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CFO가 외부감사 대상 기준표를 처음 보는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자산 500억, 매출 500억? 우린 한참 멀었네. 외감은 한참 나중 일이지.” 그런데 상장주관사와의 첫 미팅 한 번이면 그 계산이 무너진다. 기준표의 숫자에 닿기도 전에 외부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 한 줄 요약 — 외부감사 대상은 회사 ‘규모’로만 정해지지 않습니다. 자산·매출 500억이나 4개 요건 중 2개에 닿기 전이라도, ‘상장예정법인’이 되는 순간 규모와 무관하게 외부감사가 시작되고, 그 뒤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K-IFRS 전환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셋 다 과거 사업연도를 거슬러 건드리므로, 트리거는 크기가 아니라 상장 결정이며 준비는 상장 2~3년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 목차
외부감사 대상 기준 — 숫자만 보면 ‘아직 멀었다’가 맞습니다
기준표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제5조는 비상장 회사의 외부감사 대상을 규모로 세 갈래 정한다. 첫째,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둘째,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500억원 이상. 셋째, 네 가지 — 자산총액 120억원·부채총액 70억원·매출액 100억원·종업원 100명 — 중 두 개 이상에 걸리는 회사.
시리즈 A~B 단계 스타트업이라면 이 중 부채와 종업원에서 먼저 걸리는 경우가 많다. 투자금이 RCPS나 전환사채로 들어오면 회계상 부채로 잡혀 70억 선을 의외로 일찍 넘고, 인력을 빠르게 늘리면 종업원 100명도 멀지 않다. 반대로 자산·매출 500억은 한동안 멀어 보이는 게 맞다. 그래서 “우린 규모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판단은 그 자체로는 정확하다.
문제는 이 기준표를 다 외워도 정작 외감이 언제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규모 기준 위에,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줄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결정하면, 규모와 무관하게 외감이 당겨집니다
외감법 본문 제4조 제1항은 외부감사 대상을 열거하면서 규모 기준(제3호)보다 앞에 두 가지를 먼저 둔다. 제1호 주권상장법인, 그리고 제2호 — “해당 사업연도 또는 다음 사업연도 중에 주권상장법인이 되려는 회사”, 곧 상장예정법인이다.
이 한 줄의 의미는 분명하다. 자산이 80억이든 매출이 50억이든, 올해나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면 그 자체로 외부감사 대상이다. 규모 기준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가 대표주관사와 계약하고 지정감사인 감사를 신청하는 순간, 외감은 ‘규모가 차서’가 아니라 ‘상장을 결정해서’ 온다.
외부감사는 회사가 커져서 받는 게 아니라, 상장을 결정해서 받습니다. 기준표의 숫자(500억·120·70·100억·100명)보다 먼저 오는 건 ‘상장예정’ 한 줄입니다.
그리고 외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외부감사 대상이 되면 그 뒤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따라온다. 다만 여기서 트리거가 외감과 다르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외감법 제8조 제1항은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의무를 원칙적으로 모든 회사에 지우되, 비상장이면서 직전 자산총액이 1천억원 미만인 회사는 면제한다. 법조문만 보면 비상장 단계의 작은 스타트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 의무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장하는 순간 규모와 무관하게 운영의무가 생기고, 상장 심사 실무는 그 구축·운영 실적을 상장 전에 요구한다. “법상 면제”만 믿고 미루면 상장 일정에 쫓겨 급조하게 되는 항목이다.
감사인의 점검 강도에도 한 단계가 더 있다. 같은 제8조 제6항은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검토(review)하게 하되, 주권상장법인 중 직전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이면 감사(audit)하도록 한다. 검토와 감사는 투입 시간·비용이 다른 작업이다. 정리하면 트리거가 셋으로 갈린다. 재무제표 외부감사는 상장예정만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은 상장(또는 비상장 자산 1천억)부터, 내부회계 ‘감사’는 상장에 더해 자산 1천억 이상부터 켜진다.
Pre-IPO 타임라인 — 지정신청 → 외감 → 내부회계 → K-IFRS, 그리고 소급
여기까지가 “무엇이 켜지나”라면, CFO에게 실제로 아픈 건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다. 답은 생각보다 이르다. 네 가지가 모두 과거 사업연도를 거슬러 건드리기 때문이다.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려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작성하고 지정감사인이 감사한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K-IFRS 전환은 전환일의 비교표시 기간까지 거슬러 과거를 다시 작성하는 일이다. 상장 직전 연도에 K-IFRS로 갈아타도, 비교로 나란히 표시되는 직전 연도까지 함께 소급된다.
이 소급에서 그동안 미뤄둔 것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K-GAAP에서 자본으로 처리하던 RCPS가 K-IFRS에서는 부채로 재분류되고, 거래액(GMV)을 매출로 잡던 회사는 본인-대리인 판정으로 매출이 순액까지 깎인다. 둘 다 상장 직전에 처음 발견되면 그동안 IR에서 말해온 숫자의 근거가 흔들리는 항목이다.
그래서 순서는 대략 이렇게 흐른다. 상장을 결정하고 → 지정감사인 감사를 신청해 외부감사 체계를 세우고 → 그 사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운영하고 → K-IFRS로 전환해 과거 비교연도까지 재작성한다. 네 단계가 직렬로 쌓이고 각자 과거를 건드리므로, 상장을 2~3년 앞둔 시점에 시작하지 않으면 마지막 해에 몇 년치 감사·내부통제·회계전환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반대편에서 보면 더 분명하다. 투자자·상장주관사·심사역이 Pre-IPO 회사를 볼 때 첫 질문은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몇 개년 있나, 지정감사인 감사는 받았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돌아가나, K-IFRS 전환은 끝났나”다. 여기서 “우린 아직 작아서 외감 대상 아닙니다”가 가장 위험한 답이다. 외부감사 대상 기준표의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상장 일정표를 펴 놓고 거기서 거꾸로 세어야 하는 이유다.
Pre-IPO 재무·세무, 함께 점검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외부 CFO·가치평가·세무 자문 — 성장 단계에 맞는 실무 답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