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결산 마감을 앞두고 CFO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작년엔 흑자였는데 올해는 채용을 늘려서 적자입니다. 그런데 세무대리인이 8월 31일까지 3,750만원을 내라고 합니다. 올해 손실인데 왜 세금을 냅니까?”
내라는 근거는 정확합니다. 그런데 그 금액을 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법에 명시되어 있고, 그 방법은 8월 31일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 한 줄 요약 —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중간예납 기한은 8월 31일입니다. 세액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골라 계산하는데, 기본값인 ‘직전 사업연도 기준’은 올해 실적을 한 줄도 보지 않습니다. 적자로 돌아선 회사의 탈출구는 ‘가결산’ 방법이지만, 이것은 기한 내에 신고해야만 인정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선택권을 잃고 직전연도 기준 세액에 가산세까지 붙습니다.
📋 목차
왜 올해 적자인데 작년 세금 기준으로 계산되나
12월 결산법인의 중간예납기간은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이고, 기간이 지난 날부터 2개월 이내 — 즉 8월 31일까지 납부해야 합니다(법인세법 §63②③).
세액 계산의 기본값(§63의2①1호)은 이렇습니다.
직전 사업연도 확정 산출세액 × 6 ÷ 직전 사업연도 개월 수
여기 올해 실적이 들어가는 자리는 없습니다. 2025년 과세표준 5억원이었던 회사라면 산출세액은 7,500만원(2억×9% + 3억×19%), 중간예납세액은 그 절반인 3,750만원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30억을 태워 적자를 내고 있어도 산식은 바뀌지 않습니다.
한 가지 먼저 정리할 오해가 있습니다. 국세청이 8월에 보내는 것은 고지서가 아니라 안내문입니다. 중간예납은 자진신고·납부 대상이고, 안내문의 금액은 “당신이 1호 방법을 고른다면 이 금액”이라는 계산 예시일 뿐입니다. 그 종이를 세금 고지로 읽는 순간,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면제 기준도 여기서 나옵니다. 직전 사업연도에 중소기업이었고, 위 산식으로 계산한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면 납부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63①2호).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은 여기에 걸려 중간예납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첫 흑자 다음 해에 처음 만나고, 처음 만날 때는 이미 적자로 돌아선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적자로 돌아선 회사의 탈출구, 그리고 가결산이 오히려 불리한 자리
두 번째 방법(§63의2①2호)은 상반기를 하나의 사업연도로 보고 실제로 결산해 세액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상반기가 적자면 세액은 0원입니다. 위 회사가 8월 31일까지 가결산으로 신고하면 3,750만원은 나가지 않습니다.
다만 가결산은 반사적으로 고르는 카드가 아닙니다. 세 지점을 먼저 봐야 합니다.
첫째, 6개월 과세표준은 연 단위로 환산된 뒤 세율이 매겨집니다. 상반기 과세표준이 2억원이라고 “2억 이하 구간이니 10%”로 계산하면 틀립니다. 사업연도가 1년 미만이면 과세표준을 연환산해 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월수로 안분합니다(§55②). 2억 × 12/6 = 4억으로 환산 → 산출세액 6,000만원 → × 6/12 = 3,000만원. 착각한 2,000만원보다 1,000만원이 많습니다. 저율 구간 2억원이 반년치에서는 사실상 1억원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둘째, 2026년 사업연도부터 법인세율이 전 구간 1%p 인상됐습니다(2억 이하 9→10%, 200억 이하 19→20%). 확정신고로 체감하는 건 2027년 3월이지만, 인상된 세율이 현금으로 처음 나오는 자리는 2026년 8월 중간예납의 가결산 방법입니다. 반대로 1호 방법이 쓰는 2025년 확정 산출세액은 구세율로 계산된 숫자입니다. 상반기 실적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올해는 가결산이 불리해질 수 있는 새 변수가 하나 생긴 것입니다.
셋째, 가결산은 반기 결산을 진짜로 해야 합니다. 감가상각비·퇴직급여충당금·대손충당금을 반기 기준으로 계산하고 세무조정까지 돌려야 합니다. 상반기에 매출이 몰리고 하반기에 비용이 집중되는 회사(연말 성과급, 4분기 마케팅)라면 가결산 세액이 오히려 클 수 있습니다. 비교해보고 유리한 쪽을 고르는 것이지, 적자라고 자동으로 가결산이 정답인 건 아닙니다.
적자여도 중간예납을 피하지 못하는 회사 — ‘중소기업’에서 탈락한 순간
“작년 산출세액이 0원이면 중간예납도 0원 아닌가요?”
절반만 맞습니다. 법은 직전 사업연도의 확정 산출세액이 없는 경우, 1호 방법이 아니라 가결산 방법으로 계산하라고 정합니다(§63의2②2호 가목). 곱할 기준이 없으니 반드시 실제 상반기 실적으로 계산하라는 뜻입니다. 상반기에 흑자가 났다면 세금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적자 스타트업은 그래도 앞서 본 §63①2호(직전연도 중소기업 + 50만원 미만) 면제로 빠져나갑니다. 문제는 세법상 ‘중소기업’에서 탈락한 회사입니다. 이 면제도, 이월결손금 100% 공제도 전부 중소기업 지위에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스타트업 특유의 함정이 나옵니다. 세법상 중소기업(조특법 시행령 §2①)은 매출 규모만 보는 게 아니라 소유의 독립성을 봅니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다출자자이면 중소기업이 아닙니다(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3①2호 나목). 벤처투자회사·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은 이 계산에서 빠지므로 순수 VC 라운드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와 30% 이상 최다출자자가 되면, 매출이 얼마든 그 사업연도부터 중소기업이 아닙니다. 규모 초과와 달리 독립성 상실에는 5년 유예도 적용되지 않습니다(조특법 시행령 §2②3호).
그 순간 세 가지가 동시에 바뀝니다. 중간예납 50만원 미만 면제가 사라지고(§63①2호), 직전연도 산출세액이 0이면 가결산이 강제되며(§63의2②2호 가목), 이월결손금 공제한도가 100%에서 80%로 내려갑니다(§13① 단서). 상반기 소득 4억, 이월결손금 잔액 2억인 회사라면 과세표준 2억 → 앞의 연환산을 거쳐 3,000만원이 8월 31일에 나갑니다. 텀시트 협상 때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 비용입니다.
SI 지분율 30%는 지배구조 이슈이기 전에 세법 이슈입니다. 중간예납 면제, 이월결손금 100% 공제, R&D 세액공제율이 그 선을 넘는 순간 함께 바뀝니다.
안 내고 버티면, 계산법을 고를 권리부터 사라진다
가장 비싼 오해는 여기입니다. “어차피 적자고 자금도 빠듯하니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
법은 납부기한까지 중간예납세액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1호 방법(직전 사업연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못박습니다(§63의2②1호). 가결산은 기한 내에 신고해야 성립하는 선택권입니다. 8월 31일이 지나면 상반기 적자를 아무리 입증해도 세액은 3,750만원으로 확정됩니다. 가결산으로 신고했으면 0원이었을 세금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750만원이 됩니다.
여기에 납부지연가산세가 붙습니다. 미납 세액의 3%에 하루 10만분의 22(연 8% 수준)입니다(국세기본법 §47의4). 다만 중간예납은 신고제도가 아니라 납부제도이므로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는 붙지 않습니다 — 이 점 때문에 “가산세가 별것 아니다”라고 넘기기 쉬운데, 진짜 비용은 가산세가 아니라 0원이 될 수 있었던 본세 3,750만원입니다.
반대로 가결산이 귀찮아 1호 방법으로 그냥 낸 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그 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듬해 3월 확정신고에서 기납부세액으로 공제되고 초과분은 환급됩니다(§64①2호). 다만 8월 31일에 나간 현금이 돌아오는 건 7개월 뒤입니다. 런웨이 12개월인 회사에서 3,750만원이 7개월간 국세청에 묶여 있는 것과, 통장에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중간예납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분납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납부기한 후 2개월까지 가능합니다(§63④·§64②).
8월 31일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이 글의 실무 결론은 짧습니다.
- 직전 사업연도(2025년) 확정 산출세액을 꺼내 1호 방법으로 계산합니다. 중소기업이고 그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면 여기서 끝입니다.
- 상반기 가결산을 돌려 두 숫자를 비교합니다. 연환산(§55②)과 2026년 인상 세율을 반영해야 진짜 비교입니다. 이월결손금이 남아 있다면 여기서 과세표준을 깎습니다.
- 유리한 쪽을 골라 8월 31일까지 신고·납부합니다. 가결산이 유리한데 신고하지 않으면, 그 유리함은 법적으로 소멸합니다.
적자 회사에게 중간예납은 “낼 돈이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안 내도 될 돈을 서류 한 장 때문에 낸다”의 문제입니다. 결손금을 쌓아둔 회사라면 이 계산이 흑자전환 첫해 세금까지 이어집니다(2026-06-29 ‘이월결손금’ 편). 상반기 R&D 인건비가 컸다면 가결산 단계에서 세액공제도 함께 검토할 만합니다(2026-06-26 ‘R&D 세액공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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