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합병 역취득 회계처리에서 취득자는 스팩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 그 차액은 영업권이 되지 않고 상장 첫해 비용으로 털리는데, 금액은 우리가 아니라 스팩 주가가 정합니다

스팩이 우리 회사를 흡수합병했는데, 재무제표에는 우리가 스팩을 인수한 것으로 적힙니다. 등기부는 스팩이 존속법인이라고 말하고, 회계는 취득자가 우리라고 말합니다. 이 어긋남이 상장 첫해 손익계산서에 현금 한 푼 나가지 않는 수십억짜리 비용 한 줄을 만듭니다.

💡 한 줄 요약 — 스팩합병은 법적 형식(스팩이 존속)과 회계 실질(우리가 취득자)이 반대로 갑니다(K-IFRS 제1103호 문단 B19). 그런데 스팩이 ‘사업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면 이 거래는 사업결합이 아니어서(문단 3) 제1103호 자체가 적용 배제되고(문단 2⑵), 스팩 주주가 갖는 지분의 공정가치가 스팩 순자산을 넘는 부분은 영업권이 아니라 상장이라는 용역의 대가로 당기비용 처리됩니다(제1102호 문단 13A). 그 금액은 합병계약서의 합병비율이 아니라 측정일의 스팩 주가가 정합니다. 한편 세법은 형식을 그대로 따라 우리를 피합병법인으로 보는데(법인세법 §44①), 적격합병 요건 중 면제되는 것은 통념과 달리 하나뿐입니다.


2026년의 전제부터 다시 놓겠습니다

먼저 사실관계 하나를 정정해야 합니다. 스팩합병을 검토하는 이유로 가장 흔히 들리는 말이 “직상장보다 심사가 가볍다”인데, 2026년 숫자는 그 전제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2026년 연초부터 8월 9일까지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6곳이고, 그중 승인을 받은 곳은 0곳입니다. 같은 기간을 전년과 맞춰 보면 2025년에는 11곳이 신청해 6곳이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예비심사 신청 기업이 2023년 32곳, 2024년 25곳, 2025년 17곳으로 줄었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2023년 17곳, 2024년 17곳, 2025년 9곳입니다. 2025년 7월 시행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으로 상장요건이 강화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이 주로 도전하는 스팩 경로가 요건 강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스팩을 고르는 회사는 있습니다. 존속기간 안에 합병 상대를 찾아야 하는 스팩이 시장에 남아 있고, 밸류에이션을 공모 수요예측이 아니라 협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선택을 말리려는 글이 아니라, 그 선택의 회계 결과가 상장 후가 아니라 합병계약서에 서명하는 시점에 이미 정해진다는 점을 짚는 글입니다.


법적으로는 스팩이 우리를 삼키는데, 회계는 우리가 스팩을 취득했다고 봅니다

코스닥 스팩합병의 통상 구조는 스팩이 존속법인이고 비상장회사가 소멸법인입니다. 상장 지위를 가진 쪽이 살아남아야 하니 당연합니다. 그래서 합병계약서에도, 등기부에도, 법인세 신고서에도 우리 회사는 ‘피합병법인’으로 적힙니다.

재무제표만 반대로 갑니다. K-IFRS 제1103호 문단 B19입니다.

역취득은 증권을 발행한 기업(법적 취득자)을 문단 B13~B18의 지침에 기초하여 회계목적상 피취득자로 식별할 때 생긴다. 지분을 취득당한 기업(법적 피취득자)은 역취득으로 보는 거래에서 회계목적상 취득자이다. 예를 들어 역취득은 때로 비상장기업이 상장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지분이 등록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때 생긴다.

기준서가 예로 든 상황이 스팩합병 그 자체입니다. 판단 기준은 형식이 아니라 지배력입니다. 합병 후 의결권의 다수를 누가 갖는가, 이사회를 누가 구성하는가, 경영진이 누구인가 — 스팩합병에서 이 셋의 답은 사실상 예외 없이 비상장회사 쪽입니다. 스팩 주주가 결합기업 지분의 20%를 갖고 나머지 80%가 우리 주주에게 남는다면, 회계상 취득자는 우리입니다. (대규모 주식매수청구나 합병과 동시에 이뤄지는 제3자배정이 붙으면 지분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판정은 확정된 합병 후 주주구성으로 해야 합니다.)

스팩합병의 법적 방향과 회계 방향이 반대로 가는 구조를 좌우로 비교한 도식
같은 거래를 두 규범이 반대 방향에서 본다. 재무제표는 오른쪽, 세무는 왼쪽을 따른다.

여기까지는 ‘누가 취득자인가’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 돈이 걸리는 지점은 그다음 문장입니다.


갈림길은 스팩이 ‘사업’이냐입니다

문단 B19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거래를 역취득으로 회계처리하기 위하여 회계상 피취득자는 사업의 정의를 충족해야 하며, 영업권 인식 요구사항을 포함한 이 기준서의 모든 인식원칙과 측정원칙을 적용한다.

즉 역취득으로 회계처리하려면 회계상 피취득자, 여기서는 스팩이 사업이어야 합니다. 사업의 정의는 문단 B7에 있습니다. 투입물, 그 투입물에 적용하는 과정, 그리고 산출물 — 세 가지입니다. 과정은 “투입물에 적용할 때 산출물을 창출하거나 산출물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 표준, 프로토콜, 관례, 규칙”이고, 기준서는 괄호를 열어 이렇게 덧붙입니다. “회계, 청구, 급여 그리고 그 밖의 관리시스템은 대체로 산출물을 창출할 때 사용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럼 스팩은 어떤 회사인가. 정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조 제4항 제14호에 있습니다.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고 모집을 통해 주권을 발행하는 법인이고, 요건이 붙습니다. 모집한 금전의 100분의 90 이상을 주금납입일 다음 영업일까지 증권금융회사 등에 예치·신탁할 것(가목), 그 금전을 합병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인출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않을 것 —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주식 매수 등 금융위가 고시하는 불가피한 경우는 인출할 수 있습니다(나목), 주금납입일부터 90일 이내에 상장할 것(마목), 주금납입일부터 36개월 이내에 다른 법인과의 합병등기를 완료할 것(바목).

투입물(예치된 현금)은 있습니다. 산출물도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문단 B7⑶은 산출물에 “투자수익(예: 배당금 또는 이자)을 창출하거나”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스팩의 예치금은 이자를 낳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는 것은 가운데, 즉 과정입니다. 예치금은 제한적 예외를 빼면 합병등기 전까지 인출이 봉쇄돼 있고, 회사는 합병 외의 사업목적을 가질 수 없습니다. 투입물에 적용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시스템·표준·관례가 설계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이 사업을 못 하게 만들어 둔 회사이니, 회계가 사업으로 볼 여지가 좁습니다.

스팩이 사업이 아니면 이 거래는 사업결합이 아닙니다. 문단 3이 정리합니다. “취득 자산이 사업이 아닐 경우에 보고기업은 그 거래나 그 밖의 사건을 자산의 취득으로 회계처리한다.” 그리고 문단 2가 제1103호 전체의 적용을 배제합니다.

이 기준서는 다음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 ⑵ 사업을 구성하지 않는 자산이나 자산 집단의 취득. 이 경우에 취득자는 각각의 식별할 수 있는 취득 자산(기업회계기준서 제1038호 ‘무형자산’의 무형자산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는 자산 포함)과 인수 부채를 식별하고 인식한다. 자산집단의 원가는 매수일의 상대적 공정가치에 기초하여 각각의 식별할 수 있는 자산과 부채에 배분한다. 이러한 거래나 사건에서는 영업권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합니다. 기준서 문언만 보면 초과분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에 배분됩니다. 그런데 스팩합병에서는 그 배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스팩이 들고 오는 식별 가능한 자산은 사실상 예치된 현금 하나이고, 현금은 공정가치가 곧 액면이라 초과분을 얹을 수 없습니다. 배분할 그릇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과분은 갈 곳을 잃습니다.

그러면 그 초과분은 무엇인가. 우리는 스팩 주주에게 결합기업 지분 20%를 넘겨주고 스팩의 현금을 받았습니다. 넘겨준 지분의 가치가 받은 현금보다 크다면, 그 차이만큼 무언가를 더 받은 것입니다. 무엇을 받았는지는 모두가 압니다 — 상장 지위입니다. 다만 상장 지위는 제1038호의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회사와 분리해 팔거나 이전할 수 없고, 계약이나 법에서 나오는 권리도 아니어서 식별가능성 요건에서 막힙니다. 자산으로 세울 수 없다면 남는 처리는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제1102호 ‘주식기준보상’ 문단 13A로 넘어갑니다.

특히 기업이 제공받는 식별 가능한 대가가 부여한 지분상품이나 부담한 부채의 공정가치보다 적어 보인다면, 전형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다른 대가(식별 불가능한 재화나 용역)를 이미 제공받았음(또는 앞으로 제공받을 것임)을 나타낸다. … 이미 제공받은(또는 앞으로 제공받을) 식별 불가능한 재화나 용역은 주식기준보상의 공정가치와 이미 제공받은(또는 앞으로 제공받을) 식별 가능한 재화나 용역의 공정가치 차이로 측정한다. 제공받는 식별 불가능한 재화나 용역은 부여일에 측정한다.

식별 가능한 대가는 스팩의 순자산(사실상 예치된 현금)입니다. 부여한 지분상품의 공정가치는 스팩 주주가 갖게 되는 결합기업 지분의 공정가치입니다. 그 차액이 ‘식별 불가능한 용역’ — 실무에서 부르는 이름으로는 상장비용입니다.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므로, 상각도 손상검사도 없이 합병한 그 해에 전액 손익계산서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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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용의 크기는 우리가 아니라 스팩 주가가 정합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늦게 발견되는 지점입니다. 상장비용의 금액은 합병계약서에서 정한 합병비율이 아니라, 측정일의 스팩 주식 시가가 정합니다.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제1102호 문단 13A는 이 금액을 부여일에 측정하라고 합니다. 스팩합병에서 그 날이 합병등기일인지 지배력이 이전되는 날인지는 구조마다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측정일’로 부르되, 금액을 계산하기 전에 그 날짜부터 감사인과 합의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적어 둡니다.

문단 13A는 “부여한 지분상품의 공정가치”라고만 하고, 그 공정가치를 어느 쪽 지분으로 잴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스팩합병에서는 답이 사실상 하나로 몰립니다. 스팩은 상장회사여서 매일 종가가 찍히는 반면, 우리 회사 지분의 공정가치는 평가서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1103호 문단 33도 사업결합이었다면 “피취득자 지분의 공정가치가 취득자 지분의 공정가치보다 더 신뢰성 있게 측정되는 경우”에 그쪽을 쓰라고 하는데, 스팩합병은 그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 형태입니다. 다만 이것은 기준서가 명시한 선택 규칙이 아니라 실무의 접근이고, 반론도 있습니다 — 스팩은 유통주식 수가 적고 주가에 주식매수청구권·예치금 반환 옵션 같은 지분가치 외 요소가 섞여 있어 시가를 그대로 쓰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스팩이 공모로 100억원을 모아 전액 예치했고 발행주식은 500만주(공모가 2,000원)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400억원으로 평가받아 합병하고,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 주주 80% : 스팩 주주 20%가 됩니다.

  • 측정일 스팩 주가가 2,000원이면 스팩 주주 지분의 공정가치는 100억원. 취득한 순자산 100억원과 같으므로 상장비용 0원.
  • 측정일 스팩 주가가 3,000원이면 지분 공정가치 150억원. 순자산 100억원을 뺀 50억원이 상장비용.
  • 측정일 스팩 주가가 4,000원이면 지분 공정가치 200억원. 100억원이 상장비용.

이 예시는 발기인 주식을 생략한 단순화입니다. 실제 스팩은 발기인이 공모 전에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므로 주당 순자산가치가 공모가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주가가 공모가와 같아도 상장비용이 0이 아니라 이미 양(+)입니다. 아래 도식의 첫 막대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기준선으로 읽어 주십시오.

측정일 스팩 주가에 따라 상장비용이 0억, 50억, 100억으로 커지는 것을 보여주는 누적 막대 도식
합병 발표에 시장이 환호할수록 상장 첫해 비용이 커진다. 현금은 1원도 나가지 않는다.

합병 발표 후 스팩 주가가 오르면, 그 상승분은 주주에게는 수익이고 회사의 손익계산서에는 비용입니다. 시장의 환호가 그대로 상장 첫해 당기순손실로 기록되는 구조입니다.

이 역설이 불편한 이유는 통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합병비율은 협상으로 정하지만 측정일 주가는 정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합병계약 시점에 시나리오를 미리 계산해 두는 것입니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몇 %까지 오르면 상장비용이 얼마가 되는지, 그 금액이 상장 첫해 손익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 — 이 표는 감사인이 요구하기 전에 CFO가 먼저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이 비용은 현금 유출이 없습니다. 영업현금흐름은 그대로입니다. 다만 “당기순이익 한 줄만 움직인다”고 말하면 부정확합니다. 상장비용을 판매비와관리비로 계상하면 영업이익과 EBITDA까지 함께 줄어듭니다. 계상 위치를 감사인과 먼저 합의해 두어야 IR 자료의 조정 EBITDA 정의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장 첫해에 언론·투자자·애널리스트가 가장 먼저 보는 숫자가 그 줄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상장하자마자 적자 전환”이라는 헤드라인이 회계 규칙 하나에서 나오는 상황을, IR 자료가 미리 설명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무 쪽으로 한 칸 더 나가지는 마십시오. 이 비용이 세무상 결손금을 늘려 줄 것으로 가정하고 계산에 넣으면 안 됩니다. 자본거래에서 나온, 현금 유출이 없는 간주 비용의 손금 여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한 쟁점입니다. 회계상 손실이 커진 만큼 이월결손금도 커진다는 전제로 세액 시뮬레이션을 돌려 두었다가 나중에 되돌리는 일이 실무에서 생깁니다.


합병 후 재무제표는 우리 것으로 다시 쓰이는데, 자본금만 스팩 것입니다

역취득의 두 번째 결과는 비교재무제표입니다. 제1103호 문단 B21입니다.

역취득에 따라 작성한 연결재무제표는 법적 지배기업(회계상 피취득자)의 이름으로 발행하지만 법적 종속기업(회계상 취득자)의 재무제표가 지속되는 것으로 주석에 기재하되, 회계상 피취득자의 법적 자본을 반영하기 위하여 회계상 취득자의 법적 자본을 소급하여 수정한다. … 또 연결재무제표에 표시한 비교 정보도 법적 지배기업(회계상 피취득자)의 자본을 반영하기 위하여 소급하여 수정한다.

문단 B22가 이를 항목별로 풀어 놓습니다. 회계상 취득자(우리)의 자산·부채는 사업결합 전 장부금액 그대로, 회계상 피취득자(스팩)의 자산·부채는 기준서에 따라. 그리고 세 번째 항목이 핵심입니다 — “사업결합 직전 법적 종속기업(회계상 취득자)의 이익잉여금과 그 밖의 자본의 잔액“. 다만 자본구조(발행한 지분의 수량과 종류)는 법적 지배기업, 즉 스팩의 것을 씁니다.

두 가지를 미리 밝혀 둡니다. 첫째, B21·B22는 문언상 연결재무제표 규정이지만 스팩합병은 흡수합병이라 단일 실체가 됩니다. 둘째, 앞 절에서 스팩이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제1103호 자체가 적용 배제되므로 B21·B22를 직접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표시 방법을 쓰게 되는 이유는, 기준서가 ‘사업결합이 아닌 역취득 유사 거래’의 표시 방법을 따로 규정하지 않아 B21·B22의 논리를 준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스팩이 사업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직접 적용, 아닌 경우에는 준용 — 결과는 같지만 근거의 성격이 다르므로, 주석 표기와 감사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구분을 지켜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본금은 스팩 것, 이익잉여금은 우리 것. 그리고 여기서 실무 오해가 하나 깨집니다. 스팩합병으로 상장하면 재무제표가 새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결손금이 그대로 따라옵니다. 거기에 방금 계산한 상장비용까지 얹힙니다.

숫자를 이어서 보겠습니다. 합병 직전 우리 회사가 자본금 20억(2,000만주·액면 100원), 자본잉여금 180억, 결손금 △80억으로 자본총계 120억이라고 하겠습니다. 스팩도 액면 100원이고, 앞 절의 주가 3,000원 시나리오를 그대로 씁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은 우리 회사 ‘평가액 400억’과 장부상 ‘발행 지분 200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 B22가 더하라는 것은 평가액이 아니라 사업결합 직전에 유통되던 발행 지분의 장부금액입니다.

문단 B22 제4호는 합병 후 발행 지분의 인식금액을 “법적 지배기업(회계상 피취득자)의 공정가치에 사업결합 직전에 유통되던 법적 종속기업(회계상 취득자)의 발행 지분을 더하여 결정”하라고 합니다. 스팩의 공정가치 150억에 우리 회사의 발행 지분 200억(자본금 20억 + 자본잉여금 180억)을 더하면 350억입니다. 그런데 자본구조는 스팩의 것을 쓰므로, 이 350억은 합병 후 총 2,500만주(우리 주주 2,000만주 + 스팩 주주 500만주)에 대응하는 자본금 25억과 자본잉여금 325억으로 쪼개집니다. 이익잉여금 자리에는 우리 결손금 80억에 상장비용 50억을 더한 △130억이 앉고, 자본총계는 220억이 됩니다.

스팩합병 후 자본금은 스팩의 자본구조를, 결손금은 회계상 취득자의 이익잉여금을 따르는 구조를 보여주는 3열 비교 도식
상장비용 50억은 자본총계를 줄이지 않는다. 자본 항목에서 결손금으로 자리만 옮긴다.

상장비용의 회계처리를 뜯어보면 이 도식이 이해됩니다. 차변에 상장비용 50억, 대변에 자본 50억입니다. 손익계산서에서 50억을 깎고 자본에서 50억을 늘리므로 자본총계는 1원도 변하지 않습니다. 자본잠식률도 그대로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당기순손실과 결손금뿐입니다.

그래서 이 비용의 실질적 부담은 ‘자본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규범들이 당기순손실을 읽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세 군데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주당이익입니다. 역취득에서는 비교표시되는 주당이익도 소급 조정되므로, 상장 첫해 EPS는 우리가 익숙한 계산과 다르게 나옵니다.

둘째, 배당가능이익입니다. 상법 제462조 제1항의 배당가능이익은 결손금이 아니라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준비금을 빼는 구조로 계산됩니다. 여기서 상장비용의 상대계정이 어느 자본잉여금 계정이냐를 따질 실익은 없습니다. 상법 시행령 제18조가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잉여금을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하여야 한다“고 정하기 때문에(상법 제459조 제1항의 위임),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잡든 기타자본잉여금으로 잡든 결국 자본준비금이고 똑같이 차감됩니다.

그래서 결론은 오히려 단순합니다. 상장비용은 자본총계를 1원도 줄이지 않으면서 배당가능이익만 그 금액만큼 줄입니다. 순자산은 그대로인데 차감 항목인 자본준비금이 상장비용만큼 늘기 때문입니다. 위 예시로는 배당가능이익이 △80억에서 △130억으로 내려갑니다. 자본잠식률이 안 움직인다고 해서 자본 쪽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셋째, 상장 유지 요건입니다. 대규모 손실은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요건 판정에 그대로 들어갑니다(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3조).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각각 자기자본의 50%를 넘으면서 10억원 이상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났고 최근 사업연도에도 그 손실이 났다면 지정 사유가 됩니다. 기술성장기업은 상장일이 속한 사업연도를 포함해 3개 사업연도, 이익미실현기업은 5개 사업연도 동안 이 요건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스팩합병에는 여기에 물음표가 하나 붙습니다. 유예의 기산점이 ‘상장일’인데, 스팩합병에서는 존속법인인 스팩이 이미 몇 년 전에 상장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병 상장을 새 상장일로 보는지는 거래소에 미리 확인해 두십시오. 그리고 현금유출이 없는 상장비용이라고 해서 이 판정에서 빠진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인접 논점은 앞선 글들에서 다뤘습니다. 사업결합으로 인정될 때 영업권이 어떻게 배분되고 이후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ppa-영업권-무형자산]]에, 상장을 준비하는 순간 외부감사 의무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외부감사-대상-상장예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세무는 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 그리고 생각보다 덜 면제됩니다

마지막 축입니다. 회계가 방향을 뒤집는 동안 세법은 형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법인세법 제44조 제1항은 “피합병법인이 합병으로 해산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자산을 합병법인에 양도한 것으로 본다”고 하고, 그 양도손익을 피합병법인의 소득으로 잡습니다. 스팩합병에서 해산하는 쪽은 우리입니다. 회계상 취득자인 우리가 세무상으로는 양도손익 과세 대상이 됩니다.

과세를 이연하려면 적격합병이어야 합니다. 요건은 제44조 제2항의 네 가지이고, 여기서 실무 오해를 하나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스팩합병이면 적격합병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조문을 나란히 놓아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1. 합병등기일 현재 1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 간의 합병일 것. 다만,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의 경우는 본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2. 합병법인이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종료일까지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할 것. 다만, 피합병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인 경우에는 본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80조의2 제2항이 정합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조 제4항 제14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법인, 즉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입니다.

1호 단서는 스팩이 어느 쪽이든 작동합니다. 다만 그 효과는 스팩에 대해서만 1년 이상 사업영위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것이지, 우리 회사까지 면제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합병등기일 현재 1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회계가 “사업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그 사실을 세법은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 회사이니 그쪽 요건은 묻지 않겠다”로 처리합니다. 같은 사실이 회계에서는 비용을 만들고, 세법에서는 스팩 쪽 요건만 지웁니다.

3호 단서는 다릅니다. 단서의 주어가 ‘피합병법인’입니다. 스팩이 존속법인인 통상 구조에서 피합병법인은 우리 회사이므로, 이 단서는 발동하지 않습니다. 즉 합병법인인 스팩이 우리에게서 승계받은 사업을 그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계속해야 하고, 시행령 제80조의2 제7항에 따라 그 기간에 승계한 자산(유형·무형·투자자산)의 2분의 1 이상을 처분하거나 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3호 요건은 깨집니다. 시행령 제80조의2 제5항 제4호가 “피합병법인인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지배주주등”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방증입니다 — 3호 단서는 스팩이 소멸하는 반대 구조를 위해 마련된 조문입니다.

면제가 하나 더 있기는 합니다. 제44조 제2항 제2호는 합병대가의 80% 이상이 주식일 것, 그 주식이 시행령 제80조의2 제4항의 지분비율 이상으로 배정될 것,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피합병법인의 주주등”이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주식을 보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 주주가 누구인지를 시행령 제80조의2 제5항이 정하는데, 지배주주등 중 다음에 해당하는 자를 제외한다고 하면서 제3호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 “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하는 피합병법인의 지배주주등인 자“.

읽는 그대로입니다. 스팩과 합병하는 회사의 창업자·대주주는 세법상 주식보유(락업) 요건의 대상에서 빠집니다. 다만 여기서 실무 혼동이 자주 생기므로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이것은 법인세법상 적격합병 요건에서 빠진다는 뜻이지, 거래소의 의무보유(보호예수)까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 규범은 목적도 기간도 다릅니다. “세무 검토에서 락업이 없다고 했다”는 말이 상장 규정 쪽으로 잘못 전달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정리하면 스팩이 존속하는 통상 구조에서 실제로 관리해야 할 요건은 세 개입니다.

합병대가의 80% 이상이 주식이고 지분비율 이상으로 배정될 것(제2호). 스팩합병에서 우리 주주가 받는 대가는 통상 스팩 신주 전량이므로 대개 충족됩니다. 유의할 것은 시행령 제80조의2 제3항의 합병포합주식 규정인데, 합병법인(스팩)이 합병등기일 전 2년 내에 취득한 피합병법인 주식이 있으면 일정 부분을 금전으로 교부한 것으로 봅니다. 스팩은 모집금액의 90% 이상이 인출 제한 상태로 묶여 있어 사전에 지분을 사 모을 현금이 사실상 없으므로 구조적으로 걸리기 어렵습니다. 발기인이나 주관사가 개인·법인 자격으로 우리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는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니지만, 지배주주등 판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할 것(제3호). 앞서 본 대로 이 요건은 면제되지 않습니다. 합병 후 사업 재편이나 자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시점이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를 넘어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근로자 승계 비율 80% 이상(제4호). 합병등기일 1개월 전 당시 피합병법인, 즉 우리 회사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80% 이상을 합병법인이 승계하고, 합병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비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잘 안 보이는 변수가 합병 시점입니다. 기준이 되는 사업연도는 존속법인인 스팩의 사업연도인데, 12월 결산이라면 11월 합병등기는 유지 기간이 두 달이고 1월 합병등기는 열한 달입니다. 상장 직후는 스톡옵션 행사와 이직이 몰리는 구간이라, 합병등기일을 사업연도 초로 잡을수록 이 요건이 실제 리스크가 됩니다. 임원, 정년 도래 예정자, 일용근로자 등은 시행령 제80조의2 제6항에 따라 모수에서 빠지지만, 근로계약기간 6개월 미만이라도 연속 갱신으로 합병등기일 1개월 전 당시 총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면 다시 포함되므로(같은 항 제5호 단서) 판정 대상 인원부터 정확히 세어야 합니다.

승계한 결손금의 쓰임에도 제한이 붙습니다. 법인세법 제45조 제2항은 승계한 피합병법인의 결손금을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의 범위에서” 공제하도록 합니다. 그 소득을 가려내려면 원칙적으로 제113조 제3항의 구분경리가 필요한데, 같은 항 단서가 “중소기업 간 또는 동일사업을 하는 법인 간에 합병하는 경우”에는 구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고, 구분하지 않으면 자산가액 비율로 안분합니다(제45조 제1항). 여기에 제45조 제5항의 한도가 겹칩니다 — 승계한 결손금 공제는 승계받은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의 80%(중소기업은 100%)까지입니다. 결손금이 회계상 그대로 따라온다고 해서 세무상으로도 전액 즉시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적격합병의 결손금 승계 구조는 [[적격합병-이월결손금-승계]]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결정 시점에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것

스팩합병을 검토 중이라면, 합병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다음 네 가지를 계산해 두시기 바랍니다.

  1. 스팩이 사업의 정의를 충족하는지에 대한 감사인의 사전 견해. 이 답 하나가 영업권이냐 당기비용이냐를 가르고, 합병 후 재무제표 표시의 근거가 직접 적용이냐 준용이냐까지 갈립니다. 계약 후에 물으면 이미 늦습니다.
  2. 측정일 스팩 주가 시나리오별 상장비용 표. 공모가 대비 +0%, +50%, +100% 세 구간이면 충분합니다. 그 금액이 상장 첫해 당기순손익과 영업이익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 계상 위치까지 붙이십시오.
  3. 합병 후 자본 구성 시산표. 자본금은 스팩의 자본구조, 이익잉여금은 우리 결손금에 상장비용을 더한 값입니다. 이 표가 있어야 배당가능이익과 관리종목 요건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4. 합병등기일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 근로자 승계 비율 유지 기간과 사업계속 요건의 관찰 기간이 여기서 함께 정해집니다. 존속법인 사업연도 말에 가까울수록 짧아집니다.

스팩합병의 회계는 상장 후에 처리하는 사후 절차가 아닙니다. 합병비율과 합병등기일을 정하는 순간, 상장 첫해 손익계산서의 모양과 과세이연 요건의 통과 여부가 함께 정해집니다. 그 계산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느냐, 감사 시즌에 통보받느냐의 차이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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