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가액 조정 조항은 정관에 없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 리픽싱이 캡테이블·회계·증여세에 남기는 것

시리즈B 텀시트에 적힌 주당 가격이 지난 라운드의 절반이면, 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은 새 투자자가 아니라 이미 들어와 있는 시리즈A의 전환비율이다. 같은 다운라운드에서 창업자와 임직원이 잃는 지분은 조정 공식이 풀래칫이냐 가중평균이냐에 따라 10배 가까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 공식이 투자계약서에만 적혀 있고 정관에 없다면, 회사는 그 계산 결과대로 주식을 발행할 근거가 없다.

💡 한 줄 요약 — 리픽싱은 협상 조항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세 곳에서 따로 확정된다. 상법은 조정의 조건이 정관에 있는지를 보고(§346①), 회계는 발행일에 교부할 주식 수가 확정인지를 보며(K-IFRS 1032 문단 16), 세법은 조정일이 아니라 보통주로 전환한 날을 증여일로 잡는다(상증세법 §39①3호·시행령 §29①2호). 조정이 발동하는 날 확정되는 것은 이 셋 중 하나도 없다.


조정 공식은 ‘얼마 내려가나’가 아니라 ‘누가 부담하나’를 정한다

보통주 800,000주(창업자·임직원)와 시리즈A 전환우선주 200,000주(주당 50,000원)가 있는 회사를 놓고 보자. 시리즈B가 주당 25,000원에 200,000주를 인수한다. 밸류가 정확히 반토막 난 상황이다.

풀래칫(full ratchet) 은 시리즈A의 전환가액을 새 발행가와 같은 25,000원까지 끌어내린다. 전환비율이 1:2가 되어 우선주 200,000주가 보통주 400,000주로 바뀐다. 시리즈A에 200,000주가 추가로 교부된다.

가중평균(broad-based weighted average) 은 새로 발행된 규모만큼만 내린다. 조정 후 전환가액은 45,833원이고, 시리즈A에 추가로 가는 주식은 18,181주다.

다운라운드에서 풀래칫과 가중평균 조정 공식을 적용했을 때 창업자 지분율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비교 막대 도식
같은 다운라운드, 같은 조항 이름 — 창업자 희석 폭은 1.0%p와 9.5%p로 갈린다.

추가 교부분은 회사가 새 돈을 받고 발행하는 주식이 아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에서 잘려 나간다. 그래서 리픽싱 협상은 실질적으로 시리즈A와 시리즈B의 협상이 아니라, 시리즈A와 창업자·임직원(그리고 옵션 풀) 사이의 배분 협상이다.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은 쪽이 부담하는 구조라, 텀시트 단계에서 이 숫자를 계산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되돌릴 방법이 없다.

가중평균에도 두 종류가 있다. 분모에 옵션 풀·전환증권까지 넣는 광의(broad-based)와 발행주식만 넣는 협의(narrow-based)인데, 협의가 더 많이 내려간다. 텀시트에 “weighted average”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느 쪽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공식이 정관에 없으면, 회사는 그대로 발행할 수 없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자리다.

상법 제346조 제1항은 회사가 종류주식을 발행할 때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가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전환의 조건, 전환의 청구기간,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할 주식의 수와 내용을 정하여야 한다”고 못 박는다. 전환가액과 그 조정 방식은 문언 그대로 ‘전환의 조건’이다.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에만 조정 공식이 있고 정관에는 “1:1로 전환할 수 있다”만 적혀 있는 회사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데, 그 상태로 조정된 비율대로 주식을 교부하면 발행의 근거가 정관에 없는 상태가 된다.

같은 조 제4항도 걸린다. 전환으로 발행할 주식의 수는 전환기간 내내 발행을 유보해야 한다. 리픽싱이 발동하면 필요한 유보 주식 수가 늘어나므로, 정관상 발행예정주식총수에 여유가 없으면 조정 자체가 정관 변경을 부르는 사건이 된다.

그리고 종류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정관을 고쳐 어느 종류주주에게 손해를 미치게 되면 주주총회 결의 외에 종류주주총회 결의가 따로 필요하다(상법 §435①·②, 출석 의결권 2/3 이상 + 그 종류 발행주식총수 1/3 이상). 시리즈A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 조항을 넣는 정관 변경이라도, 그 변경이 어느 종류의 주주에게 손해를 미치는지를 따로 따져야 한다.

한 가지 더. 상법 제348조는 “전환으로 인하여 신주식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전환 전의 주식의 발행가액을 신주식의 발행가액으로 한다“고 정한다. 전환으로 교부되는 보통주의 발행가액 총액이 우선주의 발행가액 총액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신주 액면총액이 우선주 발행가액 총액을 초과하는 수준의 조정은 액면미달발행이 되어 불가능하다. 액면 500원에 주당 50,000원으로 발행한 우선주라면 이론상 100배까지 여유가 있어 스타트업에서는 잘 걸리지 않지만, 액면가를 5,000원으로 두고 프리미엄을 얇게 붙인 초기 라운드에서는 실제 상한이 된다.

리픽싱 협상에서 변호사가 다듬는 것은 계약서지만, 그 계산 결과를 실행하는 근거는 정관에 있다. 둘이 어긋나 있으면 조정은 종이 위에서만 발동한다.


회계가 먼저 묻는 것은 ‘조건이 바뀌었나’가 아니다

실무에서 흔히 도는 설명은 이렇다 — “조정 조항이 최초 계약에 이미 있었으면 조건변경이 아니라 약정의 실행이므로 회계처리가 없다.”

기준서를 열어 보면 이 설명은 절반만 맞다. K-IFRS 제1032호에도 조건변경을 다루는 문단은 있다. 문단 AG35는 발행자가 전환사채의 조기전환을 유도하려고 더 유리한 전환비율을 제시하는 식으로 조건을 사후에 바꾸면, 바뀐 조건과 원래 조건에 따라 보유자가 받을 대가의 공정가치 차이를 손실로 당기손익에 인식하게 한다. 최초 계약에 이미 있던 조정 조항이 발동하는 것은 이런 사후 변경이 아니다. 그렇다고 볼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1032의 중심은 분류이고, 분류 판정은 조정이 발동한 날이 아니라 금융상품을 최초로 인식하는 날에 이루어진다(문단 15).

그 판정 기준은 문단 16이다. 지분상품이려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그중 (2)(가)가 “변동 가능한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없는 비파생상품“을 요구한다. 문단 22는 같은 취지를 뒤집어 쓴다 — 확정 금액을 대가로 확정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인도해 결제하는 계약이 지분상품이라고. 부록 적용지침 AG27(4)는 확정 수량으로 결제되더라도 결제가치가 기초변수에 연동되도록 주식에 부가된 권리의 내용이 달라지는 계약은 금융자산이나 금융부채라고 한 발 더 나간다.

리픽싱 조항이 붙은 전환우선주는 이 시험대에서 정확히 문제가 되는 자리에 선다. 교부할 보통주 수가 미래의 발행가에 따라 달라지므로 ‘확정 수량’이 아니다. 그래서 실무 통설이 말하는 “조정 조항이 원래 있었으니 아무 일도 없다”는 결론은, 근거를 조건변경이 아니라 최초 인식 시점의 분류 판정에서 찾아야 맞는 말이 된다. 조정 조항이 처음부터 있었다면 회사는 발행일에 이미 그 상품을 어떻게 분류했어야 하고, 발동일에 새로 인식할 것이 없는 이유는 ‘조건이 안 바뀌어서’가 아니라 분류가 그때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다만 발행일에 전환권이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됐다면, 그 부채는 매 결산 공정가치로 다시 측정되고 변동분은 당기손익에 반영된다(K-IFRS 1109 문단 4.2.1(1)·5.7.1). 다운라운드의 효과가 발동일 하루에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산마다 평가손익으로 이미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조정 조항이 없던 우선주에 나중에 새로 조항을 합의해 넣는다면, 최초 계약에 없던 조건을 사후에 더하는 것이므로 그 시점에 분류를 다시 따져 봐야 한다. 텀시트에서 “리픽싱 조항을 추가하자”는 제안이 나올 때 회계 쪽 질문이 생기는 지점은 여기다.

상환권까지 붙은 RCPS라면 부채 판정은 전환권이 아니라 상환권 쪽에서 먼저 갈린다 — 그 구조는 rcps 부채 역설에서 다뤘고, 투자자가 회사에 되팔 권리를 가진 경우는 주주간계약 풋옵션 금융부채가 같은 축의 반대편이다. 이 글은 그 두 편이 다룬 상환·풋 쪽이 아니라 전환 쪽의 수량이 움직이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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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조문은 제40조가 아니라 제39조 제1항 제3호다

여기서 실무자가 가장 자주 미끄러진다. 전환권이 붙어 있으니 상증세법 제40조(전환사채 등의 주식전환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를 떠올리는데, 제40조 제1항의 문언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 또는 그 밖의 주식으로 전환·교환하거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우선주는 사채가 아니다. 조정 조항이 붙은 전환우선주는 이 조문의 사정거리 바깥에 있다.

전환주식을 정면으로 규정한 것은 제39조 제1항 제3호다. 상법 제346조에 따른 종류주식을 발행한 경우, 발행 이후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두 갈래가 있다.

구분요건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는 자
가목전환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 → 교부받았거나 교부받을 주식의 가액이 발행 당시 전환주식의 가액을 초과그 주식을 교부받은 자
나목전환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발행 → 교부받았거나 교부받을 주식의 가액이 발행 당시 가액보다 낮아짐그 주식을 교부받은 자의 특수관계인

시가는 상증세법 제60조·제63조로 평가한 가액이다. 즉 시장에서 합의된 라운드 밸류가 아니라 세법이 계산하는 값이며, 그 둘이 어긋나는 구조는 투자밸류 세법평가액과 비상장주식 양도세 시가에서 이미 다뤘다.

그리고 여기서 스타트업 특유의 어긋남이 나온다. 성장 단계 회사의 전환우선주는 대개 보충적 평가액보다 훨씬 높은 가액으로 발행된다. 그러면 조문 구조상 가목(저가발행)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고 나목(고가발행) 쪽으로 가는데, 나목이 요구하는 것은 교부받을 주식 가액이 낮아지는 경우다. 리픽싱은 교부 주식 수를 늘리는 방향이므로 나목의 문언과도 곧바로 맞물리지 않는다. 조문을 특정한 다음에도 적용 여부는 발행 당시 발행가액과 세법상 시가의 대소 관계에 따라 갈린다는 뜻이고, 이 판단이 리픽싱 과세 논의의 실제 첫 관문이다.

계산 방법도 조문에 있다. 시행령 제29조 제2항 제6호는 이익을 [전환으로 교부받은 주식을 신주로 보아 계산한 이익] − [전환주식 발행 당시 계산한 이익] 으로 정한다. 발행 시점에 이미 과세 판정을 받은 부분은 빼 주는 구조라 이중과세는 조문 수준에서 조정돼 있다. 다만 뒤집어 말하면, 발행 당시 이익 계산이 얼마였는지를 몇 년 뒤 전환 시점에 다시 꺼내야 한다. 라운드 서류를 그때까지 보관하지 않은 회사가 실제로 곤란해지는 지점이다.

증여일은 시행령 제29조 제1항 제2호가 정한다 — 전환주식을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한 날이다. 리픽싱이 발동한 날이 아니다.

전환가액 조정에서 계약·회계·세법이 각각 다른 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행 타임라인 도식
협상 테이블이 보는 날은 가운데 하나뿐인데, 재무제표와 세금은 양 끝에서 결정된다.

특수관계인 요건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제39조 제1항 제1호의 여러 갈래 중 일부(가·다·라목)는 특수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 이 구조가 저가 신주발행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저가신주발행 증여의제에서 다뤘다. 제3호도 가목(저가발행)은 주식을 교부받은 자를 과세하면서 특수관계를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VC와 친인척 관계가 아니니 증여세와 무관하다”는 가정은 적어도 가목 앞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특수관계인을 요건으로 삼는 것은 나목(고가발행) 쪽이다.

이 조문을 전환우선주의 전환가액 조정에 직접 적용한 조세심판원 결정이나 국세청 해석은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니 근거 없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무조건 증여세가 나온다”고 겁주는 것도 둘 다 정확하지 않다. 실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조정 발동 시점이 아니라 전환 시점에 계산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그때 필요한 자료(발행 당시 평가액·전환 당시 평가액)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다.


상장사 리픽싱 규제는 이 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 주제를 검색하면 상위에 뜨는 자료가 대부분 “전환가액 하한 70%”, “시가가 오르면 상향조정 의무” 같은 이야기다. 이것은 다른 세계의 규칙이다.

근거는 금융위원회 고시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3조다. 대상부터 “주권상장법인이 전환가액을 하향하여 조정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시가하락에 따라 조정한 뒤의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100분의 70 이상이어야 하고(제2호 가목, 정관에 근거를 두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최저조정가액을 정한 경우는 예외), 사모로 발행하면 하향조정 뒤 시가가 다시 오를 때 전환가액을 올리는 조건도 이사회에서 정해야 한다(제1호 나목). 2023년 5월 1일부터는 상장회사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상환전환우선주에도 전환사채와 동일하게 콜옵션·리픽싱 규제가 적용된다(금융위원회 2023.4.3 보도자료). 사채라는 관문은 그때 사라졌지만 상장회사라는 관문은 그대로다. 비상장 스타트업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는 여전히 이 규제 밖에 있다.

즉 비상장 회사의 전환우선주 조정에는 하한선도, 시가 회복 시 상향조정 의무도 법령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은 계약과 정관이고, 앞에서 본 상법 §348의 발행가액 제약이 사실상 유일한 외부 상한이다. 하한을 원한다면 텀시트와 정관에 직접 써 넣는 수밖에 없다 — 상장사 규제를 참고해 “최초 전환가액의 70%”를 계약상 바닥으로 잡는 협상이 실무에서 나오는 이유다.


상장 예심 전에 한 번은 전부 정리된다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 전에 우선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실무의 기본값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 확정되는 전환비율이, 그 회사가 지나온 모든 조정 이력의 최종 결과다.

이때 세 가지가 한꺼번에 확정된다.

첫째, 캡테이블. 몇 번의 라운드에서 몇 번 조정이 발동했든, 예심 청구서에 붙는 주주 명부에는 결과만 한 줄로 남는다.

둘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의 구성. 상법 §348에 따라 발행가액 총액은 전환 전 금액으로 고정되므로, 교부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액면총액(자본금)이 커지고 주식발행초과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조정이 많이 발동한 회사일수록 이 대체 금액이 크다.

셋째, 증여세 판정. 앞에서 본 대로 증여일이 전환일이므로, 실제 과세 판정은 예심을 준비하는 바로 그 구간에 몰린다. 몇 년 전 라운드의 발행 당시 평가액을 그때 가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조정 조항을 다루는 실무 순서는 협상 → 계약서 → 정관이 아니라, 계약서와 정관을 같은 날 함께 고치고, 발행 당시 평가 자료를 라운드마다 봉인해 두는 것에 가깝다. 조정이 실제로 발동하는 날은 그 준비가 끝났는지를 확인받는 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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