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에 팔렸습니다. 창업자 지분은 70%였는데 통장에 들어온 돈은 105억이었습니다.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돈을 나눈 표가 지분율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표를 다시 쓴 조항의 이름은 대개 ‘잔여재산분배 우선권’ 또는 ‘우선분배권’이고, 실무에서는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이라고 부릅니다.
💡 한 줄 요약 — 청산우선권이 실무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회사가 청산할 때보다 팔릴 때입니다. 그런데 상법이 아는 잔여재산분배는 해산 결의 뒤의 청산 절차에만 있고, 매각 장면에서 돈을 나누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인수인입니다. 그래서 이 권리가 정관에 적혔는지 주주간계약에만 있는지에 따라 성격이 갈리고, 주주마다 1주당 대가가 달라지는 순간 세법의 시가 문제가 따라옵니다.
📋 목차
상법이 아는 청산우선권과 텀시트가 말하는 청산우선권은 같은 장면이 아니다
상법 제344조 제1항은 회사가 “이익의 배당, 잔여재산의 분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상환 및 전환 등에 관하여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538조는 “잔여재산은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주주에게 분배하여야 한다. 그러나 제344조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청산우선권은 상법이 정면으로 허용하는 권리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조문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제538조는 상법 제3편 제4장 제12절 청산 안에 있습니다. 잔여재산분배는 〈해산 결의 → 청산 절차 → 채무 변제 → 잔여재산 분배〉의 마지막 단계이고, 그 단계에 이르면 주식은 소멸합니다. 제537조 제2항이 “일부의 주주에 대하여 재산의 분배를 한 경우에는 그와 동일한 비율로 다른 주주에게 분배할 재산은 전항의 잔여재산에서 공제한다”고 정하는 것도 잔여재산이 확정된 하나의 재산 덩어리라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반면 텀시트가 말하는 장면은 다릅니다. 국내 투자계약서의 청산우선권 조항은 대체로 “제3자가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같은 사유를 청산에 준하는 사유로 정의하고, 그때 우선주 주주에게 투자원금과 미지급 배당을 먼저 분배한다고 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회사는 해산하지 않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주식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확정된 잔여재산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내는 사람이 회사가 아니라 인수인입니다.
매각 장면에서 청산우선권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회사가 잔여재산을 우선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인이 매매대금을 주주별로 다르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자기 계약서에서 이 조항을 찾을 때는 ‘청산’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지 마십시오. 번역어가 회사마다 갈립니다 — 간주청산, 의제청산, 청산간주사유, 우선분배권. 빠른 방법은 “제3자에게 ○○% 이상을 양도하는 경우”로 시작하는 정의 조항을 찾는 것입니다. 그 정의에 자산 양도나 합병이 들어가 있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정의가 넓을수록 그 조항이 켜지는 상황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먼저 열어야 할 서류는 텀시트가 아니라 정관이다
상법 제344조 제2항은 종류주식을 발행하려면 “정관으로 각 종류주식의 내용과 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잔여재산분배에 관한 종류주식이면 요구가 한 단계 더 구체적입니다. 제344조의2 제2항은 정관에 잔여재산의 종류, 잔여재산의 가액의 결정방법, 그 밖에 잔여재산분배에 관한 내용을 정하도록 합니다.
이것이 갈라놓는 것은 권리의 성격입니다. 정관에 적혀 있으면 그 우선권은 주식에 붙은 권리이고, 회사를 상대로 주장하는 권리이며, 등기와 정관으로 외부에서 확인됩니다. 정관에 없고 주주간계약에만 있으면 그것은 주주 사이의 채권입니다. 계약을 맺은 상대 주주에게만 주장할 수 있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결과는 손해배상이지 이미 이루어진 분배의 무효가 아닙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를 하나 끊어 두겠습니다. 정관에 제대로 적어 두면 매각 장면까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관이 커버하는 것은 여전히 청산이지 매각이 아닙니다. 정관 기재는 ‘청산 상황에서 우선권이 유효하다’를 확보할 뿐이고, 매각대금 배분은 결국 주식매매계약(SPA)의 대금 배분 조항으로 실행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두 서류입니다 — 정관에 종류주식의 내용이 제344조의2 제2항 수준으로 적혀 있는가, 그리고 SPA의 대금 배분표가 투자계약의 우선권과 같은 결론을 내고 있는가.
대금이 지분율과 다르게 나뉘는 순간, 세금 계산의 단위가 흔들린다
같은 회사, 같은 날, 같은 인수인인데 1주당 대가가 주주마다 다릅니다. 위 예에서 우선주는 1주당 얼마에 팔렸고 보통주는 1주당 얼마에 팔린 것인가. 각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양도가액으로 신고하면 되지만, 그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그중 무엇이 시가인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는 “해당 재산에 대한 매매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매각에는 같은 날 형성된 거래가액이 둘 이상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시가로 보는 가액이 둘 이상이면 평가기준일에 가장 가까운 날의 가액을, 그런 가액도 둘 이상이면 그 평균액을 적용하게 합니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같은 재산으로 본다면 같은 날 체결된 두 가격의 평균이 시가가 되고, 실제 두 가격은 모두 그 평균과 벌어진 거래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조문의 적용 범위를 구분해야 합니다.
| 조문 | 적용 요건 | 제3자 매각에서 |
|---|---|---|
| 소득세법 §101① 양도소득 부당행위계산 |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일 것 | 인수인이 특수관계인이 아니면 적용 대상이 아님 |
| 상증세법 §35② 저가양수·고가양도 이익의 증여 |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에도,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와 현저히 차이 날 것 | 적용 여지가 남음 |
제35조 제2항의 문턱은 시행령 제26조가 정합니다. 대가와 시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일 때 걸리고, 과세되는 증여재산가액은 그 차액에서 3억원을 뺀 금액입니다. 즉 통상적인 제3자 M&A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애초에 문이 닫혀 있고, 남는 문은 “정당한 사유 없이 30%를 넘는 차이”라는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청산우선권이 만든 가격 차이에는 계약이라는 정당한 사유를 주장할 근거가 있습니다 — 다만 그 사유가 서류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CFO가 놓치기 쉬운 지점은 그다음입니다. 세법은 우선주와 보통주를 다른 가치의 주식으로 잘 봐 주지 않습니다. 조세심판원 조심 2015서1691(2015. 9. 17. 기각)은 상환우선주·상환전환우선주의 시가를 보통주와 같은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산정한 과세를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 상환우선주도 상법상 주식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통주와 우선주의 평가방법을 달리 적용해야 할 근거가 없”으며, 그 우선주의 가치가 보통주보다 낮다고 볼 사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청구인은 의결권이 없고 액면 상환가액 이상은 회수할 수 없어 보통주보다 훨씬 불리한 투자수단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향에서 대법원 2017두63412·2017두63429(2018. 1. 31. 심리불속행)도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판정에서 보통주와 우선주를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계약이 만들어 낸 종류별 가격 차이를 세법이 그대로 인정해 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협상 단계에서 두 가지를 남겨 두십시오. 첫째, 종류별로 1주당 대가가 다른 경제적 근거를 투자계약·SPA·평가자료에 문서로 남길 것. 둘째, 실제 배분표가 나오면 종류별 1주당 대가 사이의 괴리율을 계산해 30% 밴드 안인지 확인할 것.
이 표는 매각하는 날이 아니라 서명하는 날 확정된다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우선주 투자자가 150억을 넣고 지분 30%를 가졌고, 보통주가 70%인 회사가 300억에 팔린다고 하겠습니다.
1배 비참가면 투자자는 둘 중 큰 쪽을 고릅니다 — 우선권 150억이냐, 보통주로 전환해 받는 90억(300억×30%)이냐. 150억을 고르고, 보통주에는 150억이 남습니다. 지분율 70%인데 50%입니다.
1배 참가적이면 고르지 않고 둘 다 받습니다. 먼저 150억을 회수하고, 남은 150억을 지분율대로 다시 나눠 45억을 더 받아 195억. 보통주 몫은 105억이 됩니다. 지분율로는 210억이니 정확히 절반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숫자 하나를 기억해 두면 협상이 쉬워집니다. 비참가적일 때 투자자가 전환을 택하기 시작하는 분기점은 ‘투자금 ÷ 지분율’입니다. 위 예에서는 150억 ÷ 30% = 500억. 매각가가 500억을 넘으면 투자자는 우선권을 버리고 보통주로 전환하고, 그 위에서는 분배가 지분율표로 돌아옵니다. 비참가적 조건에 창업자가 감수할 수 있는 상한이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참가적에는 그 분기점이 없습니다. 매각가가 아무리 올라가도 ‘우선 회수 + 잔여의 지분율’이라 항상 지분율보다 많이 가져갑니다. 그래서 참가적 조건을 받을 때는 참가에 상한(cap)이 붙어 있는지를 반드시 봐야 합니다. 상한이 있으면 어느 매각가부터는 다시 지분율로 수렴합니다.
회계 층위는 한 문단으로 넘어갑니다. K-IFRS 제1032호 문단 AG25는 우선주가 금융부채인지 지분상품인지를 판단하려면 “우선주에 부여된 특정 권리를 평가하여 우선주가 본질적으로 금융부채의 특성이 있는지 파악”하라고 합니다. 청산우선권 자체가 곧바로 상환의무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벤처투자에서 이 권리는 거의 언제나 상환권·전환권과 한 묶음으로 붙어 옵니다. 분류는 조건 전체를 놓고 판단합니다 — 자세한 것은 rcps 부채 역설과 주주간계약 풋옵션 금융부채에서 다뤘습니다.
매각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그려야 할 표는 하나입니다. 매각가 구간별 분배표 — 100억, 300억, 500억, 1,000억에서 각 종류주식과 보통주가 각각 얼마를 받는지. 우선주 층이 여러 라운드에 걸쳐 쌓여 있다면 층별 순위(seniority)까지 넣어야 합니다. 후속 라운드가 앞 라운드보다 먼저 회수하는 구조인지, 같은 순위로 안분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결과가 또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표는 매각 협상을 시작하는 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는 날 이미 확정됩니다. 배수와 참가 여부, 청산사유의 정의 세 줄이 그날 정해지고, 그 뒤로는 계산만 남습니다. 라운드를 앞둔 CFO가 밸류에이션 숫자만 놓고 텀시트를 검토한다면, 회사 가치는 지키고 창업자 몫은 지키지 못하는 협상을 하게 됩니다. 인수 구조 전체가 세금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양수도 영업양수도 세금차이에서, 대가가 사후에 변동하는 경우는 earn out 조건부대가에서 이어집니다.
참조 조문·선례 — 상법(공포 2025-09-09·시행 2026-09-10) §344①②·§344의2②·§537②·§538 / 상속세 및 증여세법(공포 2025-10-01·시행 2026-01-02) §35①②③·§60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공포 2026-08-18·시행 2026-09-18) §26②③④·§49①② / 소득세법(공포 2025-12-23·시행 2026-01-01) §101① / 조세심판원 조심 2015서1691(2015. 9. 17. 기각) / 대법원 2017두63412·2017두63429(2018. 1. 31. 심리불속행) / K-IFRS 제1032호 문단 AG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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