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객이 대부분 미국·싱가포르라 부가세는 신경 안 써도 돼요. 수출이니까 0%죠.” 해외 매출이 있는 SaaS 스타트업 대표에게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절반만 맞다. 해외 고객에게 판다고 부가세가 자동으로 0%(영세율)가 되는 게 아니라, 두 개의 문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문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자주 미끄러진다 — 무엇을 팔았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받았느냐 때문에.
💡 한 줄 요약 — 해외 고객 매출이라고 부가세가 자동 0%는 아니다. 영세율은 ① 공급장소(국외에서 제공한 ‘국외제공용역’인지, 국내에서 비거주자에게 공급한 ‘외화획득용역’인지)와 ② 대금을 어떻게 받았는지(외국환은행을 거친 외화인지, 국내 PG·페이팔로 받은 원화인지)로 갈린다. SaaS는 서버·개발이 국내라 후자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 그때는 ‘원화로 받는 순간’ 영세율이 부인될 수 있다. 게다가 영세율은 ‘안 내는 것’이 아니라 ‘신고해서 매입세액을 환급받는 것’이다.
📋 목차
해외 매출이 다 영세율은 아니다 — 국외제공용역과 외화획득용역은 다른 문이다
부가가치세법에서 영세율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헷갈리는 두 갈래를 먼저 갈라야 한다.
첫째, 국외제공용역(부가가치세법 §22)이다. 사업장은 국내에 있지만 용역을 실제로 국외에서 제공하는 경우다. 이 길은 강력하다 — 대금을 어떤 수단으로 받든 영세율이 적용된다. 외화든 원화든, 계좌이체든 카드든 상관없다. 해외 현장에 나가 수행하는 설계·시공·컨설팅이 전형이다.
둘째, 그 밖의 외화 획득 용역(§24, 시행령 §33)이다. 용역의 공급장소는 국내인데, 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외국법인에게 공급하고 그 대가를 정해진 방식으로 받아 ‘외화를 획득’한 경우다. 이 길에는 조건이 붙는다 — 받는 방식이 요건이다.
SaaS·클라우드 스타트업이 자주 착각하는 지점이 여기다. 서버가 국내에 있고 개발·운영도 국내에서 이뤄지면, 고객이 해외에 있어도 용역의 공급장소는 국내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22의 ‘국외제공용역’이 아니라 §24의 ‘외화획득용역’ 문으로 들어간다. ‘해외 고객이니 무조건 0%’라는 통념이 깨지는 게 바로 이 문턱이다.
계약서보다 ‘외화입금증명’이 세율을 가른다 — PG·페이팔로 원화를 받으면 위험한 이유
§24 외화획득용역 문으로 들어왔다면, 이제 핵심은 대금을 어떻게 받았느냐다. 시행령 제33조는 비거주자·외국법인에게 공급하고 그 대가를 외국환은행에서 원화로 받거나(외화를 외국환은행에 매각), 기획재정부령이 정한 방식(외화를 직접 송금받아 외국환은행에 매각, 지급할 금액과 상계, 국외에서 발급된 신용카드 결제 등)으로 받을 것을 요구한다. 증빙은 외국환은행이 발급하는 외화입금증명서다.
문제는 요즘 스타트업이 돈을 받는 방식이다. 해외 결제를 국내 PG사가 정산해 원화로 꽂아주거나, 페이팔·핀테크 송금 서비스로 받아 원화로 인출하는 구조가 흔하다. 이 경우 외국환은행을 거친 외화 획득으로 인정받지 못해 영세율이 부인될 수 있다. 실제로 페이팔은 외국환은행이 아니어서 외화입금증명서가 나오지 않고, 외국법인에 용역을 제공하고도 그 국내지사로부터 원화로 받으면 시행령 제33조가 요구하는 ‘국외의 비거주자·외국법인으로부터 외국환은행을 통한 외화 수취’에 해당하지 않아 영세율을 인정받기 어렵다.
숫자로 보면 왜 무서운지 분명해진다. 같은 1억 원 해외 매출이라도, 외국환은행을 거친 외화로 받아 외화입금증명서를 확보했다면 매출세액은 0원이다. 그런데 국내 PG로 원화 1억을 받아 증명이 안 되면 영세율이 부인되고, 받은 1억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보면 약 900만 원(1억 × 10/110)이 매출세액으로 잡힌다. 해외 고객에게 부가세를 따로 청구하지 않았으니, 이 900만 원은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는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새로 생기는 것이다.
같은 1억 원 해외 매출이라도, 외국환은행을 거친 외화면 부가세 0원, 국내 PG로 받은 원화면 영세율이 부인돼 900만 원 안팎이 회사 몫이 된다. 세율을 가르는 건 계약서가 아니라 ‘돈이 들어온 경로’다.
영세율은 ‘안 내는 것’이 아니라 ‘신고해서 환급받는 것’ — 면세와 헷갈리면 손해다
영세율을 ‘부가세 안 내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두 번째 손해를 본다. 영세율과 면세는 다르다.
영세율은 매출세액이 0%이지만, 매입 때 부담한 부가세(매입세액)는 전액 환급받는다. 대신 부가세 신고 의무가 있고, 영세율을 인정받으려면 외화입금증명서 등 첨부서류를 내야 한다. 면세는 다르다 —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지 못한다. SaaS 스타트업은 서버·클라우드 사용료, 개발 외주, 각종 SaaS 구독료에서 매입세액이 상당히 쌓인다. 그래서 영세율로 신고해 이 매입세액을 환급받느냐 아니냐는 초기 현금흐름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0%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신고와 증빙을 소홀히 하면, 환급도 못 받고 나중에 영세율을 입증하지도 못한다. 0%는 ‘가만히 있으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고하고 증빙해야 지켜지는 것’이다.
한 가지는 구분해두자. 최근 뉴스에 나오는 ‘해외 빅테크의 국내 부가세’는 반대 방향 이야기다. 국외 사업자가 국내 소비자에게 게임·앱·클라우드 같은 전자적 용역을 공급할 때 국내에 부가세를 내는 제도이고,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에 파는 아웃바운드와는 방향이 다르다. 헷갈리지 말자.
투자자·감사인·상장 주관사가 해외 매출 비중이 큰 SaaS를 실사할 때 던지는 첫 질문은 대개 이렇다. “이 해외 매출, 영세율 맞나 — 외화입금증명은 있나, 부인되면 과거 몇 년치 부가세가 우발부채로 올라오는 것 아닌가.” 매출을 총액으로 잡을지 순액으로 잡을지를 다룬 편, 정부지원금을 매출로 오인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다룬 편과 같은 결이다 — 매출은 ‘금액’만이 아니라 ‘성격과 증빙’으로 검증된다. 해외 매출이 커질수록, 계약서를 다듬기 전에 돈이 들어오는 경로부터 외국환은행 외화 수취로 정렬해두는 편이 싸게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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