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로 받은 투자자 대여금 20억 원을 주식으로 바꿨습니다. 자본잠식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회사 통장에서 나간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 3월 법인세 신고서에는 익금(세법상 수익) 12억 원이 잡힙니다.
💡 한 줄 요약 — 액면을 넘겨 주식을 발행하면 원래 법인세가 붙지 않습니다. 다만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면 발행 주식의 세법상 시가를 넘는 금액은 익금 대상입니다. 쌓아 둔 이월결손금(아직 공제받지 못한 세무상 결손금)으로 이 금액을 덮을 수 있습니다. 대신 사용한 결손금은 이미 공제된 것으로 보아 영구히 사라집니다. 결손금이 부족해 남은 금액을 이후 사업연도로 미루려면 회생계획인가 등 네 가지 절차에 해당해야 합니다. 일반 스타트업은 그 대상이 아닙니다.
📋 목차
액면을 넘겨 발행하면 세금이 없지만,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면 시가초과분이 익금 대상이 됩니다
채무를 주식으로 바꿀 때는 발행 주식의 시가를 넘는 금액이 익금 대상입니다. 보통 주식발행액면초과액(발행금액 중 액면을 넘는 금액)은 익금에 넣지 않습니다. 액면 500원인 주식을 5,000원에 발행했다면 차액 4,500원은 자본으로 봅니다.
주주가 낸 자본은 회사가 벌어들인 소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투자 라운드를 받을 때 법인세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채무의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거래)에는 예외가 붙습니다. 같은 호에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다만, 채무의 출자전환으로 주식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그 주식등의 제52조제2항에 따른 시가를 초과하여 발행된 금액은 제외한다.”
현금을 받고 발행하면 얼마에 발행하든 묻지 않습니다. 채무를 없애며 발행하면 주식의 시가를 기준으로 선을 긋습니다. 시가까지는 자본거래로 인정하지만, 시가초과분은 익금불산입(세법상 수익에서 제외) 대상에서 뺍니다.
이 단서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회사가 20억 원의 부채를 없애고 넘겨준 주식의 가치가 8억 원이라면 어떨까요. 차액 12억 원은 사실상 채권자가 빚을 깎아 준 것으로 보는 셈입니다.
여기서 시가는 협상으로 정한 가격이 아닙니다. 세법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사이의 정상적인 거래 가격을 시가로 봅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 없는 제3자 사이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다면 이를 따릅니다.
그런 가격이 없어 시가가 불분명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평가 규정을 준용합니다. 시가가 불분명할 때의 평가에서 주식은 감정평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비교할 거래가격이 없는 비상장주식이라면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액이 기준선이 됩니다.
채권자와 전환 가격을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격이 시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직전 라운드 가격도 그 뒤에 실적과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면 ‘유사한 상황’의 거래가격으로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근거: 법인세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52조 제2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 제2항 제2호, 같은 항 제1호 단서
채권 20억은 자본금·액면초과액·시가초과분 세 조각으로 나뉩니다
채권 20억 원을 주식으로 바꿔도 세법이 전부를 자본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시리즈A 이후 다음 라운드가 늦어진 회사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존 투자자의 브릿지 대여금 18억 원에 미지급이자 2억 원이 붙었습니다.
채권 장부금액은 20억 원입니다. 액면 500원인 주식을 직전 라운드 가격인 주당 5,000원에 40만 주 발행합니다. 그런데 실적이 꺾여 세법상 시가는 주당 2,000원으로 평가됩니다.
회계장부에는 자본금 2억 원과 주식발행초과금 18억 원이 적힙니다. 세법은 그 18억 원을 다시 나눕니다. 시가 8억 원에서 액면 2억 원을 뺀 6억 원은 정상적인 주식발행액면초과액입니다.
이 6억 원은 익금에 넣지 않습니다. 남은 12억 원이 출자전환 예외에 걸리는 금액입니다.
결손금으로 덮으면 미래에 쓸 결손금도 사라집니다
시가초과분을 이월결손금으로 덮으면 당장 익금은 줄지만, 그 결손금은 소진됩니다. 앞의 12억 원이 곧바로 세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금액은 채무면제이익(빚이 줄어 생긴 이익)으로 다뤄집니다.
세법은 채무의 면제·소멸로 줄어든 부채 중 일정한 이월결손금을 메우는 데 쓴 금액을 익금에서 뺍니다. 여기서 쓰는 결손금은 일반적인 미공제 이월결손금입니다. 특별한 절차 없이도 쌓아 둔 결손금이 12억 원 이상이면 익금은 0이 됩니다.
대신 이렇게 사용한 결손금은 과세표준(세금을 계산하는 기준 금액)에서 이미 공제된 것으로 봅니다. 미래에 흑자가 나도 다시 쓸 수 없습니다.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하는 출자전환은 현금을 쓰지 않고 자본잠식을 지우는 거래가 아닙니다. 현금 대신 이월결손금을 쓰는 거래입니다.
이월결손금에서는 적자가 자산이 되는 구조를 다뤘습니다. 출자전환은 그 자산을 자본잠식 해소를 결의하는 자리에서 한꺼번에 소비합니다. 다만 결손금을 소비했다는 사실은 재무제표 본문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법인세비용을 납부할 세액으로 처리하는 중소기업 특례를 쓰면 이월결손금명세서에만 남습니다. 이 명세서는 세무조정계산서에 포함됩니다.
이연법인세는 회계와 세법의 차이에 따른 미래 세금 효과입니다. 이연법인세를 회계처리하는 회사도 결손금을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주석의 미사용 세무상결손금 금액에서만 줄어듭니다. 이사회 자료에서 빠지기 쉬운 이유입니다.
자본잠식을 지우는 다른 경로와 비교하면 무엇을 쓰는지 분명해집니다.
| 나가는 현금 | 소진되는 것 | 부채 | |
|---|---|---|---|
| 무상감자(자본잠식 무상감자 결손보전) | 없음 | 자본금 | 그대로 남습니다 |
| 채무의 출자전환 | 없음 | 이월결손금(시가초과분만큼) | 소멸합니다 |
근거: 법인세법 제18조 제6호, 법인세법 시행령 제16조 제1항 제1호, 제10조 제3항 제2호,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31.12, 문단 22.61, K-IFRS 제1012호 문단 81
결손금이 부족하면 현금 없이 세금을 냅니다
일반 스타트업은 결손금으로 덮지 못한 시가초과분이 현금 유입 없이도 그해 익금으로 남습니다. 같은 거래에서 이월결손금이 8억 원뿐이라면 8억 원까지만 덮입니다. 남은 4억 원은 그해 익금입니다.
과세표준이 4억 원이면 법인세는 2,000만 원에 2억 원 초과분의 20퍼센트를 더합니다. 법인세 6,000만 원과 별도 지방소득세 600만 원이 붙습니다. 결손금이 8억 원 쌓인 회사가 현금 한 푼 받지 않고 6,600만 원을 내는 구조입니다.
당기에 영업손실이 있다면 그만큼 상쇄됩니다. 그래도 소진된 결손금 8억 원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세율은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법 시행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의 소득부터 적용합니다. 12월 결산법인이라면 2026 사업연도부터 이 세율표를 씁니다.
근거: 법인세법 제18조 제6호, 제55조 제1항, 부칙 제5조
일반 스타트업은 남은 익금을 다음 해로 못 미룹니다
브릿지 대여금을 정리하는 일반 스타트업은 결손금으로 덮지 못한 금액을 이연할 수 없습니다. 세법에는 이연(이후 사업연도로 미루기) 규정이 있습니다. 출자전환 시가초과분 중 결손금으로 덮지 못한 금액은 해당 사업연도의 익금에 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후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 보전에 충당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만 보면 앞의 4억 원도 미룰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시행령은 적용 대상을 네 가지로 한정합니다.
| 이연이 열리는 경우 | 근거 |
|---|---|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은 법인 |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1호 |
|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기업개선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한 부실징후기업 | 같은 항 제2호 |
|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등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협약을 체결한 법인 | 같은 항 제3호 |
|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10조에 따른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은 법인 | 같은 항 제4호 |
브릿지 대여금을 정리하는 스타트업은 이 넷 가운데 어디에도 없습니다. 즉 이 스타트업은 결손금으로 덮지 못한 금액이 그해에 전부 익금으로 확정됩니다. 이연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 이 거래의 실질적인 급소입니다. 익금이 잡히는 시기를 고를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연을 받은 법인에도 사후관리 조건이 붙습니다. 이연 금액을 전액 결손금 보전에 쓰기 전에 사업을 폐지하거나 해산하면 잔액 전부를 그 사업연도에 익금에 넣습니다.
근거: 법인세법 제17조 제2항, 제18조 제6호, 법인세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2항
회계상 이익은 적용 기준과 거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출자전환도 적용 회계기준과 거래 성격에 따라 손익이 달라집니다. 세법은 발행 주식의 시가를 봅니다. 회계는 기준별로 따져야 할 대상이 다릅니다.
K-IFRS를 쓰는 회사라면 기업회계기준해석서 제2119호가 이 거래를 다룹니다. 이 해석서는 채권자에게 발행한 지분상품(주식 등)을 지급한 대가로 봅니다. 공정가치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정가치로 측정합니다. 없어진 금융부채의 장부금액과 지급한 대가의 차이는 당기손익으로 인식합니다.
앞의 예시라면 20억 원과 8억 원의 차액 12억 원이 당기이익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관련 해석서에는 적용 제외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스타트업에서 자주 문제가 됩니다.
직접적·간접적 주주이기도 한 채권자가 기존 주주 자격으로 행동하면 이 해석서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브릿지 대여의 상대방은 대개 이미 주주인 기존 투자자입니다. 주주라는 사실만으로 예외가 되지는 않으며, 주주 자격으로 행동했는지 따져야 합니다.
이 예외에 해당하면 손익 대신 자본거래로 처리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러면 재무제표에는 이익이 없는데 세무조정에서는 익금이 생깁니다.
세 번째 예외는 최초 조건에 따라 주식을 발행해 부채를 소멸시키는 경우입니다. 전환사채나 SAFE의 전환은 애초에 이 해석서 밖입니다(safe 전환사채 자본부채).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쓰면 먼저 채권·채무조정에 해당하는지 봅니다. 채무자의 변제능력이 크게 떨어져 채권자와의 합의로 부담을 덜어 주는 경우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면 발행 지분증권의 공정가치와 채무 장부금액의 차이를 채무조정이익으로 인식합니다.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의 공정가치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다면 처리가 다릅니다. 채무 장부금액으로 처리하고 이익을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때도 세법은 보충적 평가액으로 시가를 잡으므로 회계와 세무가 어긋납니다.
K-IFRS의 관련 해석서와 달리, 이 절에는 기존 주주인 채권자를 따로 빼는 문언이 없습니다.
채무조정이 아니라면 일반 원칙으로 돌아갑니다. 현물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면 제공받은 현물의 공정가치를 발행금액으로 봅니다. 소멸한 금융부채의 장부금액과 지급한 대가의 차액은 당기손익입니다.
이 경로에서는 넘겨받은 채권의 공정가치가 손익을 정합니다. 회수가능성에 의문이 없다고 보아 장부금액 20억 원을 발행금액으로 삼으면 회계상 손익은 없습니다.
근거: 기업회계기준해석서 제2119호 문단 5, 문단 6, 문단 9, 문단 3, 일반기업회계기준 제6장 제4절 문단 6.82·6.84, 문단 6.87, 제15장 문단 15.4, 제6장 문단 6.10
회사 동의·변제기와 투자자의 세무처리를 함께 봅니다
출자전환 전에는 회사의 동의와 채권 변제기, 투자자 쪽 세무처리도 확인해야 합니다. 절차 자체의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상법은 신주 인수인이 회사의 동의 없이 납입채무와 회사에 대한 채권을 상계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동의하면 상계가 가능합니다.
현물출자로 구성할 때도 검사인 조사나 감정인 감정을 면제받는 길이 있습니다. 변제기가 돌아온 회사에 대한 금전채권이어야 합니다. 출자 가액도 회사 장부에 적힌 가액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변제기가 남은 대여금은 이 면제를 받지 못합니다. 전환 결의 전에 채권자와 합의해 변제기를 앞당기면 절차가 간단해집니다.
돈을 빌려준 쪽의 장부도 움직입니다. 세법은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주식의 취득가액을 취득 당시 시가로 정합니다. 앞의 네 가지 절차를 갖춘 출자전환만 예외적으로 전환된 채권의 장부가액을 인정합니다.
일반 출자전환이라면 투자자는 채권 20억 원을 내주고 취득가액 8억 원의 주식을 받습니다. 차액 12억 원을 손실로 처리할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세법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 등을 대손금(회수 불가능한 채권의 세법상 비용) 규정에서 뺍니다. 이때 특수관계는 대여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투자자가 법인이고 이미 주주였다면 이 문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 상법 제421조 제2항, 제422조 제2항 제3호,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 제4호의2, 법인세법 제19조의2 제2항
실사에서는 결손금 감소·전환 가격·거래 실질을 봅니다
다음 라운드나 매각 실사에서는 결손금 감소, 전환 가격, 거래 실질을 함께 봅니다. 출자전환은 자본 항목의 변동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재무실사 가지급금 가수금에서 다룬 대여금·가수금 계정과 같은 범주로 읽힙니다. 실사팀이 보는 자리는 셋입니다.
- 세무조정계산서의 이월결손금명세서. 출자전환 전후 잔액이 크게 줄었다면 채무면제이익을 덮는 데 썼는지 확인합니다. 이월결손금을 근거로 세운 향후 세부담 추정이 여기서 한 번에 무너집니다.
- 전환에 적용한 주당 가격과 그 근거. 협상 가격을 그대로 쓰고 세법상 시가 산정 자료가 없다면 익금 규모가 미확정 상태로 남습니다.
- 거래의 실질이 재구성될 여지. 은행 차입으로 특수관계자 채무를 갚고, 곧바로 유상증자 대금으로 그 차입금을 갚은 사례가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이를 하나의 채무 출자전환으로 보아 시가초과분 예외를 적용한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금을 한 바퀴 돌려 유상증자 형식을 갖춰도 실질이 같다면 같은 결론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이월결손금이 넉넉하면 이 거래는 가장 값싼 자본잠식 해소 수단입니다. 다만 결손금 잔액과 시가초과액을 나란히 놓아 보지 않으면,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해에 세금이 붙거나 다음 흑자 연도에 쓸 결손금이 사라집니다.
계산은 계약서를 쓰기 전에 끝나 있어야 합니다.
근거: 법인세법 제18조 제6호, 제17조 제1항 제1호 단서, 조심 2014서1057, 201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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