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U는 ‘무상으로 주는 주식’이 아닙니다 — 회사에서는 현금이 나가고, 직원에게는 팔 시장도 없이 근로소득세가 먼저 나옵니다

스톡옵션 풀이 바닥났습니다. 후속 라운드에서 밸류는 올랐고, 이제 와서 행사가격 15만원짜리 옵션을 주면 핵심 인력이 시큰둥합니다. 그래서 RSU 이야기가 나옵니다. “회사가 가진 주식을 그냥 주면 되잖아요. 행사가격도 없고, 신주를 안 찍으니 희석도 없고.”

세 문장 중 두 문장이 틀렸습니다. 행사가격이 없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회사가 그 주식을 현금으로 사와야 하고, 받는 직원은 팔 수도 없는 주식에 근로소득세를 먼저 냅니다.

💡 한 줄 요약 — RSU(성과조건부주식)는 가득일에 주식 시가 전액이 직원의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는데, 비상장 주식은 팔 시장이 없어 현금 없이 세금만 나옵니다. 회사 쪽에서는 벤처기업법 §16의18이 자기주식 재원(순자산−자본금)을 열어줬지만, 그 주식은 사와야 하므로 현금이 유출됩니다 — 신주를 발행해 행사대금이 들어오는 스톡옵션과 정반대입니다. 결정적으로, 조특법 §16의4의 과세이연 특례는 주식매수선택권 전용이라 RSU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RSU는 ‘무상 주식’이 아니라 ‘가득일 근로소득’입니다

RSU의 과세 사건은 부여일이 아니라 가득일(조건이 성취되어 주식을 교부받는 날)입니다. 소득세법 집행기준 24-51-18은 근로 제공과 관련해 일정기간 근무조건부로 주식을 받는 경우 지급조건이 성취된 날에 급여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고, 그 주식의 가액은 성취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평가액으로 계산하도록 합니다. 스톡옵션이 ‘행사’라는 능동적 행위를 과세 사건으로 삼는 것과 달리, RSU는 직원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건이 성취되면 그날 소득이 발생합니다.

설계 하나가 이 시점을 통째로 앞당깁니다. 벤처기업법 시행령 제11조의12 제1항은 성과조건부주식을 선지급형(주식을 먼저 교부하고 조건 달성 시 양도제한을 푸는 방식)과 후지급형(조건을 달성하면 그때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나눕니다. 국세청은 선지급형에 대해 근로소득 수입시기를 그 주식을 교부받는 날, 즉 조건 성취 전인 선지급 시점으로 회신했습니다(서면-2024-법규소득-2704, 2025. 5. 15.). 이 글이 다루는 후지급형은 가득일이 곧 교부일이라 결론이 같지만, 선지급형을 고르면 과세가 가득 전으로 당겨집니다.

문제는 금액입니다. 행사가격을 빼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주식 가액 전액이 근로소득입니다. 가득일 평가액이 주당 15만원이고 1,000주가 가득했다면, 그해 근로소득에 1억 5,000만원이 얹힙니다. 연봉 8,000만원인 직원이라면 그 1억 5,000만원 대부분이 지방소득세 포함 40%대 한계세율 구간에 들어갑니다. 세금만 6,000만원 안팎입니다.

받은 현금은 0원입니다. 비상장 주식이니 팔 시장도 없습니다.

여기서 실무가 한 번 더 꼬입니다. 근로소득이면 회사가 원천징수를 해야 하는데, 뗄 현금이 없습니다. 월급에서 공제하자니 그 달 실수령액이 마이너스가 되고, 회사가 대신 내주면 그 대납액도 다시 근로소득이 됩니다(gross-up). 상장사 RSU는 가득 주식 일부를 즉시 매도해 세금을 내는 sell-to-cover가 표준인데, 비상장에는 팔 시장이 없어 이 표준이 통하지 않습니다.

스톡옵션은 직원이 ‘행사할지’를 고를 수 있지만, RSU는 가득일이 오면 세금을 피할 선택지가 없습니다. 팔 시장이 없는 회사에서 이건 보상이 아니라 청구서입니다.

한 가지 완화 요소는 과세표준입니다. 비상장주식의 근로소득 평가액은 최근 투자 라운드 밸류가 아니라 상증세법상 평가액으로 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1항 제1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54조의 보충적 평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하는 그 계산은 적자 스타트업에서 투자 밸류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이 축은 6월 25일 글 ‘100억 밸류로 투자받아도, 세금은 그 가격으로 매기지 않습니다’에서 다뤘습니다). 다만 이 평가액을 낮게 잡는 것이 RSU를 유리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 그건 직원이 받는 주식의 가치도 그만큼 낮다는 뜻이니까요.

적격 스톡옵션과 RSU의 과세 시점 비교 타임라인 — 스톡옵션은 행사 시 과세이연 후 양도소득 11%, RSU는 가득일 근로소득 과세
같은 주식 1,000주라도 과세 사건과 세율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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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주식은 어디서 오나 — 벤처기업법이 연 재원, 그리고 나가는 현금

RSU는 신주를 찍는 제도가 아닙니다.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교부하는 계약입니다(벤처기업법 §16의17). 그러니 회사는 먼저 자기 주식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서 흔히 인용되는 설명이 “상법 §341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으니, 결손 상태인 스타트업은 재원이 없어 RSU 자체가 불가능하다”입니다. 지금은 틀린 설명입니다. 2024년 7월 10일 시행된 벤처기업법 §16의18은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 이행 목적에 한해 상법 §341을 배제하고, 취득 한도를 직전 결산기 순자산액 − 자본금으로 정했습니다. 상법이 순자산에서 자본금뿐 아니라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까지 빼는 것(§462①)과 달리, 이 특례는 자본금만 뺍니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 이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시리즈B를 마친 회사의 자본이 자본금 1억원 + 주식발행초과금 100억원 + 결손금 △41억원 = 순자산 60억원이라고 해봅시다.

  • 상법 §341 한도(배당가능이익): 60억 − 1억(자본금) − 100억(자본준비금) → 0원
  • 벤처기업법 §16의18 한도: 60억 − 1억(자본금) = 59억원

투자금이 쌓아올린 주식발행초과금이 RSU 재원으로 열립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회사에는 더 이상 해당하지 않습니다.

상법 배당가능이익 한도와 벤처기업법 성과조건부주식 자기주식 취득 특례 한도 비교 막대 도식
특례는 자본금만 뺀다 — 투자금이 쌓은 주식발행초과금이 재원이 된다.

문제는 재원이 아니라 현금입니다. 한도가 59억이라는 건 ’59억까지 써도 된다’는 뜻이지, ’59억이 생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주식은 누군가에게서 사와야 하고, 그 대금은 회사 통장에서 나갑니다.

핵심 인재 10명에게 1인당 1,000주씩, 부여일 주당 평가액 10만원으로 RSU를 설계했다면 총 10,000주 = 10억원어치입니다. 회사는 이 10,000주를 사오기 위해 현금 10억원을 씁니다. 같은 인원에게 신주발행형 스톡옵션을 줬다면 행사 시점에 행사대금 10억원이 회사로 들어옵니다. 현금 흐름의 방향이 반대이고, 그 격차가 20억원입니다. 투자금으로 런웨이를 사는 회사에서 이건 작은 항목이 아닙니다.

스톡옵션 신주발행과 RSU 자기주식 교부의 현금흐름 방향 비교 패널
‘희석이 없다’의 이면은 ‘현금이 나간다’이다.

그리고 사올 상대방이 있어야 합니다. 벤처기업법 §16의18은 취득 상대방을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하면서도(③), 취득 방법은 상법 §341①의 방법(비상장은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을 따르도록 합니다(②). 대표 지분만 골라 사오는 그림을 그렸다면 이 조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함께 박히는 제약도 세 가지입니다.

  • 최소 2년: 계약 상대방은 주총 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재직해야 자기주식을 취득·양도할 수 있습니다(§16의17⑤). 1년 클리프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 임직원만: RSU 대상은 §16의3①1호의 임직원입니다. 스톡옵션은 외부 전문가에게도 발행주식총수 10% 한도로 부여할 수 있지만(§16의3①3호·③ 단서), RSU는 그 문이 없습니다.
  • 정관·주총 특별결의·등기: 정관에 근거를 두고, 개별 대상자의 성명과 교부 주식 수까지 주주총회 특별결의(상법 §434 준용)로 정하며, 정관 규정은 등기해야 합니다(§16의17①③⑦).

또 하나.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오면 파는 쪽 — 대개 창업자나 기존 주주 — 에게는 그 대금이 양도소득이 아니라 의제배당으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 축은 7월 21일 글 ‘회사가 되사준 내 주식, 양도소득 11%인 줄 알았는데 의제배당으로 최고 49.5%’에서 다룹니다. RSU 재원 마련이 그 논점을 그대로 불러옵니다.


스톡옵션의 적격 특례가 RSU에는 없습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벤처기업 스톡옵션의 세제 혜택은 조특법 §16의4(벤처기업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에 대한 과세특례) 에서 나옵니다. 요건(부여 근거가 벤처기업법 §16의3, 부여 전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약정, 선택권 양도 금지, 주총 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재직 후 행사, 2년 합산 전체 행사가액 5억원 이하, 전용계좌)을 갖추면 행사 시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나중에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으로 과세합니다. 중소기업 소액주주라면 세율이 11%입니다.

이 조문은 문면 그대로 ‘주식매수선택권’ 을 대상으로 합니다.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16의17)은 §16의4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연 2억원 한도의 비과세 특례(조특법 §16의2)도 마찬가지로 주식매수선택권 전용입니다. RSU에는 과세이연도, 비과세도, 양도소득 전환도 없습니다. 가득일 근로소득 최고 49.5%가 전부입니다. 적격 스톡옵션의 11%와 비교하면 한계세율이 4배 이상 벌어집니다(6월 30일 글 ‘직원 스톡옵션, 행사하는 순간 세금이 갈립니다’ 참조).

회사 쪽 손익은 거울처럼 뒤집힙니다. 적격 스톡옵션을 선택하면 회사는 그 행사 관련 비용을 손금에 산입하지 못합니다(조특법 §16의4④). 반면 성과조건부주식은 손금산입 시기와 금액을 정면으로 다룬 유권해석이 아직 없습니다. 자기주식을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한 사안에서 국세청은 지급의무가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으로 본 바 있고(법인세과-316, 2010. 3. 31.), 성과상여로 지급하는 자기주식의 평가는 지급 당시의 시가로 하도록 되어 있어(소득세법 집행기준 24-49-2②) 교부일 시가를 인건비로 손금에 산입한다는 주장은 가능합니다. 다만 확립된 해석이 없는 영역이라 조사 단계에서 다툼이 남습니다. 여기에 임원에게 교부하는 경우에는 정관·주주총회·이사회 결의로 정해진 급여지급기준 범위 내에서만 손금이 인정됩니다(법인세법 시행령 §43②) — 결의서 없는 임원 상여가 손금에서 잘려나가는 그 구조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7월 13일 글 ‘대표 상여금, 액수가 아니라 결의서가 있느냐로 갈립니다’ 참조).

회계도 RSU가 더 무겁습니다. K-IFRS 제1102호(주식기준보상)에서 RSU는 주식결제형이고, 비용은 부여일 주식 공정가치 전액을 가득기간에 걸쳐 인식합니다. 행사가격이 있는 스톡옵션은 옵션의 공정가치(주가보다 훨씬 낮습니다)만 비용이 됩니다. 위 예시에서 RSU 10억원을 4년 가득으로 설계하면 연 2.5억원이 인건비로 손익계산서에 꽂힙니다. 같은 주식 수의 스톡옵션이었다면 옵션 공정가치 기준으로 그 절반 이하일 것입니다.

정리하면 RSU는 스톡옵션의 ‘더 좋은 버전’이 아니라, 회사 현금·직원 세금·회계 비용 세 축에서 모두 더 비싼 상품입니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하나여야 합니다 — 밸류가 이미 올라 옵션의 행사가격이 인재에게 의미가 없어졌고, 그 인재를 붙잡는 값으로 현금과 세금을 감수하기로 회사가 정했다는 것. 그 판단을 하기 전에 반대편(투자자·인수자·감사인)이 던질 첫 질문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자기주식은 누구에게서, 무슨 돈으로 샀습니까. 그리고 직원들의 원천징수 세금은 누가 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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