회사가 외감 대상인지는 자회사 자신의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매출 등으로 판정합니다(외감법 §4①3호·시행령 §5①). 연결한다고 자회사 감사가 면제되지 않고, 자회사가 작아서 감사를 안 받더라도 지배회사 연결에는 그대로 들어옵니다.
- 감사인을 따로 쓸 수 없습니다.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의 감사인은 동일해야 합니다(법 §4① 괄호). 해외 자회사를 뒀다면 그 시점부터 그룹감사 구조를 감사인과 맞춰야 합니다.
- 별도재무제표까지 K-IFRS로 갑니다. 지배회사가 연결재무제표에 K-IFRS를 적용하면 연결이 아닌 재무제표에도 K-IFRS를 적용해야 합니다(시행령 §6②). 연결만 국제기준으로 만들고 별도는 그대로 두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자료를 못 받는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외감법 제7조는 지배회사에 종속회사의 회계 장부·서류를 열람·복사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을, 그것으로 부족하면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권한까지 줍니다. 계약으로 협의할 문제가 아니라 법이 부여한 권한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자료를 받지 못한 책임은 지배회사에 남습니다.
반대편이라면 첫 질문은 무엇인가
투자자·상장주관사·감사인이 조직도를 받아 들고 던지는 첫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자회사는 왜 연결에 없습니까?”
“외감 대상이 아니라서요”는 지금은 통하는 답입니다. 다만 그 답이 우리가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쓰는 동안만, 그것도 2027년까지만 유효하다는 것까지 같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이 곧바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럼 전환일 시점 자회사 재무제표는 있습니까?”
지금 해둘 일은 연결재무제표를 미리 만드는 게 아닙니다. 두 가지면 됩니다. 자회사 결산 자료를 매년 기준에 맞게 남겨둘 것. 그리고 다음 라운드 주주간계약에 거부권 조항이 들어올 때, 서명 전에 그 조항이 지배력 판정을 흔드는지 한 번 물어볼 것. 둘 다 지금은 반나절이면 되고, 전환일이 지난 뒤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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