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행사가격을 낮춰도 주식보상비용은 줄지 않습니다 — 회계는 원래 비용 위에 증분을 얹을 뿐이고, 취소 후 재부여로 우회하면 남은 비용이 그 해에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다운라운드를 마친 다음 주, 이사회에서 나오는 말은 대체로 같습니다. “행사가격이 지금 시가보다 높아졌으니 옵션을 다시 맞춰주자.” 그러면 재무팀이 묻습니다. 주식보상비용도 그만큼 줄어드나요. 줄지 않습니다. K-IFRS는 행사가격 인하를 비용을 빼는 사건으로 보지 않고, 원래 비용 위에 얹는 사건으로만 봅니다.

💡 한 줄 요약 —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낮추면 이미 인식한 주식보상비용은 그대로 남고 증분공정가치가 추가로 붙습니다. 취소 후 재부여로 우회해도 남은 비용이 그 해에 한꺼번에 떨어질 뿐 총액은 줄지 않고, 대신 상법·벤처기업법상 2년 재직 요건의 기산점이 새 결의일로 옮겨갑니다. 세무는 이 비용을 그대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손금이 되는 것은 행사 시점의 시가와 매수가액 차액이고, 그것도 발행주식총수 10% 범위로 잘립니다.


조건변경은 비용을 빼는 계산이 아니라 더하는 계산이다

K-IFRS 1102 문단 27의 문장은 예외를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기업이 지분상품을 부여한 당시의 조건을 변경하는지, 부여한 지분상품을 취소하거나 중도청산할지와는 관계없이 제공받는 근무용역은 최소한 지분상품의 부여일 당시의 공정가치에 따라 인식한다“입니다. 부여일에 측정한 보상원가는 회사가 그 뒤에 무슨 결정을 하든 바닥으로 깔립니다. 예외는 하나뿐인데, 시장조건이 아닌 가득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옵션이 아예 가득되지 못한 경우입니다. 재직 요건을 못 채우고 퇴사했거나 비시장성과조건이 달성되지 않아 옵션이 상실될 때만 비용이 지워지고, 회사가 조건을 바꿔주는 결정으로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위에 문단 B43(1)이 얹힙니다. 조건변경으로 지분상품의 공정가치가 변경 직전과 직후를 비교해 증가하면 — 기준서가 든 예시가 정확히 “행사 가격의 인하”입니다 — 그 증분공정가치를 인식할 금액에 포함합니다. 증분은 조건변경일에 추정한 변경 후 공정가치와 변경 전 공정가치의 차액입니다. 가득기간 중에 변경했다면 증분은 변경일부터 가득일까지 배분하고, 부여일에 측정한 당초 공정가치는 원래 가득기간의 잔여기간에 걸쳐 그대로 인식합니다. 두 줄기가 병렬로 흐르지, 뒤 줄기가 앞 줄기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숫자를 붙이면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시리즈B 직후 주당 시가 5만 원일 때 행사가격 5만 원으로 1만 주를 4년 가득 조건으로 부여했고, 부여일 옵션 공정가치가 주당 1만 5천 원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총 보상원가 1억 5천만 원, 연 3,750만 원입니다. 2년이 지나 7,500만 원을 인식한 시점에 다운라운드로 주당 시가가 2만 원이 됐고, 이사회가 행사가격을 2만 원으로 낮춥니다. 조건변경일 기준 옵션 공정가치가 변경 전 주당 2천 원에서 변경 후 8천 원으로 올랐다면 증분은 주당 6천 원, 총 6천만 원입니다. 이 6천만 원이 잔여 가득기간 2년에 배분되고, 원래 남아 있던 7,500만 원은 그대로 흐릅니다. 총 비용은 1억 5천만 원이 아니라 2억 1천만 원이 됩니다.

스톡옵션 행사가격 인하 시 주식보상비용이 1억 5천만 원에서 증분공정가치 6천만 원이 더해져 2억 1천만 원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보여주는 분할 막대 도식
행사가격을 낮춘 결정은 비용을 지우지 않고, 증분공정가치라는 이름으로 한 칸을 더 만든다.

취소하고 다시 주면, 남은 비용이 그 해에 몰린다

여기서 실무가 흔히 찾는 우회로가 나옵니다. 기존 옵션을 취소하고 낮은 행사가격으로 새로 부여하면 조건변경이 아니라 신규 부여이니 앞의 계산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문단 28은 그 길목을 두 번 막습니다.

첫째, 문단 28(1)입니다. 가득기간 중에 취소하면 “취소나 중도청산 때문에 부여한 지분상품이 일찍 가득되었다고 보아 회계처리”하므로, 취소하지 않았다면 잔여 가득기간에 나눠 인식했을 금액을 즉시 인식합니다. 위 사례에서 남아 있던 7,500만 원이 취소한 사업연도 손익에 한 번에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비용을 줄이려던 결정이 그 해 영업손실을 키웁니다.

둘째, 문단 28(3)입니다. 새 옵션을 부여하면서 그것이 취소한 옵션을 대체한다고 본다면 문단 27과 부록 B의 지침에 따라 조건변경과 동일하게 회계처리합니다. 이때 증분공정가치는 대체옵션의 부여일 공정가치에서 취소한 옵션의 순공정가치(취소 직전 공정가치에서 자본으로 처리한 지급액을 뺀 금액)를 차감한 금액입니다. 위 사례로 계산하면 8천만 원 − 2천만 원 = 6천만 원으로, 조건변경으로 갔을 때와 같습니다. 대체로 보지 않는다면 신규 부여로 처리하지만, 그렇더라도 취소분 7,500만 원의 즉시 인식은 그대로입니다. 어느 쪽을 택해도 총액은 줄지 않고 인식 시점만 앞으로 당겨집니다.

스톡옵션 조건변경과 취소 후 재부여의 주식보상비용 인식 시점을 연도별로 비교한 평행 타임라인 도식
총액은 두 경로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어느 해 손익계산서가 그 비용을 받느냐뿐이다.

취소·재부여에는 회계보다 먼저 터지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은 주식매수선택권을 “제340조의3제2항 각호의 사항을 정하는 주주총회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하여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5 제1항도 “같은 항에 따른 결의가 있는 날(외부 전문가에게 부여하면서 이사회에 위임한 경우에는 이사회가 정한 날)부터 2년 이상”으로 같은 구조를 씁니다.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옵션에는 이사회 위임 통로가 없으므로, 기산점은 부여계약일도 가득 개시일도 아닌 주주총회 결의일 하나입니다. 3년을 근속하며 가득을 채워온 직원에게 취소·재부여를 하면, 새 결의일이 새 기산점이 되어 2년을 다시 기다리게 됩니다. 붙잡으려던 사람의 손에서 유동성을 2년 더 미루는 결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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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격의 바닥은 ‘지금 시가’가 아니라 ‘부여일 시가’에 묶여 있다

낮추고 싶은 만큼 낮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법 제340조의2 제4항 제1호는 신주발행형 행사가액이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일을 기준으로 한 주식의 실질가액과 주식의 권면액 중 높은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박습니다. 다운라운드로 지금 시가가 절반이 되어도 문언상 바닥은 부여일 시가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벤처 특례가 없는 일반 주식회사가 조건변경만으로 지금 시가까지 내려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절차도 이사회 결의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법 제340조의3 제2항 제3호는 주주총회 결의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액과 그 조정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합니다. 조정의 근거가 부여 당시 주주총회 결의에 이미 들어가 있지 않다면, 행사가격을 바꾸는 일은 주주총회 결의사항의 변경이므로 제434조의 특별결의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 대목이 실무에서 자주 미끄러집니다 — 스톡옵션 부여 안건은 특별결의로 올리면서, 나중의 조정은 이사회 안건으로 처리해 두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벤처기업은 통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3 제5항은 임직원에게 신주인수형으로 부여하는 경우 대통령령 요건을 갖추면 시가보다 낮은 가격(권면액 이상)으로 정할 수 있게 합니다. 시행령 제11조의3 제5항이 그 요건인데, 1인이 저가로 부여받았거나 부여받을 각 옵션에 대해 (부여일 시가 − 행사가격) × 행사 대상 주식 수의 합계가 20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같은 시행령 제2항은 행사가격 산정의 시가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와 시행령 제49조를 준용해 평가하되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을 “평가기준일 전 6개월”로 본다고 하면서, 괄호에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 후 그 행사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명시했습니다. 조정을 법령이 정면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벤처기업의 리프라이싱은 막힌 길이 아니라 저가부여 한도를 태우는 길입니다. 위 사례에서 행사가격을 5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내리면 1인 기준 (50,000 − 20,000) × 10,000주 = 3억 원이 20억 원 한도에 잡힙니다. 핵심 인력 몇 명에게 같은 폭으로 조정해 주면 앞으로 저가로 부여할 여력이 그만큼 사라집니다.


세무는 이 비용을 아예 다른 시점, 다른 금액으로 본다

여기까지가 손익계산서 이야기이고, 법인세 신고서로 넘어가면 숫자가 통째로 바뀝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 제19호의2는 손금이 되는 금액을 “약정된 주식매수시기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라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발행하는 경우 그 주식의 실제 매수가액과 시가의 차액“으로 정의합니다. 회계가 부여일 공정가치를 가득기간에 배분하는 동안, 세무는 그 배분을 보지 않고 행사한 사업연도에 행사 차액 전액을 손금으로 잡습니다.

위 사례에서 5년차에 주당 시가 6만 원으로 회복해 전량 행사했다면 손금은 (60,000 − 20,000) × 10,000주 = 4억 원이고, 그 4억 원은 행사연도 한 해에 들어갑니다. 회계가 4년에 걸쳐 인식한 2억 1천만 원과는 금액도 시점도 맞지 않습니다. 매년 인식한 주식보상비용은 그 사업연도에 손금불산입으로 털리고, 행사연도에 4억 원이 손금산입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연법인세를 다루는 회사라면 이 차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언제 소멸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톡옵션 주식보상비용의 회계 인식과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시점·금액이 어긋나는 구조를 보여주는 평행 타임라인 도식
회계는 4년에 걸쳐 2억 1천만 원, 세무는 행사한 해에 4억 원. 같은 옵션을 두 장부가 다르게 읽는다.

그런데 이 4억 원이 전부 손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호의 단서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 범위에서 부여하거나 지급한 경우로 한정한다”고 잘라 놓았습니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3 제3항이 임직원에게는 발행주식총수의 50%까지(외부 전문가는 10%까지) 부여를 허용한다는 점과 겹쳐 읽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벤처 특례를 믿고 10%를 넘겨 부여한 회사는 벤처기업법상으로는 적법하지만 — 상법 제340조의2 제3항의 10% 한도를 특별법이 밀어낸 것입니다 — 10% 범위 안의 행사 차액만 손금이 되고 초과분은 잘립니다. 국세청은 이 단서를 손금 요건이 아니라 한도 규정으로 보아, 10% 범위에서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차액에 한하여 손금에 산입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사전-2026-법규법인-0055, 2026. 4. 7.).

직원 쪽 세금도 같이 움직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6조의2 제1항은 벤처기업 임직원이 2027년 12월 31일 이전에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이익 중 연간 2억 원까지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되, 단서로 “벤처기업별 총 누적 금액은 5억 원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위 사례에서 리프라이싱을 하지 않았다면 행사이익은 (60,000 − 50,000) × 10,000주 = 1억 원으로 전액 비과세 범위에 들어옵니다. 행사가격을 2만 원으로 내린 뒤에는 행사이익이 4억 원이 되어 연 2억 원을 넘는 부분이 근로소득으로 과세되고, 누적 5억 원 한도의 대부분이 한 번에 소진됩니다. 직원의 세후 실익은 물론 커집니다 — 다만 비과세는 리프라이싱으로 늘어난 이익을 따라오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조특법 제16조의2 제2항은 비과세 대상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3에 따라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 및 코넥스상장기업이 상법에 따라 부여한 것으로 한정합니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회사라도 정관·주주총회 결의를 상법 제340조의2를 근거로 운영해 왔다면 이 비과세가 붙지 않습니다. 취소·재부여로 리프라이싱을 하는 회사라면 재부여 시점에 벤처기업 확인이 유효한지, 결의의 근거 조문이 벤처기업법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벤처기업확인서는 유효기간을 정해 발급되므로(같은 법 제25조 제2항), 최초 부여 때는 유효했더라도 재부여일에는 만료돼 있을 수 있습니다.

리프라이싱은 비용을 지우는 도구가 아닙니다. 회계는 원래 비용을 그대로 둔 채 증분을 더하고, 세무는 그 비용을 아예 다른 해에 다른 금액으로 봅니다.

행사가격을 낮추는 결정 자체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옵션이 깊게 물 밖에 나간 상태로 방치되면 리텐션 도구로서는 이미 죽은 자산이고, 그것을 되살리는 데는 값을 치를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값이 무엇인지는 결의 전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손익계산서에는 증분공정가치가 얹히고, 취소·재부여를 택하면 남은 비용이 그 해로 몰리면서 2년 재직 요건의 시계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벤처기업이라면 저가부여 20억 원 한도가 깎이고, 직원의 비과세 한도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때 “행사가격을 조정한다” 한 줄만 적혀 있다면, 그 뒤에 붙는 네 가지를 계산해 본 사람이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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