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라운드 발행가를 정할 때, 대표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투자자와 협상해서 주당 얼마에 넣기로 합의했으니, 그 값이 곧 우리 회사 주식 시가다.” 밸류를 낮춰 잡아 브릿지로 급전을 막을 때도, 고생한 공동창업자나 핵심 임원에게 이번 증자 때 지분을 싸게 얹어줄 때도 같은 논리다. 그런데 그 ‘싸게’가 특정인에게 몰리는 순간, 국세청은 우리가 정한 발행가가 아니라 자기들이 계산한 ‘시가’를 꺼내 그 차액을 증여로 본다. 배당도, 주식 양도도 없었는데 증여세가 붙는다.
💡 한 줄 요약 — 신주를 시가보다 싸게(또는 비싸게) 발행하고 그 신주가 특정인에게 치우쳐 배정되면, 그 사이에 오간 주식가치 차이를 세법은 ‘증여’로 본다(상증세법 제39조,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 저가발행이면 싸게 받은 쪽이, 고가발행이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기존주주가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진짜 함정은 ‘시가’의 정의다 — 협상으로 정한 발행가액은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비상장주식은 보충적 평가액이 기준이 된다. 순수한 외부 VC 라운드는 대체로 비켜가지만, 가족·임원·관계사가 끼면 걸린다.
📋 목차
배당도 양도도 없는데 왜 증여세인가 — 불균등증자가 ‘부의 이전’이 되는 방향
증자는 원래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주를 받으면(균등증자) 문제될 게 없다. 각자 낸 만큼 가져가니 부가 이동하지 않는다. 세금은 불균등증자에서 생긴다 — 일부 주주가 신주 인수를 포기하거나(실권),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직접 배정하거나, 지분율을 초과해 몰아줄 때다. 이때 발행가가 시가와 어긋나 있으면 주주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부가 옮겨간다. 세법은 이 이동을 ‘증여’로 본다(상증세법 제39조).
방향은 발행가가 시가보다 싼지 비싼지로 갈린다.
저가발행이면 그 싼 주식을 받은 쪽이 이득이다. 주당 가치가 살아 있는 회사 주식을 헐값에 손에 넣었으니, 그 차액만큼 증여받은 셈이다. 반대로 고가발행이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기존주주가 이득이다. 누군가 비싼 값에 돈을 넣어 회사 자본을 불려준 덕에 내 주식의 1주당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투자유치는 대개 고가발행(제3자배정)이다. VC가 회사 미래가치를 인정해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값에 신주를 인수하고, 그만큼 창업자 지분의 가치가 오른다. 여기에 안심 포인트가 하나 있다 — 이 고가발행으로 기존주주에게 증여세가 붙으려면 신주를 인수한 자와 이익을 본 기존주주가 특수관계여야 한다. 순수한 외부 VC는 창업자와 특수관계가 아니니, 창업자 지분 가치가 올라도 이 조항으로 증여세가 붙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배정 대상에 ‘식구’가 끼어들 때다.
‘시가’는 우리가 합의한 발행가가 아니다 — 비상장주식은 보충적 평가액이 기준
여기까지는 ‘시가보다 싸다·비싸다’를 전제로 했다. 그런데 비상장 스타트업의 진짜 함정은 그 ‘시가’가 무엇이냐에 있다.
대표들은 이번 라운드 주당 발행가가 곧 시가라고 생각한다. 세법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증자에 따른 이익을 따질 때의 ‘시가’는 상증세법 제60조·제63조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말하고(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그 시가는 ‘불특정 다수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되어 통상 성립하는 가액’이다(상증세법 제60조 제2항). 신주 발행가는 회사의 미래가치·성장성·자금조달 사정·경영권·배당 부담 같은 주관적 요소가 섞여 정해지므로, 이 시가를 대신할 객관적인 매매사례가액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면 기준은 무엇인가. 매매사례가 없으면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계산한 값이 시가를 대신한다. 비상장주식은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2로 가중평균해 평가액을 낸다(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이 보충적 평가액과 우리가 정한 발행가 사이의 갭이 증여이익 계산의 출발점이다. 투자 밸류와 세법상 평가액이 애초에 다른 숫자라는 점은 앞서 비상장주식 평가를 다룬 편에서 짚었는데, 증자 국면에서는 그 갭이 곧바로 증여세로 번진다.
숫자로 보자. 증자 전 발행주식이 10,000주이고 세법상 1주당 평가액(보충적 평가액)이 100,000원이라 하자. 여기서 특수관계자(가령 대표의 배우자나 창업 공신 임원)에게 신주 10,000주를 1주당 20,000원에 제3자배정한다. 회사에는 2억 원이 들어온다.
증자가 끝나면 1주당 평가액은 이렇게 희석된다.
(10,000주 × 100,000원 + 10,000주 × 20,000원) ÷ 20,000주 = 60,000원
이 특수관계자는 60,000원짜리 주식을 20,000원에 받았다. 차액 40,000원 × 10,000주 = 4억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실제로 낸 돈은 2억 원인데, 증여재산가액은 그 두 배인 4억 원으로 잡히는 것이다.
후속 라운드 발행가는 협상으로 정하지만, 증여세의 기준이 되는 ‘시가’는 우리가 정하지 못한다. 비상장주식은 보충적 평가액이 시가를 대신하고, 그 값과 발행가의 갭이 증여로 잡힌다.
위험한 조합은 ‘누구에게’ 배정했느냐 — 가족·임원·관계사, 그리고 주금 납입일
같은 저가발행이라도 증여세가 실제로 붙느냐는 누가 그 신주를 받았느냐에서 갈린다.
받는 사람이 창업자와 특수관계 없는 순수 외부 투자자라면 대개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저가 신주가 대표의 가족, 임원, 그룹 내 관계사처럼 특수관계자에게 몰리면 곧장 과세 사정권이다. ‘고생한 사람 챙겨주자’는 선의의 저가 배정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자리다. 반대편 고가발행도 같다 — 외부 VC가 아니라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다른 법인이 비싼 값에 신주를 받아주면, 그 덕에 가치가 오른 기존주주에게 증여세가 붙는다.
시점도 못 박아 두자. 증여일은 주식대금 납입일이다(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그날의 평가액으로 증여이익이 확정되므로, 라운드를 닫고 한참 뒤에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아도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 발행가와 배정 대상은 텀시트·증자 결의 단계에서 정해지는데, 세금은 그 결정이 실행되는 납입일에 확정된다. 순서가 그렇다.
이 숫자는 실사 테이블에서 먼저 나온다. 투자자·인수자·상장 주관사는 과거 유상증자 내역을 훑으며 “발행가가 그 시점 세법상 평가액과 얼마나 벌어졌나, 특수관계자에게 배정된 저가·고가 신주는 없나, 신고되지 않은 증여세가 우발부채로 남아 있지 않나”를 본다. 투자 밸류와 세법상 평가액은 다른 숫자라는 점, 그리고 주주명부가 실제 소유와 어긋나 있을 때의 문제(명의신탁 주식의 증여의제를 다룬 편)가 여기서 함께 겹친다. 발행가를 정하는 일은 재무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무의 문제이기도 하다 — 특히 그 신주가 ‘식구’에게 갈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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