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벤더에 그냥 송금하면, 안 뗀 세금은 우리 회사가 냅니다 — 사업소득이면 0%, 사용료로 판정되면 최대 20%입니다

미국 회사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 2억 원을 송금한다고 해봅시다. 인보이스에는 2억이 찍혀 있고, 재무팀은 2억을 보냅니다. 회계처리도 깔끔합니다. 1년 뒤 세무조사나 투자 실사에서 첫 질문이 들어옵니다. “이 지급, 원천징수하셨습니까?”

안 했다면, 그 세금은 이미 돈을 받아간 미국 회사가 아니라 송금한 우리 회사가 냅니다. 세법상 원천징수 의무자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 한 줄 요약 — 해외 벤더에 돈을 보낼 때 세금을 떼서 국세청에 내야 하는 의무자는 받는 쪽이 아니라 보내는 쪽, 즉 우리 회사입니다. 안 뗐다면 회사가 본세와 가산세를 대신 냅니다. 0%와 20%를 가르는 건 그 대가가 ‘사업소득’이냐 ‘사용료’냐이고, 2025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니까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라는 30여 년 이어진 관행이 무너졌습니다.


세금을 떼는 쪽은 돈을 받는 쪽이 아니라 보내는 쪽입니다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게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지급할 때 세금을 떼어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해야 합니다(법인세법 §98①). 세금을 부담하는 건 외국법인이지만, 떼서 내는 손은 우리 손입니다.

떼지 않았다면 관할 세무서는 그 세액을 원천징수의무자에게서 징수합니다(§98④). 미납 원천세에는 미납세액의 3% + 하루 10만분의 22(연 약 8%)의 가산세가 붙고, 이 둘의 합계는 미납세액의 10%를 한도로 합니다(국세기본법 §47의5①, 시행령 §27의4①). 2억 원 지급분에서 3,000만 원을 안 뗐다면 본세 3,000만 원에 가산세 최대 300만 원이 얹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벤더는 이미 2억을 온전히 받아 갔습니다. 계약서에 원천세 공제 조항이 없으면 그 3,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할 근거가 약합니다. 세금이 아니라 원가가 되는 순간입니다.

반대 방향의 함정도 있습니다. 해외 벤더의 표준계약서에는 “모든 대금은 어떠한 세금도 공제하지 않고(free and clear of any taxes) 지급한다”는 gross-up 조항이 흔히 들어 있습니다. 이 조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벤더가 2억을 온전히 받도록 회사가 원천세를 얹어 보내야 합니다. 15% 세율이면 총지출은 2억 3,529만 원, 원천세 3,529만 원을 회사가 부담합니다. 계약서 한 줄이 라이선스 원가를 17.6% 올립니다.

해외 라이선스료 2억 원 지급 시 원천세 공제 조항과 gross-up 조항의 총지출 비교 도식
같은 계약금액 2억 원. 세금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세법이 아니라 계약서가 정합니다.

원천징수는 벤더의 세금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현금 문제입니다.


0%와 20%를 가르는 건 ‘무엇을 샀나’입니다

해외에 나가는 모든 송금에 세금을 떼는 건 아닙니다. 갈림길은 그 대가가 사업소득이냐 사용료냐입니다.

  • 사업소득(법인세법 §93 5호): 국내법상 원천징수율은 2%(§98①3호)지만, 조세조약은 상대국 법인에 국내 고정사업장(PE)이 없으면 사업이윤을 원천지국에서 과세하지 않습니다. 조약이 우선하므로 실질 0%입니다.
  • 사용료(§93 8호): 국내법상 20%(§98①6호). 한미조세협약을 적용하면 15%(문학·예술·과학 저작물의 저작권류는 10%)입니다.

AWS·Figma·노션처럼 완성된 제품을 구독하는 대가는 대체로 사업소득 쪽에 섭니다. 그동안 해외 SaaS 결제에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도 아무 일이 없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경험이 위험한 학습이 됩니다. “해외 결제는 원천징수 안 해도 된다”는 규칙으로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용료로 넘어가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소스코드를 받는 경우, 우리 요구대로 개작·주문제작되는 경우, 복제·배포·개작 권리를 사는 경우, 노하우·기술정보가 이전되는 경우, 상표를 쓰는 경우. 구독료가 아니라 라이선스료라면 대개 이쪽입니다.

여기에 서류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약 제한세율(15%)을 적용하려면 실질귀속자인 외국법인이 제한세율 적용신청서와 실질귀속자 증명서류를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제출해야 하고, 못 받으면 조약 세율이 아니라 국내법 20%로 떼야 합니다(§98의6①③). 5년 내 경정청구로 되찾을 수는 있지만(§98의6⑤), 그동안 현금은 국세청에 있습니다. 세율 5%포인트는 계약 협상이 아니라 서류 한 장이 만듭니다.

해외 지급 2억 원의 원천징수 세 갈래 — 사업소득 0원, 조약 사용료 15% 3,000만 원, 서류 미비 20% 4,000만 원
세율을 정하는 건 송금액이 아니라 계약의 성격과 서류입니다. (한미조세협약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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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국내에 등록 안 된 특허니까 괜찮다”가 무너졌습니다

1992년 이래 30여 년 유지된 실무 관행이 있었습니다. 미국 회사가 미국에만 등록한 특허의 사용료를 받아 가면, 특허권 속지주의상 그 특허를 ‘국내에서 사용’한다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고, 따라서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그렇게 판시했습니다.

2025년 9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습니다(2021두59908). 조약상 특허의 ‘사용’은 독점권으로서의 특허권 자체가 아니라 그 특허의 대상이 되는 기술을 쓴다는 의미이고,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라도 그 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그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이라는 것입니다. 사건 자체가 국내 기업이 미국 법인에 미국에 등록된 특허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그 원천세의 환급(경정청구)을 다툰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판결이 닿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해외 대학·연구소·특허관리회사·모기업에서 기술을 라이선스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딥테크·하드웨어·바이오 회사라면, “국내 미등록 특허라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라는 종전 자문에 기대어 짜둔 지급 구조가 지금은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역적 범위가 ‘worldwide’인 라이선스 계약은, 전체 사용료 중 국내에서 사용된 몫을 합리적으로 구분하고 입증할 과제를 회사에 남깁니다.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판단 변경 타임라인 — 2025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계약을 바꾼 적이 없어도, 판례가 바뀌면 과세 결과가 바뀝니다.

계약서를 쓸 때 이미 결정됩니다

원천징수는 송금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약서에 서명할 때 결정됩니다. 세 가지만 계약 검토 단계에서 잡으면 됩니다.

첫째, 대가의 성격을 계약서 문언과 실질에서 일치시킬 것. “license”라는 단어를 관행적으로 쓴 구독 계약이 조사에서 첫 증거로 쓰입니다. 둘째, 원천세 부담 주체를 명시할 것. gross-up 조항을 그대로 받으면 세금은 전부 회사 몫입니다. 셋째, 국내 사용분의 구분 근거를 계약 단계에서 남길 것. 전 세계 라이선스라면 사후에 만들기 가장 어려운 자료입니다.

덧붙이면, 원천징수를 안 해도 되는 거래라고 해서 세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국외사업자에게서 용역·권리를 공급받으면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다만 그 용역을 과세사업에 쓰는 경우는 대리납부 대상에서 빠지므로(부가가치세법 §52①), 일반적인 과세사업자 스타트업은 여기서는 대체로 자유롭습니다. 면세사업을 겸영하거나 매입세액이 공제되지 않는 항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투자 실사에서, 세무조사에서, 상장 심사에서 반대편이 던지는 첫 질문은 같습니다. “해외 지급분에 대해 사업소득/사용료 판정을 문서로 남기셨습니까? 과거 3년치 미납 원천세는 없습니까?” 답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습니다”라면, 그건 답이 아니라 아직 안 걸렸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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