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는 비상장이면 대상이 아닙니다 — 그 면제는 상장을 준비하는 순간 사라지고, 감사 스위치는 매출이 아니라 투자받은 현금이 켭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대상 기준을 찾아보면 대부분 ‘자산 1천억’이라고 나온다. 그 숫자를 보고 “우린 아직 멀었다”고 정리한 비상장 스타트업이라면 두 번을 더 놀라게 된다. 실제 면제선은 1천억이 아니라 5천억이고, 그 면제는 상장을 결정하는 날 규모와 무관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 한 줄 요약 — 비상장 스타트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면제선은 법조문의 1천억이 아니라 시행령의 5천억입니다. 다만 상장하는 순간 이 면제는 규모와 무관하게 꺼지고, 감사인이 ‘검토’가 아니라 ‘감사’를 하느냐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천억원으로 갈립니다. 이 선을 넘기는 건 매출이 아니라 Pre-IPO 라운드로 들어온 현금이므로, 상장 첫 해의 부담은 라운드를 클로징하는 시점에 이미 정해집니다.


‘대상 아님’의 진짜 크기 — 법조문은 1천억, 시행령은 5천억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제8조 제1항은 회사에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운영하는 조직을 갖추도록 하면서, 단서에서 주권상장법인이 아닌 회사로서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천억원 미만인 회사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를 뺀다. 검색 결과 대부분이 여기서 멈추기 때문에 1천억이 통설처럼 굳었다.

그런데 뒤에 붙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가 훨씬 크다.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3호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천억원 미만인 회사를 통째로 적용 제외한다. 예외는 넷뿐이다 — 주권상장법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 회사,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 금융회사. 2023년 5월 시행된 개정이고, 대형비상장회사 기준을 1천억에서 5천억으로 올린 것과 같은 패키지다.

정리하면 비상장이고 위 네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회사는 자산총액 5천억원에 닿기 전까지 내부회계관리제도 의무가 아예 없다. 규정을 만들 필요도, 상근이사 중에서 내부회계관리자를 지정할 필요도, 대표자가 주주총회·이사회·감사에게 운영실태를 보고할 필요도 없다. 미구축·미지정에 붙는 3천만원 이하 과태료(외감법 제47조 제2항 제1호)도 물론 적용되지 않는다.

시리즈 B~C 단계 스타트업이 5천억에 닿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우린 대상 아니다”는 대체로 사실이다. 다만 그 근거가 법 본문이 아니라 시행령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면제선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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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제가 깨지는 순간, 그리고 두 번째 스위치

시행령이 열거한 네 가지 예외 중 첫 번째는 그냥 “주권상장법인”이다. 자산 조건이 붙어 있지 않다. 상장하는 순간 자산이 300억이든 3천억이든 제8조 제1항 본문이 그대로 적용된다. 첫 번째 스위치는 규모가 아니라 상장 그 자체가 켠다.

여기까지는 2026-07-07-외부감사-대상-상장예정|외부감사 대상 판정과 구조가 같다. 다른 건 그 뒤에 스위치가 하나 더 있다는 점이다. 외감법 제8조 제6항은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검토(review) 하도록 하되, 단서에서 주권상장법인 중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인 회사에 대해서는 감사(audit) 하도록 한다. 2023년 1월 개정으로 자산 1천억원 미만 상장사는 감사 대상에서 빠지고 검토만 남았다.

스위치는 둘입니다. 첫째는 상장 — 규모와 무관하게 구축·운영 의무를 켭니다. 둘째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 1천억원 — 감사인의 작업을 검토에서 감사로 올립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부담이 커지는 세 단계와 각 단계를 켜는 트리거를 보여주는 계단형 도식. 의무 없음(비상장 자산 5천억 미만), 구축·운영과 감사인 검토(상장 또는 비상장 자산 5천억 이상), 감사인 감사(상장 +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 1천억 이상).
면제선은 5천억(시행령), 감사 판정선은 1천억(법 §8⑥ 단서) —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스위치다.

두 번째 스위치에서 CFO가 놓치는 건 “직전 사업연도 말”이라는 다섯 글자다. 상장 첫 해에 감사를 받느냐 검토로 끝나느냐는, 상장 직전 사업연도 재무상태표가 마감되는 순간 이미 결정돼 있다. 그리고 그 자산총액을 밀어 올리는 건 매출이 아니라 투자받은 현금이다.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이 620억원인 회사가 그해 Pre-IPO 라운드로 500억원을 받았다고 하자. 매출은 그대로여도 기말 자산총액은 1,120억원이 된다. 1천억원 선을 넘었으니 다음 해 상장하면 첫 사업연도부터 검토가 아니라 감사다. 그 500억원이 RCPS로 들어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더라도 결과는 같다 — 자본이냐 부채냐는 대변의 문제고, 이 판정은 차변의 자산총액만 본다.

Pre-IPO 라운드로 유입된 현금이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을 1천억원 기준선 위로 올려, 상장 첫 사업연도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점검이 검토에서 감사로 바뀌는 구조를 보여주는 막대 도식.
620억 + 라운드 500억 = 1,120억. 매출은 그대로인데 감사 스위치가 켜진다.

“신규 상장은 3년 유예된다더라”는 말이 여기서 위험해진다. 2023년 6월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보완방안’에 자산 5천억원 미만 중소 비상장회사가 신규 상장하는 경우 내부회계 외부감사를 3년간 유예(유예기간에는 검토만)하는 내용이 담겼고, 2024년 9월에는 이를 담은 외감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2026년 8월 현재까지 법 개정은 완료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도 2025년 12월 내부회계관리제도 FAQ에서 “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명시했고, 현행 외부감사법(법률 제20896호) 제8조 어디에도 신규 상장기업 유예 조항은 없다. 발표된 정책과 시행 중인 법은 다른 문서다. 유예를 전제로 상장 일정을 짰다면 그 전제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법상 면제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서는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감사인의 내부회계 검토보고서나 운영실태 평가보고서로 통제절차 미비점을 점검하고,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되면 질적심사의 고려 대상이 된다. 자산 1천억원 미만이라 그런 보고서 자체가 없는 신청기업이라면 내부회계 관련 보고서나 외부컨설팅 자료로 준비 여부를 소명하게 된다. 법이 아니라 심사가 먼저 요구하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미비점은 회계장부가 아니라 조직도에서 나옵니다

구축을 시작하고 나면 다음 질문은 “무엇이 미비점으로 잡히나”다. 스타트업에서 걸리는 자리는 대체로 회계처리가 아니라 사람 배치다.

첫째, 권한 분리. 외감법 제8조 제1항 제5호는 “회계정보의 작성 및 공시와 관련된 임직원의 업무 분장과 책임”을 규정 필수 기재사항으로 못 박는다. 그런데 대표 한 사람이 지출을 요청하고, 승인하고, 전표를 기록하고, 이체까지 하는 구조라면 통제가 부실한 게 아니라 통제 설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인원이 적어 완전한 분리가 어렵다면 최소한 한 사람이 ‘승인’과 ‘기록’, ‘기록’과 ‘자금 집행’을 동시에 쥐지 않도록 겹치는 지점을 끊어야 한다.

둘째, 결산이 엑셀 한 파일에서 끝나는 구조. 회계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기 조정 — 대손 추정, 재고 평가, 수익 배분 — 이 근거 문서 없이 숫자만 남는다. 같은 조 제4호가 요구하는 장부 관리·위변조 방지 통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고, 이런 회사는 [[2026-07-14-초도감사-기초잔액|첫 외부감사에서 기초잔액]]을 소명할 때도 같은 자리에서 막힌다.

셋째, 지배기구 공백. 시행령 제9조가 요구하는 절차는 대부분 ‘대면’과 ‘문서’다. 내부회계관리규정의 제정·개정에는 감사의 승인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고 그 이유까지 문서로 남겨야 한다(제3항). 대표자는 운영실태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와 감사에게 대면 보고하고, 거짓 기재나 누락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 서명한 문서를 첨부해야 한다(제4항). 감사는 운영실태를 평가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정기총회 1주 전까지 이사회에 대면 보고해야 한다(제5항·제7항). 감사가 등기만 돼 있고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회사, 이사회 결의록이 정비돼 있지 않은 회사, 상근이사가 없어 내부회계관리자를 지정할 사람 자체가 없는 회사는 여기서 전부 걸린다.

회계 지출 프로세스의 요청·승인·기록·자금이체 네 단계를 대표 1인이 모두 수행하는 구조와, 담당을 나눈 구조를 좌우로 비교한 도식.
미비점의 다수는 회계처리가 아니라 이 그림의 왼쪽 모양에서 나온다.

세 가지 모두 상장 직전에 돈으로 사는 항목이 아니다. 앞선 사업연도의 운영 기록으로 증명해야 한다. 외국기업 심사신청에 붙는 ‘감사인 검토의견서(최소 3개월간 운영성과)’ 요건(코스닥시장상장규정 시행세칙)이 그 성격을 잘 보여준다 — 몇 개월 전에 시작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의 증적이 이미 쌓여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편에서 보면 질문의 순서가 분명해진다. 상장주관사와 지정감사인이 Pre-IPO 회사에 던지는 첫 질문은 “대상인가”가 아니다.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얼마고, 이번 라운드를 클로징하면 얼마가 되나 — 그래서 상장 첫 해에 검토인가 감사인가”다. 두 번째 질문은 “내부회계관리규정·이사회 결의록·대표자 운영실태보고서·감사 평가보고서가 몇 개 사업연도치 있나”다. 둘 다 지금의 자산총액이 아니라 라운드 이후의 자산총액이미 지나간 사업연도의 문서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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