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되사준 내 주식, 양도소득 11%인 줄 알았는데 의제배당으로 최고 49.5% — 자기주식 취득은 ‘얼마에’가 아니라 ‘왜 샀나’로 세금이 갈립니다

공동창업자 한 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가 가진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남는다. 대표는 “회사가 그 주식을 되사주면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자금은 회사에 있고, 남은 주주들 지분율도 자연히 올라가니 합리적으로 보인다. 초기 출자가 5,000만 원이던 그 지분을 지금 가치인 3억 원에 회사가 사들이기로 한다. 떠나는 창업자는 차익 2억 5,000만 원에 양도소득세 11%, 2,750만 원만 내면 된다고 계산한다. 그런데 몇 달 뒤, 세무서는 이 거래를 ‘양도’가 아니라 ‘배당’으로 본다. 같은 2억 5,000만 원에 세율이 네 배로 뛴다.

💡 한 줄 요약 — 회사가 주주에게서 자기주식을 되살 때, 파는 주주의 세금은 매매가격이 아니라 회사의 ‘취득 목적’으로 갈립니다. 소각(감자) 목적이면 배당소득(의제배당)으로 종합과세돼 최고 49.5%, 소각 외 매매목적이면 양도소득으로 중소기업 소액주주는 11%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결의 내용·취득 후 처리 같은 정황으로 판정됩니다. 비상장 스타트업에는 그 앞에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라는 관문이 하나 더 있어, 누적결손이면 회사가 되사는 것 자체가 막힙니다.


세금을 가르는 건 ‘되산 가격’이 아니라 ‘되산 목적’이다

주주가 자기 주식을 회사에 넘기고 돈을 받으면, 직관적으로는 ‘주식을 팔았으니 양도소득’이다. 실제로 절반은 맞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 회사가 그 주식을 ‘왜’ 사느냐다.

소득세법은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로 주주가 받은 대가가 그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배당으로 본다(의제배당). 회사가 주식을 소각할 목적(감자)으로 사들이면, 파는 주주가 받은 돈은 ‘주식 양도 대금’이 아니라 ‘감자 대가’가 되고, 취득가액을 넘는 부분은 배당소득으로 잡힌다. 반대로 회사가 소각이 아닌 매매·보유 목적으로 사면, 그건 통상의 주식 양도이므로 양도소득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있다. 두 경우 모두 과세되는 ‘금액’은 같다. 대가 3억 원에서 취득가액 5,000만 원을 뺀 2억 5,000만 원이다. 갈리는 건 금액이 아니라 그 2억 5,000만 원에 붙는 ‘소득의 이름’이다. 양도소득이면 중소기업 소액주주는 11%(지방소득세 포함) 단일세율로 2,750만 원이다. 배당소득이면 그해 다른 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라 개인마다 다르지만, 금융소득 2,000만 원을 넘는 구간은 최고 49.5%까지 누진해, 최고구간이면 세금이 네 배를 넘게 뛴다.

직원 스톡옵션이 행사하는 순간 근로소득이냐 양도소득이냐로 갈린다는 걸 앞선 편에서 짚었는데,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넘길 때는 같은 논리가 배당소득이냐 양도소득이냐로 반복된다. 받은 돈은 같아도, 소득의 이름이 세금을 정한다.

같은 차익 2억 5,000만 원이라도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이 매매목적이면 양도소득 11%로 2,750만 원, 소각목적이면 의제배당으로 종합과세돼 최고 약 1억 2,000만 원까지 세금이 갈린다는 비교 도식
과세 대상 금액은 2억 5,000만 원으로 같다 — 갈리는 건 세율이다(배당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 최고구간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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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이냐 매매냐’는 계약서가 아니라 정황으로 갈린다

그러면 취득 목적은 누가 정하나. 계약서에 ‘매매목적’이라고 써두면 양도소득이 되나. 그렇지 않다. 세법은 실질로 판단한다. 회사가 주식을 되산 뒤 실제로 소각했는지, 주주총회·이사회 결의가 감자였는지 자기주식 취득이었는지, 당사자들이 애초에 무엇을 의도했는지 — 이런 정황이 소득의 성격을 정한다.

2011년 개정상법으로 비상장회사도 자기주식을 사서 특별한 처분 시한 없이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취득 목적을 가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 지점에서 대법원은, 사후에 소각이 이뤄졌다는 결과만으로 곧장 배당으로 과세할 수는 없고 취득 당시 주주가 소각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뒤집어 말하면, 취득 당시 정황이 이미 소각을 향하고 있으면 계약서에 ‘매매’라고 적어도 배당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류의 제목이 아니라 거래의 실질이 세금을 정한다.

계산도 짚고 넘어가자. 의제배당으로 잡히더라도 받은 3억 원 전부가 배당은 아니다. 주주가 원래 출자한 5,000만 원은 자기 돈을 돌려받는 것이라 과세 대상이 아니고, 그 취득가액을 넘는 2억 5,000만 원만 배당소득이 된다. 그리고 이 배당에 대해서는 회사가 지급 시점에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회사가 ‘주식을 사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원천징수 의무가 회사에 남는다.

회사가 되사준 대가 3억 원 중 원래 출자한 5,000만 원은 비과세로 회수되고 취득가액을 넘는 2억 5,000만 원만 의제배당으로 과세된다는 분할 막대 도식
원래 출자한 5,000만 원은 자기 돈 회수라 과세 대상이 아니고, 취득가액을 넘는 2억 5,000만 원만 과세된다.

회사가 주주 주식을 되살 때 세금을 가르는 건 매매가격이 아니라 ‘소각이냐 매매냐’는 취득 목적이고, 그 목적은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결의·처리 같은 정황으로 판정됩니다.


스타트업엔 그 앞에 관문이 둘 더 있다 — 배당가능이익, 그리고 시가

소득 구분을 따지기 전에, 비상장 스타트업에는 더 앞선 관문이 있다. 상법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는 데 ‘배당가능이익’이라는 한도를 건다. 직전 결산기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법정준비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뺀 금액 — 즉 배당으로 나눠줄 수 있는 이익의 범위 안에서만 자기주식을 살 수 있다. 절차도 미리 주주총회(또는 이사회) 결의로 취득할 주식의 종류·수와 취득가액 총액의 한도, 1년 이내의 취득 기간을 정해둬야 한다.

성장 단계 스타트업 상당수가 여기서 막힌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매년 적자를 쌓아온 회사는 배당가능이익이 없거나 마이너스다.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회사는 자기주식을 살 수 없다. ‘떠나는 창업자 지분을 회사가 되사주면 되지’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엔 회사가 아니라 남은 대주주나 새 투자자가 그 지분을 사들이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세금 계산도 통상의 주주 간 양도로 완전히 달라진다.

흑자 회사는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준비금을 빼도 배당가능이익이 남아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지만 누적결손 스타트업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취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비교 도식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회사는 자기주식을 살 수 없다 — 되사기 전에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배당가능이익이라는 관문을 통과해 회사가 되살 수 있다 해도, 마지막으로 ‘가격’이 남는다. 되사는 가격은 시가여야 한다. 특수관계인 주주에게서 시가보다 비싸게 사면 그 초과분은 회사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고(부당행위계산부인), 시가보다 싸게 사면 그 차액이 회사 이익으로 잡히거나 이득 본 다른 주주에게 증여세가 붙는다. 여기서 시가는 협상으로 정한 그 3억 원이 아니라, 비상장주식은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액으로 다시 계산된다. 투자 밸류와 세법상 평가액이 다른 숫자라는 점은 비상장주식 평가를 다룬 편에서 짚은 그대로다.

그래서 반대편 — 세무조사관, 투자 실사팀, 인수 협상 상대 — 이 자기주식 거래를 볼 때 던지는 질문은 정해져 있다. 이 취득이 소각목적이었나 매매목적이었나, 되산 가격은 시가였나,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은 있었나. 이 세 질문에 서류와 정황으로 답이 서지 않으면, 깔끔해 보이던 지분 정리가 배당소득 과세와 원천징수 누락, 부당행위 부인이라는 세 개의 꼬리표를 달고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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