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직원 두 명 보냈을 뿐인데 고정사업장이 생겼습니다 — PE 판정은 법인을 세웠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계약을 만들었느냐’로 갈립니다

미국에 법인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세일즈 두 명이 샌프란시스코 공유오피스 지정석에서 일하고, 계약서 서명은 서울 본사가 합니다. 1년 뒤, 그 데스크가 고정사업장으로 판정됩니다.

법인 등기도, 지사 등록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 한 줄 요약 — 고정사업장(PE)은 법인을 세웠느냐가 아니라 사업을 어디서 했느냐로 걸립니다. 갈래는 둘 — 고정된 장소(법인세법 §94①②)와 종속대리인(§94③)이고, 2018년 개정으로 계약체결권이 없어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반복’하면 두 번째 갈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PE는 현지 법인세만 데려오지 않습니다. 조약 근로소득 면세의 세 번째 요건이 깨지면서 파견 직원 개인 소득세가 따라오고, 적자 회사라면 현지에 낸 세금을 한국에서 돌려받는 길도 막힙니다.

투자 실사나 상장 심사에서 해외 매출이 있는 회사에 오는 첫 질문은 “해외 법인 세우셨나요”가 아닙니다. “거기서 누가, 무슨 권한으로 일하고 있습니까”입니다. 이 질문에 “영업 지원만 합니다”라고 답하면, 반대편은 곧바로 두 번째 질문을 준비합니다. 그 지원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


PE는 ‘고정된 장소’와 ‘종속대리인’ 두 갈래로 생긴다

법인세법 §94①의 문장은 짧습니다. 외국법인이 국내에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고정된 장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 국내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한다.

‘가지고 있는’입니다. 소유도 임차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94②는 지점·사무소·영업소, 고정된 판매장소, 작업장·공장·창고를 열거하고, 여기에 두 개의 시간 기준을 더합니다.

  • 건축 장소·건설·조립·설치공사 현장: 6개월을 초과하여 존속하면 PE(§94②4호). 이와 관련된 감독 활동을 수행하는 장소도 포함됩니다.
  • 고용인을 통한 용역 제공 장소: 계속되는 12개월 중 총 6개월을 초과하면 PE. 6개월 이하여도 유사한 용역이 2년 이상 계속·반복되면 PE(§94②5호 가·나목).

두 번째 갈래가 §94③ 종속대리인입니다. 고정된 장소가 아예 없어도, 다음 사람을 두고 사업을 경영하면 그 사람의 사업장 소재지에 PE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1. 외국법인을 위하여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자(§94③1호)
  2. 계약체결 권한이 없더라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자(§94③2호, 2018.12.24. 신설)

2호가 판을 바꿨습니다. 그 전까지 실무의 표준 방어는 “현지 인력에게 서명권을 주지 않는다”였습니다. 협상은 현지가 하고 서명만 본사가 하면 대리인 PE를 피한다는 설계였죠. 2호는 그 설계를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다만 조문은 스스로 범위를 좁혀 두었습니다 — “외국법인이 계약의 중요사항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로 한정”. 본사가 실질적으로 재검토하고 조건을 바꿀 수 있으면 2호에 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본사 서명이 형식적 승인 절차에 불과하면, 서명을 어디서 했는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고정사업장이 고정된 장소 갈래와 종속대리인 갈래 두 경로로 성립하고, 예비적·보조적 활동 예외가 있으나 상호보완 활동이 결합되면 다시 고정사업장이 되는 구조를 비교한 도식
장소가 없으면 사람으로, 사람에게 권한이 없으면 역할로 걸립니다.

여기에 CFO가 가장 자주 놓치는 조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지에 자회사를 세우면 PE 문제가 끝난다는 생각입니다. 시행령 §133①2호는 중개인·일반위탁매매인 그 밖의 독립적 지위의 대리인이라도, 전적으로 또는 거의 전적으로 특수관계 있는 외국법인을 위하여 계약체결 등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수행하면 §94③의 ‘대리인’에 포함한다고 정합니다. 자기 사업의 정상적인 과정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포함입니다.

즉 100% 자회사가 모회사 제품만 팔고 있다면, 그 자회사는 자기 법인세를 내는 별개 납세자인 동시에 모회사의 PE가 될 수 있습니다. 자회사 설립은 PE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이전가격 문제를 추가로 얹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 자회사와의 거래가격을 무슨 근거로 정했는지는 지난 글 ‘해외 자회사에 원가로 청구한 용역대가, 세법은 마진을 붙였어야 한다고 봅니다’에서 다뤘습니다.


‘연락사무소만 두면 안전하다’는 2018년에 끝났습니다

§94④는 예비적·보조적 성격의 활동만 하는 장소를 PE에서 제외합니다. 네 가지입니다 — ① 자산의 단순 구입 ② 판매 목적이 아닌 저장·보관 ③ 광고·선전·정보 수집 및 제공·시장조사 ④ 자기 자산을 타인에게 가공시킬 목적.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가 여기 기대어 왔습니다.

문제는 §94⑤입니다. 2018년 신설, 2019년 보완된 이 항이 예외에 예외를 붙였습니다.

  • 1호: 그 장소 또는 국내 다른 장소에 자기 또는 특수관계 있는 자의 PE가 존재하고, 두 활동이 상호 보완적이면 → 예비적·보조적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 2호: 자기 또는 특수관계 있는 자가 상호 보완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각각의 활동을 결합한 전체 활동이 예비적·보조적이라고 볼 수 없으면 → 역시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설계 언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활동을 잘게 쪼개서 각 조각을 보조적으로 만드는 전략이 봉쇄됐습니다. 연락사무소는 시장조사만, 판매 자회사는 계약만, 창고는 보관만 — 이렇게 나눠도 셋을 합쳐서 보면 하나의 완결된 판매 사업이라면 §94⑤2호가 예외를 걷어냅니다. 그리고 1호는 특수관계자의 PE와 상호 보완적이기만 하면 걸리므로, 자회사가 이미 현지에 있는 회사가 연락사무소를 추가로 여는 구조는 특히 취약합니다.

예비적·보조적 예외는 ‘이 사무소가 무슨 일을 하는가’로 판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그룹이 그 나라에서 하는 일 전체가 무엇인가’로 판정됩니다.


우리가 해외에서 PE가 되는지는, 상대국 세법이 아니라 조약을 읽으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전부 법인세법 §94, 즉 외국법인이 한국에 PE를 갖는 경우의 조문입니다. 인바운드 전용입니다. 우리 회사가 미국·베트남·싱가포르에서 PE가 되는지는 §94가 답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상대국 세법을 통째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의 출발점은 조세조약의 고정사업장 조항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조약은 양국이 같은 문장을 공유하고, 그 문장은 양방향으로 똑같이 적용됩니다. 한미조세조약 제9조는 미국 법인이 한국에서 PE가 되는 기준이면서 동시에 한국 법인이 미국에서 PE가 되는 기준입니다. 미국 국내세법(trade or business, ECI)이 더 넓게 잡더라도, 조약이 그보다 좁으면 조약이 방패가 됩니다.

그래서 조약과 국내법의 문턱 차이를 아는 것이 실익입니다. 몇 가지가 눈에 띄게 다릅니다.

  • 용역 PE: 법인세법 §94②5호는 고용인을 통한 용역 제공에 ’12개월 중 6개월 초과’ 기준을 둡니다. 그런데 한미조세조약 제9조에는 이에 대응하는 용역 PE 조항이 없습니다. 조약이 우선하므로, 미국 법인에 대해 국내법의 용역 PE만으로 과세하기는 어렵습니다.
  • 반대 방향: 신흥국과의 조약 중에는 용역 PE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지에 법인도 사무실도 없이 엔지니어를 6개월 파견하는 것만으로 PE가 성립합니다.
  • 대리인 조항: §94③2호의 ‘중요한 역할’ 확대는 국내법 개정이지 조약 개정이 아닙니다. 이 확대를 조약에 옮겨 심는 장치가 BEPS 다자협약(MLI)인데, 한국이 통보한 조세조약 어디에도 대리인 고정사업장 조항(MLI 제12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MLI 당사국조차 아니어서, 한미조약에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의 상시 행사’라는 1976년 문언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조약 상대국 법인에 대해서는 국내법 확대분이 그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인세법 제94조의 고정사업장 기준과 조세조약 고정사업장 조항의 문턱을 건설현장·용역·대리인 세 축으로 비교하고, 조약이 우선해 좁은 쪽이 실제 기준이 되는 구조를 나타낸 도식
국내법은 인바운드 전용이지만, 조약 문장은 양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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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하나가 데려오는 청구서는 세 개입니다

여기가 이 주제의 실무 핵심입니다. PE 판정을 법인세 문제로만 보면 규모를 절반 이하로 오산하게 됩니다.

첫째, 현지 법인세. PE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그 나라가 과세합니다. 그리고 ‘귀속되는 소득이 얼마인가’는 곧 이전가격 문제입니다. 본사가 개발·마케팅을 다 하고 현지는 판매만 했다면 현지 귀속 이익은 작아야 하는데, 그 논리를 문서로 갖고 있느냐가 갈림길입니다.

둘째, 파견 직원의 개인 소득세. 이게 가장 덜 알려진 청구서입니다. 조세조약의 근로소득 조항(OECD 모델 제15조 계열)은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원천지국 과세를 면제합니다.

  1. 그 나라 체류가 183일을 넘지 않을 것
  2. 보수를 그 나라 거주자가 아닌 고용주가 지급할 것
  3. 그 보수를 고용주의 그 나라 고정사업장이 부담하지 않을 것

PE가 생기는 순간 3번이 깨집니다. 90일만 머물러도 현지 과세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조약마다 요건이 하나 더 붙기도 합니다. 한미조세조약 제19조 제2항은 위 세 가지에 보수가 3,000달러를 넘지 않을 것을 더해 네 요건을 요구합니다. 미국 파견이라면 PE가 생기기 전에 이 금액 요건에서 이미 면세가 깨져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부담’은 PE가 급여를 직접 지급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배분받은 비용에 그 급여가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PE 귀속소득의 발생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경우도 부담으로 봅니다. 회사가 급여를 서울에서 원화로 지급했다는 사실은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한국에서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 내국법인은 전세계소득에 과세되므로 해외 PE 소득도 한국 과세표준에 들어가고, 현지에 낸 세금은 외국납부세액공제(법인세법 §57①)로 조정합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공제한도가 산출세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산출세액이 0이면 공제할 한도도 0입니다. 적자 스타트업이 해외 PE에서 세금을 냈다면, 그 세금은 그해에 단 한 푼도 회수되지 않습니다. §57②이 10년 이월을 허용하지만, 이월기간 안에 흑자로 돌아서지 못하면 미공제분은 이월기간 종료 다음 사업연도에 손금산입으로 강등됩니다. 1:1로 세금을 깎아주던 세액공제가, 세율만큼만 효과를 내는 비용으로 바뀝니다.

숫자를 붙이면 이렇습니다. 해외 PE 귀속소득 5억 원에 현지 법인세 1억 원을 냈다고 하죠. 한국 과세표준이 20억 원인 흑자 회사라면 산출세액은 3억 8,000만 원이고(2억 원 이하 10% + 초과분 20%, 2026년 세율), 공제한도는 3억 8,000만 × 5/20 = 9,500만 원입니다. 1억 중 9,500만을 그해에 회수하고 500만이 이월됩니다. 반면 국내에서 8억 원 손실이 나 과세표준이 결손인 회사는 산출세액이 0이라 공제액도 0입니다. 1억이 통째로 이월되고, 10년 안에 흑자가 나지 않으면 손금산입으로 바뀌어 세율 20% 기준 2,000만 원어치 효과만 남습니다. 같은 1억을 내고 8,000만 원이 사라집니다.

다만 공제한도의 분자인 국외원천소득은 그 소득에 직접 대응하는 비용과 공통비 배분액을 뺀 금액입니다(법인세법 시행령 §94②). 실제 한도는 위 단순 계산보다 줄어듭니다.

해외 고정사업장에서 납부한 법인세 1억 원이 흑자 회사에서는 9,500만 원 공제되지만 적자 회사에서는 산출세액이 없어 공제되지 않고 손금산입으로 강등되는 구조를 비교한 도식
적자는 이 주제에서 방패가 아닙니다. 공제할 산출세액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우리는 적자라 세금 걱정 없다’는 문장이 여기서만큼은 거꾸로 작동합니다. 해외 PE 세금은 한국 실적과 무관하게 현지에서 확정되고, 한국의 회수 장치는 한국에 흑자가 있어야 작동합니다.


반대로, 해외 모회사가 한국에 들어올 때

외국계 투자자나 해외 모회사를 둔 국내 조직에서는 방향이 뒤집힙니다. 이때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는 ‘PE가 없는 회사’가 아니라 ‘PE는 있는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회사’입니다.

원칙적으로 국내사업장에 실질적으로 관련되거나 귀속되는 소득은 원천징수 대상에서 빠지고 신고납부로 갑니다(§98①, §91①). 그런데 §98⑧에 단서가 있습니다. 건축·건설·설치·조립 용역이나 인적용역 대가는 그 소득이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더라도 지급자가 원천징수해야 하고, 예외는 그 국내사업장이 §111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뿐입니다. 등록하지 않은 PE는 원천징수를 당하고, 나중에 PE 신고까지 하게 되면 정산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합니다.

하나 더. §91①1호는 PE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이월결손금을 “국내에서 발생한 결손금만”으로 한정합니다. 본국 모회사의 누적 결손을 한국 PE 소득에서 뺄 수 없다는 뜻이고, 공제 한도도 각 사업연도 소득의 80%입니다. 그룹 전체로는 적자인데 한국 PE에서만 법인세가 나오는 구조가 실제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언제 판단해야 하나

이 주제의 의사결정 시점은 결산이 아닙니다. 첫 사람을 보내기 전입니다.

PE 판정을 사후에 뒤집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판정 근거가 되는 사실 — 어디에 앉았는지, 어떤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계약 협상에서 무엇을 결정했는지 — 은 이메일과 계약서와 조직도에 이미 남아 있고, 세무조사는 그것을 읽습니다. 반대로 직무기술서와 권한위임 문서를 쓰는 시점에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본사 승인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되도록 절차를 만들 수 있고, 활동을 나눌 때 §94⑤의 상호보완성에 걸리지 않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이 던질 첫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서 누가, 무슨 권한으로 일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조직도와 권한위임 문서로 답할 수 있는 회사와, “영업 지원만 합니다”로 답하는 회사 사이에 세 개의 청구서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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