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으로 나눠둔 주식, 증여세는 그 시절 액면가 기준입니다 — 진짜 비용은 실사에서 들켜 되돌릴 때, 지금 밸류로 다시 매겨지는 쪽입니다

시리즈A 텀시트를 받아 든 대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실사 질문이 있다. “주주명부에 있는 이분, 실제로 출자하신 게 맞습니까?” 창업 초기에 공동창업자 정리가 덜 끝났거나, 한 사람 지분이 너무 커지는 게 부담스러웠거나, 그냥 가까운 사람 이름을 빌려 주식을 나눠 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때는 행정 편의였지만, 투자·매각 테이블에서는 가격표가 붙는다.

💡 한 줄 요약 — 남의 이름으로 둔 주식(명의신탁)은 실명으로 되돌리는 순간이 아니라 명의를 올린 그날 이미 증여세가 성립한다(상증세법 §45의2). 다만 증여재산가액은 그 시절 취득일 평가라 본세 자체는 작을 수 있다. 진짜 비용은 ① 실명전환을 잘못 처리하면 현재 밸류로 양도·증여세가 새로 붙고 ② 무신고 가산세와 15년 제척기간이 그동안 돌아가며 ③ 2019년 이후 명의신탁분부터는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실제소유자(대표 본인)가 그 세금을 진다는 데 있다.


“이 주주, 실제 출자자 맞습니까” —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작동

상속세 및 증여세법 §45의2는 등기·등록·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에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면, 그 명의로 올린 시점에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그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토지·건물은 빠지므로, 실무에서 이 조문이 사실상 겨냥하는 건 비상장주식이다.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과세는 실명으로 되돌릴 때가 아니라 명의를 올린 그 시점에 이미 성립한다. 둘째, 증여재산가액은 그 취득일 기준 평가액이다(§45의2①). 설립 당시 액면 5,000원짜리 주식을 지인 이름으로 1만 주 올렸다면, 증여재산가액은 5,000만원이다. 10년 뒤 그 주식이 주당 5만원이 돼도,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과세표준은 여전히 5,000만원이다. “IPO 밸류가 올라서 증여세가 커진다”는 흔한 걱정은, 적어도 본세에 관한 한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빠져나가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법은 타인 명의로 등기·명의개서를 한 경우 조세회피 목적을 추정한다(§45의2③). “발기인 수를 채우려던 것뿐”이라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 대법원은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와 무관한 뚜렷한 목적에서 비롯됐고 회피되는 조세가 없거나 경감이 사소한 경우에는 추정을 깰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04두7733 등). 다만 과점주주 부담을 피했거나 배당을 분산한 정황이 함께 보이면 그 추정을 깨기는 쉽지 않다.

명의신탁 주식이 설립부터 실명전환까지 거치는 4단계 타임라인과 각 단계의 세무 비용
증여세 본세는 1단계의 취득일 평가에 고정된다. 비용은 3·4단계에서 커진다.

진짜 청구서는 본세가 아니라 ‘되돌리는 과정’에서 나온다

본세가 작을 수 있다면 무엇이 비싼가. 세 군데서 비용이 발생한다.

첫째, 실명전환을 잘못 처리하면 현재 밸류로 다시 과세된다. 차명주식을 실제소유자에게 환원하는 것은, 명의신탁 사실이 입증되면 새로운 양도·증여가 아니다(원래의 증여의제 본세는 별개로 남는다). 그러나 자금 출처와 명의신탁 경위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면, 과세관청은 그 환원을 명의수탁자가 실제소유자에게 넘기는 양도 또는 증여로 볼 수 있다. 이때 과세표준은 명의신탁 시점의 5,000만원이 아니라 현재 평가액 5억원이다. 같은 주식인데 소명 여부 하나로 과세표준이 10배가 된다. 실사 직전에 황급히 정리하다 이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그동안 가산세와 제척기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거의 항상 무신고다. 무신고가산세는 본세의 20%, 부정행위가 끼면 40%다(국세기본법 §47의2). 여기에 납부지연가산세가 매년 연 8%대로 붙는다. 그리고 무신고 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 아니라 15년이다(국세기본법 §26의2④). 명의신탁을 묻어 둔다고 리스크가 옅어지는 게 아니라, 15년 동안 과세관청이 언제든 들춰낼 수 있는 상태로 남는다.

셋째, 2019년 이후의 명의신탁이라면 그 세금은 대표 본인이 진다. 예전에는 명의신탁 증여세를 이름을 빌려준 사람(명의수탁자)이 부담하고 실제소유자는 조건부 연대납세의무만 졌다. 2018년 말 개정으로 2019년 1월 1일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는 실제소유자가 곧바로 납세의무자다(상증세법 §4의2②, 부칙 제3조). 게다가 실제소유자가 체납하면, 과세관청은 바로 그 차명주식으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4의2⑨). 설립 당시 차명이 2019년 전에 이뤄졌다면 그 시점의 옛 법이 적용되지만, 어느 쪽이든 실제소유자가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은 같다. 이름을 빌려준 친구를 보호하려던 구조가, 이제는 대표 본인의 주식을 겨냥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명의신탁 증여세 본세는 ‘그 시절 가격’이지만, 잘못 되돌리면 ‘지금 밸류’로 다시 매겨진다. 그리고 2019년 이후 명의신탁이라면 그 청구서는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대표 본인에게 간다.

2018년 말 개정 전후 명의신탁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에서 실제소유자로 바뀐 비교
2019년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 실제소유자가 납세의무자다.

텀시트 전에 풀어야 하는 순서 — 그리고 못 푸는 경우

정리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명의신탁이 맞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부터 모은다. 설립 당시 출자금이 실제소유자 계좌에서 나갔다는 자금 흐름, 명의수탁자와의 명의신탁 약정, 그동안 배당금이 실제소유자에게 귀속됐다는 정황이 핵심이다. 이 입증이 환원을 ‘양도·증여’가 아닌 ‘명의신탁 해지’로 끌고 가는 유일한 근거다.

중소기업이라면 국세청의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라는 간소화 트랙이 있다. 다만 조건을 정확히 봐야 한다. 주식발행법인이 조특법상 중소기업이고,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설립됐으며, 실제소유자와 명의수탁자가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서 그때 명의신탁한 주식을 실제소유자에게 되돌리는 경우다. 바꿔 말하면 2001년 7월 24일 이후 세운 회사 — 즉 요즘 스타트업 대부분 — 는 이 트랙을 쓸 수 없다. 일반 환원 절차로 자금 출처와 경위를 입증하는 정공법밖에 없다.

반대편(투자자·인수자·상장 주관사)의 첫 질문은 늘 같다. “주주명부가 실제 소유관계와 일치합니까.” 이 질문에 텀시트 단계에서 막히지 않으려면, 차명주식 정리는 실사가 시작되기 전에 — 주식 평가액이 더 오르기 전에 — 끝내 두는 게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길이다.

차명주식 환원 시 소명 성공 여부에 따라 과세표준이 5,000만원과 5억원으로 갈리는 비교 막대
같은 주식이라도 소명 여부에 따라 과세표준이 10배까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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