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지주회사를 세우고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붙였습니다. 투자금은 미국 모회사가 받았고, 한국 법인 자본금은 등기할 때 넣은 1억 원 그대로입니다. 운영자금은 모회사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줍니다. 지금까지 20억 원, 이자는 연 5%로 적었습니다.
결산할 때 그 이자 1억 원을 비용으로 넣었습니다. 세무서는 그중 9,000만 원을 비용에서 걷어냅니다.
💡 한 줄 요약 — 국외지배주주로부터 빌린 돈이 그 주주의 출자금액의 2배를 넘으면, 초과분 이자는 손금에 산입되지 않습니다(국조법 §22②). 함정은 두 곳입니다. 첫째, 지분 50% 미만이어도 사업자금의 절반 이상을 그쪽에서 빌리면 국외지배주주가 됩니다(시행령 §45①3호·같은 영 §2②3호라목) — 대여금이 커질수록 규제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둘째, 배수를 피해도 §24가 남고, 적자 회사는 조정소득금액이 0으로 간주되어(시행령 §54④) 이자가 전액 부인됩니다.
투자 실사나 상장 심사에서 해외 모회사가 있는 회사에 오는 질문은 “모회사에서 얼마 빌렸느냐”가 아닙니다. “그 돈은 왜 출자가 아니라 대여였느냐”입니다. 답이 “출자하면 나중에 회수가 어려워서요”라면, 반대편은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습니다. 국조법 §22가 잡으려는 게 정확히 그 동기이기 때문입니다.
📋 목차
왜 빌려주면 문제인가
모회사가 자회사에 돈을 넣는 방법은 둘입니다. 출자하면 배당으로 회수하고, 배당은 자회사의 세후 이익에서 나옵니다. 빌려주면 이자로 회수하고, 이자는 자회사의 비용입니다. 같은 돈을 같은 곳에 넣는데, 하나는 한국에서 법인세를 내고 나가고 다른 하나는 내기 전에 나갑니다.
그래서 세법은 자본 대비 차입금이 일정 배수를 넘으면 그 초과분을 ‘사실상 출자’로 보고 이자를 손금에서 뺍니다. 일반 업종 2배, 금융업 6배입니다(국조법 §22②, 시행령 §50①).
국외지배주주의 출자금액은 재무상태표상 순자산과 납입자본금(시행령 §47①1호나목의 계산식: 자본금 + (주식발행액면초과액 및 감자차익) − (주식할인발행차금 및 감자차손)) 중 큰 쪽에 그 주주의 납입자본금비율을 곱해 구합니다(시행령 §47①). 위 사례에서 순자산은 누적결손으로 마이너스, 납입자본금은 1억이니 출자금액은 1억입니다. 허용 차입금은 2억. 실제 차입금 20억 중 18억이 초과분이고, 차입금 잔액이 연중 일정했다고 보면 초과차입금적수가 전체의 90%이므로 이자 1억 × 90% = 9,000만 원이 손금불산입됩니다(시행령 §48① — 초과차입금적수 × 이자율).
한국 자회사의 자본금이 작을수록 배수는 커집니다. flip 구조에서 투자금을 미국 모회사가 받고 한국 법인에는 등기 최소 자본금만 남겨두는 순간, 2배 기준선은 사실상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지분 50% 미만입니다”가 통하지 않는 이유
여기서 대부분의 CFO가 안심합니다. 외국계 VC가 20%, 해외 SI가 30%. 어디에도 50%가 없으니 국외지배주주는 없다는 계산입니다.
시행령 §45①은 국외지배주주를 세 갈래로 정의합니다. 1호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직간접 소유한 외국주주, 2호는 그 외국주주가 50% 이상 소유한 외국법인. 여기까지가 흔히 알려진 지분 기준입니다. 문제는 3호입니다. “내국법인과 제2조제2항제3호의 관계가 있는 외국주주.” 여기서 인용된 제2조는 국조법이 아니라 같은 시행령의 제2조입니다(국조법 §2②는 용어의 예를 정한 조항이고, 특수관계 정의는 법 §2①3호에 있습니다).
시행령 §2②3호는 사업 방침의 전부 또는 중요한 부분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관계를 다섯 갈래로 열거합니다. 스타트업이 걸리는 자리는 세 곳입니다.
- 가목: 대표임원이나 전체 임원의 절반 이상이 상대 법인의 임원·종업원이거나,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년 이내에 그 지위에 있었을 것. flip 구조에서 미국 모회사 임원이 한국 법인 대표를 겸하는 건 표준에 가깝습니다.
- 라목: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50% 이상을 상대방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상대방의 지급보증으로 조달할 것.
- 마목: 사업활동의 50% 이상을 상대방이 제공하는 지식재산권에 의존할 것. 모회사 IP를 라이선스 받아 한국에서 개발·판매하는 구조가 여기 들어갑니다.
라목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빌린 돈이 사업자금의 절반을 넘으면 그 자체가 특수관계를 성립시키는 방법으로 열거되어 있고, 상대가 지분을 조금이라도 가진 외국주주라면 3호를 타고 국외지배주주가 됩니다. 그러면 바로 그 대여금이 §22의 계산 대상이 됩니다. 지분율이 낮아서 안전한 게 아니라, 대여금이 커진 사실 자체가 지배주주 지위를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시행령 §2②는 “특수관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관계로 한다”고 못 박고, 그 3호가 실질적 결정의 방법을 각 목으로 한정 열거합니다. 라목에 해당하면 그 자체가 ‘사업 방침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경우’이고, 지분율을 따로 심사하지 않습니다.
지급보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회사가 지급보증을 서서 한국 법인이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은, 대여가 아니라 은행 차입인데도 §22②3호에 따라 배수 계산에 들어갑니다. 보증만 섰을 뿐인데 계산식에 잡힙니다.
적자면 피해 간다는 오해
“우리는 결손이라 손금 좀 부인돼도 세금은 0인데요.” 이 문장이 이 주제에서 가장 비싼 오해입니다.
§22 옆에 §24가 나란히 있습니다. 국외특수관계인 차입금에 대한 순이자비용이 조정소득금액의 30%를 초과하면 초과분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습니다. 조정소득금액은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을 빼기 전의 소득금액, 즉 세무 기준 EBITDA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시행령 §54④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조정소득금액이 음수인 경우에는 이를 영으로 본다.
현금을 태우는 스타트업의 조정소득금액은 음수입니다. 0으로 간주되면 30% 한도도 0이고, 한도가 0이면 순이자비용 전액이 손금불산입됩니다. §22의 2배 배수를 아무리 잘 맞춰놔도, 적자인 해에는 §24가 이자를 통째로 걷어갑니다. §24의 적용 배제 대상은 금융·보험업뿐이고(시행령 §55), 소규모 면제는 없습니다.
반대로 흑자면 §22가 작동합니다. 모회사에 개발·지원 용역을 제공하고 원가에 마진을 얹어 받는 한국 자회사는 이전가격 논리상 구조적으로 소폭 흑자입니다(지난 글 ‘해외 자회사에 원가로 청구한 용역대가, 세법은 마진을 붙였어야 한다고 봅니다’ 참조). 이런 회사는 §22의 손금부인이 곧바로 현금 세금이 됩니다.
§26①은 §22와 §24가 동시에 적용될 때 손금불산입액이 크게 계산되는 쪽 하나만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유리한 쪽을 고르는 조항이 아닙니다. 불리한 쪽으로 확정하는 조항입니다.
부인된 손금은 사라지지 않고 이월결손금을 그만큼 깎습니다. 결손금은 흑자전환 첫해 세금을 막아주는 자산이므로(지난 글 ‘적자는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흑자전환 첫해 세금을 막는 자산입니다’ 참조), 적자 기간에 쌓인 손금부인은 흑자전환하는 해에 청구서로 돌아옵니다.
같은 손금부인인데 두 번째 청구서가 다르다
손금부인된 금액은 사외로 나갔으니 소득처분이 따라붙는데, 빌린 경로에 따라 착지점이 갈립니다(시행령 §49).
- 국외지배주주로부터 직접 차입(§22②1호) → 배당으로 처분. 배당이므로 원천징수를 다시 계산합니다.
- 국외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차입(2호), 국외지배주주의 지급보증으로 제3자에게서 차입(3호) → 기타사외유출. 원천징수 없이 손금부인만.
‘배당 간주’는 무섭게 들리지만 여기서 정직하게 짚을 게 있습니다. 국내법상 이자와 배당의 원천징수 세율은 둘 다 20%로 같습니다(법인세법 §98①1호나목·2호). 한미조세조약을 적용하면 이자는 12%입니다(제13조 제2항). 배당은 원칙 15%이고, 수취법인이 지급법인의 의결권주식 10% 이상을 일정 기간 보유하고 직전 과세연도 지급법인 총소득의 25% 이하만 이자·배당으로 구성된 경우에만 10%로 내려갑니다(제12조 제2항). 즉 요건을 갖춘 모회사라면 배당으로 재구성될 때 원천세가 오히려 줄지만, 요건을 못 갖추면 12%에서 15%로 올라갑니다. 이미 이자로 뗀 세액은 배당 세액과 상계 조정하고(§22⑤), 환급받을 세액이 있으면 신청합니다(시행령 §52).
그러니 이 제도의 실질 청구서는 원천세가 아니라 손금부인 그 자체입니다. 9,000만 원 손금부인은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만큼 늘립니다. ‘배당 간주’라는 표현이 주는 위협감이 오히려 초점을 흐립니다.
빠져나가는 문은 하나, 그것도 신고기한까지만
§22④에 예외가 있습니다. 차입 규모와 조건이 특수관계 없는 자 사이의 통상적인 수준과 같거나 유사함을 증명하면 배수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행령 §51①이 이 문을 좁게 만듭니다. 두 가지 자료를 법인세 신고기한까지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① 이자율·만기일·지급방법·자본전환 가능성·다른 채권과의 우선순위 등을 볼 때 그 차입금이 사실상 출자가 아니라는 증명 자료, ② 같은 업종에서 사업 규모·경영 여건이 유사한 비교가능 법인의 자기자본 대비 차입금 배수(비교대상배수) 자료. 둘 다 필요하고, 신고기한이 지나면 문이 닫힙니다. 세무조사에서 지적받은 뒤 자료를 만들어 내는 경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예외는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면제’가 아닙니다. 시행령 §51②은 차입금 배수가 비교대상배수를 초과하면 §48을 준용해 손금불산입액을 계산한다고 정합니다. §22④가 하는 일은 기준선을 2배에서 업계 실제 배수로 갈아 끼우는 것이지 손금부인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업계 배수가 4배라면 4배 초과분이 여전히 부인됩니다.
한 가지 더. 시행령 §53①은 국외지배주주등차입금이 있기만 하면 법인세 확정신고 시 조정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합니다. 배수를 초과하지 않아도 제출 대상입니다. 이 명세서를 내지 않는 것 자체에 붙는 과태료는 없습니다 — 국조법 §87① 과태료는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국제거래명세서·글로벌최저한세정보신고서에 한정됩니다. 다만 제출 대상인데 낸 적이 없다는 건, 배수를 계산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언제 손대야 하나
이 주제의 실행 타이밍은 결산이 아닙니다. 돈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모회사나 외국계 투자자가 자금을 넣는 시점에 출자와 대여를 어떻게 나눌지가 그해 배수를 확정합니다. 출자금액은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로 판정하되 연중 자본이 변동하면 기간별 적수로 안분하고(시행령 §45①·§47①②), 차입금은 종료일 잔액이 아니라 초과차입금적수로 계산합니다(시행령 §48①). 그래서 연중에 대여금을 출자전환하면 그해 배수가 달라지지만, 12월에 전환해도 그해 전체가 구제되지는 않습니다.
반대편이 던질 첫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그 돈은 왜 출자가 아니라 대여였습니까.” 이 질문에 이자율·만기·우선순위를 근거로 답할 수 있는 회사와, “회수가 편해서요”라고 답하는 회사 사이에 §22④의 문이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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