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으로만 털던 사무실·서버 리스가 K-IFRS에서는 사용권자산과 부채가 됩니다 — RCPS를 정리해도 부채비율이 한 번 더 뛰는 두 번째 경로

시리즈 C를 마친 스타트업이 상장 준비에 들어가면서, 자본으로 잡혀 있던 RCPS를 전부 보통주로 정리했다고 합시다. 투자금이 온전히 자본으로 돌아왔으니 부채비율 문제는 끝난 줄 압니다. 그런데 지정감사인이 K-IFRS 전환 검토를 마치고 나면 부채가 다시 10억 넘게 늘어 있습니다. 이번엔 투자 계약서가 아니라 사무실 임대차계약서와 서버 리스계약서에서 나온 부채입니다. 그동안 ‘월세’처럼 비용으로만 털던 리스가, K-IFRS에서는 자산과 부채로 대차대조표에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 한 줄 요약 — 비상장 스타트업이 사무실·서버·차량을 빌려 쓰며 ‘월세’처럼 비용으로만 처리하던 운용리스는, K-IFRS 제1116호로 전환하면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재무상태표에 올라옵니다. 단기(12개월 이하)·소액 리스만 예외입니다. 이때 부채비율은 RCPS 재분류와는 다른 경로로 뜁니다 — RCPS가 자본을 부채로 옮겨 자본을 깎는다면, 리스는 자본을 건드리지 않고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부풀립니다. 그래서 RCPS를 다 정리해도 부채비율은 한 번 더 오릅니다. 게다가 비용은 초기로 앞당겨지고, 이 조정은 전환일로 소급됩니다.


월세로 비용 처리하던 리스가, 자산과 부채로 대차대조표에 올라옵니다

먼저 비상장 시절의 처리부터.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제13장은 리스를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나누고, 사무실·차량 같은 통상적인 운용리스는 재무상태표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습니다. 최소리스료를 리스기간에 걸쳐 균등하게 배분해 비용으로 인식할 뿐입니다(일반기업회계기준 13.19). 재무상태표만 보면 회사가 5년짜리 사무실 계약에 묶여 있어도 그 흔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낼 리스료 총액은 주석에 미래 최소리스료로만 적힙니다(일반기업회계기준 13.20).

K-IFRS 제1116호는 이 구조를 뒤집습니다. 리스이용자는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를 더 이상 구분하지 않고, 거의 모든 리스에 대해 사용권자산과 그에 상응하는 리스부채를 인식합니다. ‘빌려서 쓸 권리’를 자산으로, ‘앞으로 낼 리스료’를 부채로 동시에 세우는 겁니다. 예외는 둘뿐입니다(제1116호 문단 5). 리스기간이 12개월 이하인 단기리스(매수선택권이 있는 리스는 단기리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초자산이 소액인 리스입니다. 소액은 기준서 본문이 특정 금액으로 못 박지 않습니다. 결론도출근거는 태블릿·개인 컴퓨터·소형 사무용 가구·전화기 리스를 예로 들면서, 2015년 그 면제 규정에 결론을 낼 당시 기초자산이 새것일 때 미화 약 5,000달러 이하인 리스를 염두에 뒀다고 밝힐 뿐입니다(제1116호 BC100). 이 둘에 해당하면 종전처럼 리스료를 비용으로 털 수 있지만, 스타트업의 사무실·업무용 차량·복합기 장기 계약은 대개 여기서 벗어납니다. 기준서가 직접 못 박은 것도 있습니다 — 자동차는 새것일 때 일반적으로 소액이 아니므로 자동차 리스는 소액자산 리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문단 B6).

여기서 실무적으로 먼저 갈리는 질문은 ‘무엇이 리스인가’입니다. 제1116호에서 리스는 ‘대가와 교환하여 식별되는 자산의 사용 통제권을 일정 기간 이전하는 계약’입니다(문단 9). 사무실 임차, 업무용 차량, 데이터센터에 세워둔 전용 서버·랙은 대체로 리스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순수한 클라우드·SaaS 사용료는 리스가 아닐 수 있습니다 — 공급자가 어떤 서버로 서비스할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면 그 대체권이 실질적이어서 ‘식별되는 자산’이 없고, 따라서 통제도 없기 때문입니다(문단 B14). “IT·인프라 지출은 다 리스로 잡히겠지”가 아니라, 계약마다 식별되는 자산과 통제 여부로 갈립니다. 한 가지 더, 한국식 임대차의 큰 보증금은 리스부채가 아닙니다. 보증금은 돌려받을 별도의 예치금(금융자산)이고, 리스부채로 잡히는 건 앞으로 낼 월세의 현재가치입니다.

같은 사무실 리스가 K-GAAP에서는 재무상태표 밖 월세 비용이고 K-IFRS 제1116호에서는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대차대조표에 인식되는 것을 비교한 도식.
같은 계약인데, 재무상태표 밖에 있던 리스가 K-IFRS에선 자산과 부채로 올라온다.

K-GAAP에서 ‘월세’로 비용만 털던 사무실·서버 리스가, K-IFRS에서는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대차대조표에 올라옵니다. 단기·소액 리스만 예외입니다.


부채비율이 뛰는 ‘두 번째 경로’ — RCPS 재분류와는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RCPS나 리스나 “부채가 늘어 비율이 오른다”로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대차대조표에서 둘이 움직이는 방식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이 블로그의 ‘RCPS 편’에서 다뤘듯, RCPS 재분류는 자본에 있던 투자금을 부채로 옮깁니다. 자산은 그대로인데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죠. 부채비율의 분자는 커지고 분모는 작아지니, 비율이 양쪽에서 악화됩니다.

리스는 다릅니다. 재무상태표 밖에 있던 리스를 안으로 들여오면 사용권자산(자산)과 리스부채(부채)가 같은 금액으로 동시에 생깁니다. 전환 시점에는 자본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부채비율의 분자만 커지고 분모는 유지되는 겁니다. 자본을 깎지 않고도 부채비율을 올리는, RCPS와는 독립된 경로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자산 100억, 부채 40억, 자본 60억인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부채비율은 67%입니다. 여기에 연 리스료 2.4억, 잔여 5년짜리 사무실 리스를 5% 할인율로 계산해 약 10억의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를 인식하면, 자산은 110억, 부채는 50억, 자본은 60억 그대로입니다. 부채비율은 83%로 올라갑니다. 영업도 자본도 달라진 게 없는데 비율만 약 17%p 뜁니다. 그리고 이건 RCPS와 별개입니다. RCPS를 아직 정리하지 않은 회사라면 자본을 깎는 RCPS 경로 위에 자산·부채를 부풀리는 리스 경로가 겹쳐 쌓입니다.

RCPS 재분류는 자본을 부채로 옮겨 자본을 줄이고, 리스 자본화는 자산과 부채를 함께 늘려 자본은 그대로 두면서, 둘 다 부채비율을 올린다는 것을 대비한 도식.
RCPS는 자본을 깎아서, 리스는 자본을 안 건드리고 양변을 부풀려서 — 부채비율을 올리는 두 경로.

RCPS를 보통주로 다 정리해도 부채비율은 한 번 더 뛸 수 있습니다. 리스는 자본을 건드리지 않고 대차대조표 양쪽을 부풀리는, RCPS와 독립된 두 번째 경로이기 때문입니다.


비용은 초기로 앞당겨지고, 이 조정은 전환일로 소급됩니다

리스가 대차대조표로 올라오면 손익계산서의 모양도 바뀝니다. 종전에는 리스료 2.4억이 매년 정액으로 한 줄 잡혔습니다. 제1116호에서는 이게 둘로 쪼개집니다. 사용권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약 10.4억을 5년 정액으로 나눈 연 약 2.1억)와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첫해 약 0.5억)입니다. 첫해 합계는 약 2.6억으로 종전 2.4억보다 큽니다. 이자비용은 리스부채가 상환되며 줄어들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2.4억 아래로 내려갑니다(5년차 약 2.2억). 리스기간 전체로 보면 비용 총액은 두 방식 모두 12억으로 같고, 제1116호는 그 총액을 앞쪽으로 몰 뿐입니다. 초기 몇 해의 순이익이 종전보다 낮게 찍히는 구조입니다.

한 가지 역설도 같이 옵니다. 리스료가 영업비용에서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으로 갈라지면서, EBITDA와 영업이익은 오히려 좋아 보입니다 — 리스료가 EBITDA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자비용이 늘고 초기 순이익은 줄죠. 그러니 “EBITDA가 좋아졌다”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반대편에서 회사를 보는 사람은 부채비율과 이자비용, 그리고 EBITDA 개선이 실제 영업 때문인지 리스 회계 때문인지를 함께 읽습니다.

타이밍이 마지막 함정입니다. 리스도 K-IFRS 전환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K-IFRS 전환 편’에서 본 것처럼, 전환은 올해부터 새로 쓰는 게 아니라 전환일 개시재무상태표로 거슬러 소급됩니다. 최초채택 기준서(제1101호)에는 리스에 대한 실무 간소화가 있습니다 — 전환일에 남은 리스료를 그때의 증분차입이자율로 할인해 리스부채를 잡고, 사용권자산은 리스개시일부터 제1116호를 적용해 온 것처럼 측정하거나 리스부채와 같은 금액(전환일 직전의 선급·미지급 리스료를 조정한 금액)으로 두는 방법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제1101호 문단 D9B). 편의는 있지만, 어차피 과거 시점 장부부터 리스를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상장예비심사에는 통상 최근 3개 사업연도의 K-IFRS 재무제표가 들어가니, 리스 사용권자산·리스부채도 그 개시 시점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반대편에서 던지는 첫 질문은 분명합니다. 상장주관사와 지정감사인, 기관투자자는 “운용리스로 처리해온 사무실·서버·차량 계약의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 규모가 얼마인가”, “단기·소액 예외로 빼놓은 계약이 실제로 요건을 충족하나”를 먼저 봅니다. 리스는 재무상태표 밖에 있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미래 리스료 전체가 부채로 예약됩니다. K-IFRS 전환에서 RCPS와 개발비만 챙기고 리스를 빼놓으면, 부채비율이 왜 한 번 더 뛰는지를 상장 직전에야 알게 됩니다.

제1116호에서 리스 비용이 초기에 종전 정액 리스료보다 크고 후반부에 작아지며 총액은 같아지는 비용 앞당김을 보여주는 그래프.
총액은 같다 — 제1116호는 비용을 앞쪽으로 몰 뿐이다(가정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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