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덩치를 키우다 보면 법인을 쪼갠다. 지주회사 아래에 개발 법인과 영업 법인을 따로 두거나, 플랫폼 법인과 콘텐츠 자회사를 나눈다. 그러고는 한 법인이 올린 매출의 대부분을 그룹 안 다른 법인이 받아준다. 운영상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문제는 결산이 끝나고 서너 달 뒤에 온다. 그 법인 지분을 많이 가진 창업자 앞으로 증여세가 매겨진다. 배당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그렇다. 이것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상증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다.
💡 한 줄 요약 — 관계사에 매출을 몰아주면, 그 매출을 올린 법인의 지배주주는 배당을 한 푼 받지 않아도 증여세를 낸다. 과세 기준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니라 그 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이다. 중소기업이라고 빠지지 않는다 — 다만 중소기업끼리의 거래는 과세에서 제외되므로, 진짜 노출은 그룹 안에 중견·대기업·외국 관계사가 섞일 때 생긴다.
배당도 안 받았는데 왜 증여세인가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증여 의제’다. 실제로 돈이 오간 게 아니라, 한 법인에 일감을 몰아줘 그 법인의 가치를 키운 것을 지배주주가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현금이 한 푼 움직이지 않아도 과세된다. 증여 시점은 수혜법인의 사업연도 종료일이고, 요건을 넘긴 해마다 반복된다(§45의3③).
과세 대상은 매출을 받아준 법인(수혜법인)의 지배주주, 그리고 일정 지분을 넘는 그 친족이다. 다만 아무 거래나 걸리지는 않는다. 두 개의 관문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
거래 관문은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 매출 중 관계사 비중 — 이 정상거래비율을 넘는 것이다. 정상거래비율은 중소기업 50%, 중견기업 40%, 그 외 30%다(시행령 §34의3⑦). 지분 관문은 지배주주·친족의 지분이 한계보유비율을 넘는 것이다. 한계보유비율은 중소·중견기업 10%, 그 외 3%다(같은 조 ⑨).
둘 중 하나라도 안 넘으면 과세되지 않는다. 거꾸로 둘 다 넘으면, 배당을 받았든 안 받았든 과세 대상이다.
얼마가 과세되나 — 받은 돈이 아니라 ‘세후영업이익’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금액(증여의제이익)은 이렇게 계산한다.
세후영업이익 ×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 공제율) × (지분율 − 공제율)
핵심은 곱셈의 첫 항이 ‘받은 돈’이 아니라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이라는 점이다. 영업손익에 세무조정을 반영한 값에서 법인세 부담을 뺀 금액(시행령 §34의3⑫)으로, 그 법인이 한 해 번 이익 전체가 출발점이다. 거래로 넘긴 마진이 아니라 받아준 법인의 이익 전체에 지분율을 곱하니, 체감보다 금액이 크게 잡힌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인 개발 법인이 그룹 내 중견 관계사에 매출의 70%를 올리고, 창업자가 지분 60%를 가졌다고 하자. 중소기업은 거래비율에서 50%, 지분율에서 10%를 뺀다(§45의3①2호). 세후영업이익이 10억원이면,
10억 × (70% − 50%) × (60% − 10%) = 10억 × 20% × 50% = 1억원
이 1억원을 창업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봐 증여세를 매긴다. 여기서 배당이 변수다. 배당으로 가져간 게 있으면 그만큼 빼주지만(시행령 §34의3⑮), 배당이 없으면 뺄 것이 없어 전액이 과세된다. ‘한 푼도 안 가져갔다’가 면죄부가 아니라, 오히려 공제 거리를 없애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의 과세 기준은 지배주주가 ‘받은 돈’이 아니라, 매출을 받아준 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이다. 배당이 없으면 깎일 것도 없다.
중소기업이 걸리는 자리, 그리고 빠지는 자리
“우리는 중소기업이라 괜찮다”는 흔한 오해다. 중소기업도 적용 대상이고, 관문과 공제율이 다를 뿐이다. 거래 관문은 중소 50%·중견 40%·일반 30%, 지분 관문은 중소·중견 10%·일반 3%로, 규모가 작을수록 문턱이 높다.
그래도 핵심 안전판은 따로 있다 — 중소기업인 수혜법인이 중소기업인 특수관계법인과 한 거래는 과세 매출에서 아예 빠진다(시행령 §34의3⑩1호). 즉 중소 법인끼리 일감을 주고받는 구조에는 사실상 방패가 있는 셈이다.
진짜 노출은 그룹 안에 규모가 다른 식구가 섞일 때 생긴다. 중소 법인이 그룹의 중견·대기업 관계사나 외국 관계사에 매출을 몰아주면, 그 거래는 빠지지 않는다. 이 밖에 수혜법인이 지분 50% 이상을 가진 자회사와의 거래, 수출 목적 거래 등도 과세에서 제외된다(같은 항 각 호). 어디까지가 ‘과세제외매출’인지를 가르는 일이 실제 세액의 절반을 좌우한다.
한 가지 더. 거래비율의 분모는 기업회계기준 매출액이다. 매출을 총액(거래액 전체)으로 잡느냐 순액으로 잡느냐에 따라 분모가 달라지고, 거래비율도 출렁인다([[2026-07-01-총액-순액-매출-본인대리인|매출을 총액으로 쓸지 순액으로 쓸지]]의 판정이 여기로 번진다). 매출 정의가 흔들리면 일감몰아주기 판정도 같이 흔들린다.
신고·납부 기한도 일반 증여세와 다르다. 수혜법인의 법인세 신고기한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다(§68①). 12월 결산 법인이 3월 말에 법인세를 신고하면 증여세는 6월 30일까지, 외부감사가 제때 종결되지 않아 법인세 신고기한을 한 달 늦춘 경우(4월 말 신고)에는 증여세도 7월 31일까지로 밀린다. 6~7월이 신고 시즌인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 숫자는 투자·인수 테이블에서 먼저 나온다. 실사를 하는 투자자나 인수자는 “매출 중 특수관계법인 비중이 얼마이고, 지배주주 앞으로 신고된 — 혹은 신고되지 않은 —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있는가”를 본다. 주주명부가 실제 소유관계와 맞는지([[2026-07-02-명의신탁주식-증여의제|차명주식 문제]]와 함께)와 더불어, 지배주주의 세무리스크를 보는 1순위 항목이다. 미신고분은 가산세(무신고 20%,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40%)와 함께 우발부채로 잡혀 곧장 밸류에이션과 딜 구조의 협상 카드가 된다. 결산 때 들여다볼 일이 아니라, 법인을 쪼개 그룹 거래를 설계하는 그 시점에 같이 따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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