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감자로는 완전자본잠식이 풀리지 않습니다 — 결손보전 감자가 줄이는 건 자본금이라는 분모뿐이고, 심사가 보는 자본총계는 1원도 늘지 않습니다

자본금 5억을 1억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결의하고 등기까지 마쳤다고 해봅시다. 감자 후 재무제표의 자본총계는 감자 전과 정확히 같은 마이너스 4억이고, 자본잠식률은 180%에서 500%로 올라가 있습니다. 감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 무상감자가 원래 그렇게 작동합니다.

💡 한 줄 요약 — 자본잠식률은 (자본금 − 자본총계) ÷ 자본금입니다. 무상감자는 이 식에서 자본금만 줄이고 자본총계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총계가 아직 양수인 부분자본잠식에서는 분모를 줄이는 것만으로 잠식이 해소되지만, 자본총계가 음수인 완전자본잠식에서는 분모를 줄일수록 잠식률이 커집니다. 절차는 확실히 가볍습니다 — 결손 보전 목적이면 보통결의로 되고(상법 제438조 제2항) 채권자보호절차도 면제됩니다(제439조 제2항 단서). 세금도 대체로 조용합니다(감자차익 익금불산입, 무상감자엔 의제배당 없음). 단 주식에 값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부 주주 주식만 소각하면 증여세 기준금액이 3억에서 0원으로 떨어지고(상증세법 시행령 제29조의2 제2항 단서), 재무제표의 결손금이 사라져도 세무상 이월결손금은 그대로 남습니다.


자본잠식은 결손금의 크기가 아니라 자본금과의 비교입니다

먼저 정의부터 정확히 놓겠습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은 상태이고, 자본잠식률은 (자본금 − 자본총계) ÷ 자본금입니다. 결손금이 얼마인지는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정의가 스타트업에서 특이하게 작동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액면 500원짜리 주식을 주당 몇만 원에 발행하면서 라운드를 돌기 때문에, 자본금은 작고 주식발행초과금은 큽니다. 시리즈 B까지 200억 가까이 받은 회사의 자본금이 5억을 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결손금이 100억을 넘어가도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크면 자본잠식이 아닙니다. 반대로 말하면, 스타트업이 자본잠식 구간에 들어갔다는 것은 라운드로 받은 돈을 대부분 태웠다는 뜻입니다.

가정 예시로 두 회사를 놓아 보겠습니다. 둘 다 자본금 5억(액면 500원 × 100만 주), 주식발행초과금 180억입니다.

  • A사: 결손금 △184억 → 자본총계 1억. 자본잠식률 = (5 − 1) ÷ 5 = 80%
  • B사: 결손금 △189억 → 자본총계 △4억. 자본잠식률 = (5 − (−4)) ÷ 5 = 180% (완전자본잠식)

두 회사가 똑같이 80% 무상감자를 해서 자본금을 5억에서 1억으로 줄인다고 하면 결과가 갈립니다.

  • A사: 자본총계 1억은 그대로. 잠식률 = (1 − 1) ÷ 1 = 0% → 잠식 해소
  • B사: 자본총계 △4억도 그대로. 잠식률 = (1 − (−4)) ÷ 1 = 500% → 잠식률 상승

같은 감자, 반대 결과입니다. 식을 (자본금 − 자본총계) ÷ 자본금 = 1 − (자본총계 ÷ 자본금) 으로 바꿔 쓰면 이유가 보입니다. 자본총계가 양수면 자본금을 줄일수록 뒤의 항이 1에 가까워져 잠식률이 0으로 내려갑니다. 자본총계가 음수면 뒤의 항이 애초에 음수라서, 자본금을 줄일수록 그 절댓값이 커지고 잠식률도 함께 올라갑니다.

다만 500%라는 숫자를 어딘가에 써낼 일은 없습니다. 비상장 회사를 거르는 기준들은 대체로 잠식률이라는 비율이 아니라 ‘자기자본 전액 잠식’이라는 상태를 묻고, 그런 기준에서는 잠식률이 180%인지 500%인지가 판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이 반전이 말해 주는 것은 순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 감자가 손대는 변수 목록에 자본총계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

부분자본잠식 회사와 완전자본잠식 회사가 동일한 80% 무상감자를 했을 때 자본잠식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좌우 비교 도식
금액은 예시입니다. 자본금과 결손금은 움직였는데 두 회사 모두 자본총계 칸만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자본총계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 이익을 내거나, 자본을 새로 넣는 것(유상증자·출자전환)입니다. 자본 계정끼리 옮기는 어떤 조작도 자본총계를 1원도 늘리지 못합니다. 무상감자가 그렇고, 주식발행초과금을 헐어 결손금을 보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발행초과금 180억으로 결손금 189억 중 180억을 지워도 B사의 자본총계는 여전히 △4억입니다. 재무제표에서 결손금이라는 큰 숫자가 사라져 보기가 나아질 뿐입니다.

무상감자는 자본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자본금이라는 분모를 정리하는 도구입니다. 완전자본잠식이면 감자가 아니라 증자가 먼저입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두 군데입니다. 하나는 계약과 심사입니다. 정책자금·보증기관·투자계약의 재무 커버넌트는 자본잠식률 같은 비율을 쓰기도 하고 완전자본잠식 여부라는 상태를 쓰기도 하는데, 앞의 것은 감자로 움직이고 뒤의 것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기자본이 전액 잠식된 상태 자체를 배제 사유로 두는 기준이라면 감자를 아무리 해도 통과선에 닿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그렇습니다 — 융자제외 대상의 한계기업 항목은 “업력 5년 초과 기업 중 2년 연속 적자기업 중 자기자본 전액 잠식 기업”으로 되어 있고, 자본잠식률 몇 퍼센트라는 비율 기준은 여기 없습니다(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융자대상 및 제한기업’). 잠식률이라는 비율이 기준으로 등장하는 자리는 이미 상장한 회사의 관리종목 지정 요건 쪽이지, 비상장 회사가 마주하는 문턱이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순서입니다. 완전자본잠식 회사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함께 진행하는 구조가 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본총계를 양수로 되돌리는 일은 증자가 하고, 감자는 그 뒤에 남을 자본금 규모와 구주주 지분율을 정리합니다. 감자만 단독으로 하면 아무 문제도 풀리지 않습니다.


결손 보전 목적이면 절차가 가벼워집니다 — 면제되는 것은 채권자보호절차입니다

절차 쪽은 상법이 명확하게 두 갈래로 갈라 놓았습니다.

상법 제438조 제1항은 자본금 감소에 제434조의 결의, 즉 특별결의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제2항이 예외를 둡니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 결손의 보전(補塡)을 위한 자본금의 감소는 제368조제1항의 결의에 의한다.

제368조 제1항은 보통결의입니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면 됩니다. 특별결의(출석 3분의 2 이상 +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와의 차이는 지분이 분산된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큽니다. 시리즈를 여러 번 돌면서 재무적 투자자 지분이 쌓인 회사라면 3분의 2 문턱을 넘기 위해 몇 곳을 설득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채권자보호절차도 면제됩니다. 제439조 제2항입니다.

자본금 감소의 경우에는 제232조를 준용한다. 다만, 결손의 보전을 위하여 자본금을 감소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32조는 1개월 이상의 이의제출 공고와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한 개별 최고, 그리고 이의를 낸 채권자에 대한 변제·담보제공 의무입니다. 이 절차가 통째로 빠지면 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짧아집니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면제되는 것은 채권자보호절차 하나입니다. 감자를 주식병합 방식으로 하면 제440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주식을 병합할 경우에는 회사는 1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그 뜻과 그 기간 내에 주권을 회사에 제출할 것을 공고하고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와 질권자에 대하여는 각별로 그 통지를 하여야 한다.

즉 결손보전 감자라도 주식병합으로 가면 한 달은 걸립니다. 반면 액면금액을 낮추는 방식(예: 액면 500원 → 100원)으로 하면 주식 수가 변하지 않아 병합 절차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주주 수가 많고 주권을 실물로 발행해 둔 회사일수록 이 선택의 실무 부담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감자의 효력을 다투는 창은 감자무효의 소로 열려 있는데, 제445조는 이를 변경등기가 된 날부터 6개월 내로 제한합니다. 감자 방식과 결의 요건에 의문이 있다면 그 창이 닫히기 전에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한 가지 더. 결손을 지우는 데 자본금 감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 제460조는 법정준비금의 용도를 이렇게 정합니다.

제458조 및 제459조의 준비금은 자본금의 결손 보전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처분하지 못한다.

뒤집으면 결손 보전에는 쓸 수 있다는 뜻이고, 여기에 이익준비금을 먼저 쓰라는 순서 규정은 지금 상법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라운드를 돌며 쌓인 주식발행초과금이 자본준비금으로 크게 잡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본금에 손대기 전에 자본준비금으로 결손을 덮을 수 있는지부터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경로는 주총 결의만 있으면 되고 등기 변경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준비금을 감액해 배당 재원으로 돌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제461조의2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범위에서만 감액을 허용합니다. 자본금이 작은 스타트업은 이 문턱을 쉽게 넘지만, 결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감액해도 배당가능이익이 곧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회계는 두 단계입니다 — 감자 결의만으로는 결손금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무상감자를 하면 결손금이 자동으로 지워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회계기준의 문언은 다릅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15.14입니다.

기업이 주주에게 순자산을 반환하지 않고 주식의 액면금액을 감소시키거나 주식수를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감소되는 액면금액 또는 감소되는 주식수에 해당하는 액면금액을 감자차익으로 하여 자본잉여금으로 회계처리한다.

감자 그 자체는 자본금을 감자차익으로 옮기는 데서 끝납니다. 결손금과의 상계는 그다음 단계이고, 근거는 회계기준이 아니라 상법 제460조(자본준비금의 결손 보전 충당)입니다. 실무에서 주주총회 안건을 자본금 감소 하나만 올리고 결손 보전 처분을 명시하지 않으면, 등기는 났는데 재무제표에는 감자차익 4억과 결손금 △184억이 나란히 남을 수 있습니다. 겉보기 재무제표를 정리하려던 목적이 절반만 달성됩니다. 상법 제438조 제2항이 “결손의 보전을 위한 자본금의 감소”를 하나의 행위로 규정하므로 감자 결의에 보전 처분이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견해를 따르든, 결의서와 결손금처리계산서에 충당액을 숫자로 적어 두면 다툼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단계가 실제로 무언가를 바꾸는 자리가 있습니다. 배당가능이익입니다. 상법 제462조 제1항은 순자산액에서 ① 자본금 ② 그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 ③ 그 결산기에 적립할 이익준비금 ④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을 배당 한도로 정합니다. 무상감자로 자본금 4억이 줄면 ①의 공제액이 4억 줄어듭니다. 그런데 그 4억이 감자차익으로 남아 있으면 ②의 공제액이 4억 늘어 정확히 상쇄됩니다. 결손 보전에 충당해 감자차익을 소멸시켜야 공제액이 실제로 줄어듭니다.

다만 그것으로 배당 한도가 곧바로 양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순자산액 자체가 결손금만큼 눌려 있으므로, 결손금이 남아 있는 한 한도의 최대치는 0입니다. A사 예시에서 감자차익 4억을 충당해도 결손금은 △184억에서 △180억이 될 뿐입니다. 감자차익 충당은 배당 한도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0까지 가는 거리를 4억만큼 줄이는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배당할 계획이 없는 스타트업에 이 거리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환우선주의 상환 재원, 자기주식 취득 한도가 모두 이 배당가능이익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결손금이 자본을 눌러앉아 있는 동안에는 투자자가 계약서에 써 둔 상환권이 조문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기주식 취득 쪽 구조는 [[자기주식취득-의제배당-양도소득]]에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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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세 갈래로 갈립니다

회사 쪽 — 감자차익은 익금이 아닙니다

법인세법 제17조 제1항 제4호입니다.

감자차익(減資差益): 자본감소의 경우로서 그 감소액이 주식의 소각, 주금(株金)의 반환에 든 금액과 결손의 보전(補塡)에 충당한 금액을 초과한 경우의 그 초과금액

문언을 그대로 읽으면 세법상 감자차익은 회계상 감자차익과 범위가 다릅니다. 회계는 감소액 전액을 감자차익으로 잡지만(15.14), 세법은 결손 보전에 충당한 금액을 먼저 빼고 남는 초과분만 감자차익이라고 부릅니다. 기준은 결손금의 크기가 아니라 실제로 충당한 금액입니다 — 감소액 전액을 결손 보전에 충당했다면 세법상 감자차익은 0이고, 결손금이 아무리 커도 충당하지 않았다면 감소액 전액이 세법상 감자차익입니다. 어느 경로든 익금이 아니어서 회사에 법인세가 붙지 않는다는 결론은 같지만, 자본금과적립금조정명세서(갑)에 남는 모습은 다릅니다.

관련해서 하나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결손금을 크게 넘겨서 감자하는 경우, 그 초과분까지 “결손의 보전을 위한 자본금의 감소”라는 상법 제438조 제2항·제439조 제2항 단서의 완화를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조문은 완화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가 요구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감자 규모를 결손금보다 크게 잡을 계획이라면 관할 등기소와 미리 맞춰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주주 쪽(균등감자) — 의제배당이 없습니다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1호의 문언입니다. 의제배당은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로 인하여 주주가 취득하는 금전, 그 밖의 재산의 가액“이 그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사용한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입니다. 법인 주주 쪽 법인세법 제16조 제1항 제1호도 “취득하는 금전과 그 밖의 재산가액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잡아 구조가 같습니다. 무상감자는 주주가 받는 것이 0원이므로 어느 쪽이든 초과금액이 나올 수 없습니다. 과세 사건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받은 것이 0인데 주식은 줄었으니 손실 아니냐는 질문이 따라오는데, 세법은 그 자리에서 손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총 취득가액은 그대로 두고 줄어든 주식 수로 나누므로 1주당 취득가액이 올라갑니다. 나중에 그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이 그만큼 줄어드는 방식으로 뒤에서 정산됩니다. 국세청도 무상감자를 한 경우 그 주식의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을 양도차익 계산 시 공제하는 취득가액에 포함한다고 회신했습니다(재재산-1495, 2004.11.10).

주주 쪽(차등감자) — 여기가 진짜 함정입니다

균등감자, 즉 모든 주주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줄이면 지분율이 변하지 않으므로 주주 간 부의 이전이 없습니다. 문제는 특정 주주의 주식만 소각하는 차등감자입니다. 회생·워크아웃에서 대주주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익숙하고, 스타트업에서도 “창업자 지분을 먼저 줄이고 신규 투자를 받는다”는 구조로 제안되곤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9조의2 제1항 제1호는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대가로 소각한 경우, 소각한 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대주주가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봅니다. 무상감자는 대가가 0원이므로 시가보다 낮은 대가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이 놓치는 것이 기준금액입니다. 시행령 제29조의2 제2항은 기준금액을 3억원으로 두면서 단서를 답니다.

다만, 감자한 주식등의 1주당 평가액과 주식등을 소각할 때 지급한 1주당 금액의 차액이 감자한 주식등의 1주당 평가액의 100분의 30 이상인 경우에는 기준금액은 영(零)으로 한다.

1주당 평가액이 남아 있는 회사라면 무상감자는 지급액이 0원이므로 차액이 평가액의 100%가 되어 30% 요건을 언제나 충족합니다. 즉 무상 차등감자에서는 3억원 면제선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준금액 앞에 계산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증여이익은 시행령 제29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라 (감자한 주식의 1주당 평가액 − 지급한 1주당 금액)에서 출발하는데, 비상장주식의 순자산가액은 같은 영 제55조 제1항이 “순자산가액이 0원 이하인 경우에는 0원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잠식이 깊고 결손이 이어진 회사일수록 1주당 평가액이 0에 수렴해 증여이익 자체가 계산되지 않습니다. 기준금액이 0으로 내려가는 것과, 그 위에 얹을 이익이 실제로 있는 것은 별개입니다. 단 세법상 순자산가액은 장부가액이 아니라 상증세법 제60조 이하의 평가액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므로, 장부상 잠식이어도 부동산·지분 같은 자산에 미실현 가치가 있으면 평가액이 양수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함정이 실제로 터지는 구간은 따로 있습니다. 잠식이 얕아 주식에 값이 남아 있을 때, 그리고 증자로 순자산을 회복한 뒤에 차등감자를 붙일 때입니다. 후자가 특히 위험합니다 — 자본총계를 되살리려고 증자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구주주 지분을 정리하는 순서가 실무에서 자연스러운데, 그 순서가 평가액을 0에서 끌어올린 다음 차등감자를 얹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과세 요건도 두 겹입니다. 하나는 이익을 얻은 쪽이 ‘대주주등’이어야 한다는 것 —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발행주식총수등의 1% 이상이거나 보유 주식의 액면가액이 3억원 이상인 주주입니다(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 제2항, 제29조의2가 이 정의를 그대로 씁니다). 다른 하나가 그 대주주등이 소각당한 주주의 특수관계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창업자끼리 친족·경영지배 관계가 없다면 두 번째 요건에서 걸러집니다. 반대로 가족이 주주로 들어와 있는 회사, 대표 개인회사가 주주인 회사에서 증자 후 차등감자를 설계하면 정면으로 들어옵니다.

무상감자의 세무 효과가 회사·균등감자 주주·차등감자 주주 세 갈래로 갈리는 구조를 보여주는 분기 도식
회사와 균등감자 주주에게는 과세 사건이 없습니다. 세금은 세 번째 갈래에서만, 그것도 주식에 값이 남아 있을 때만 생깁니다.

재무제표에서 결손금이 사라져도 세무상 이월결손금은 그대로입니다

마지막 축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곳입니다. 무상감자로 미처리결손금을 지우면 앞으로 이익이 났을 때 쓸 이월결손금 공제권도 함께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법인세법 제14조 제3항의 정의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내국법인의 이월결손금은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발생한 각 사업연도의 결손금으로서 그 후의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으로 한다.

이 정의에 자본거래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월결손금을 실제로 줄이는 것은 과세표준 계산 시의 공제(제13조 제1항 제1호)와, 뒤에서 볼 자산수증이익·채무면제이익의 보전 충당(제18조 제6호) 둘입니다. 자본금을 결손금과 상계하는 회계상 처리는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무상감자는 자본 계정 안에서의 이동이므로 각 사업연도 소득에 영향을 주지 않고, 따라서 세무상 이월결손금은 손대지 않은 채 남습니다. 제13조 제1항 제1호의 요건(각 사업연도 개시일 전 15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 + 신고·결정·경정·수정신고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만 갖췄다면 공제권은 그대로이고, 중소기업이라면 공제 한도도 각 사업연도 소득의 100%입니다(일반법인은 80%). 이월결손금 자체의 관리 구조는 [[이월결손금]]에서 다뤘습니다.

감자 대신 출자전환을 택하면 이 대칭이 깨집니다. 대여금을 주식으로 바꾸면 채무면제이익이 생기는데, 법인세법 제18조 제6호는 “채무의 면제 또는 소멸로 인한 부채의 감소액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월결손금을 보전하는 데에 충당한 금액“을 익금불산입합니다. 이 경로는 세무상 이월결손금을 실제로 소비합니다.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 법인세법 시행령 제10조 제3항 제2호는 “제18조제6호에 따라 무상으로 받은 자산의 가액 및 채무의 면제 또는 소멸로 인한 부채의 감소액으로 충당된 이월결손금”을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제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보전에 충당한 순간 그만큼은 이미 쓴 것으로 처리되어 앞으로의 공제 대상에서 빠집니다. 당장의 법인세를 막는 대신 앞으로의 공제 여력을 쓰는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완전자본잠식 회사가 대주주 대여금을 출자전환으로 정리할 때, 자본총계는 회복되지만 이월결손금 잔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감자 결의 전에 확인할 다섯 줄

① 지금 자본총계가 양수인지 음수인지 — 음수라면 감자로는 잠식이 풀리지 않습니다. 증자·출자전환의 규모부터 정하고, 감자는 그 뒤 자본금 정리로 배치합니다.

② 우리를 심사하는 쪽이 보는 것이 자본잠식률인지 자본잠식 여부인지 — 계약서와 공고문의 문언을 그대로 읽습니다. 비율 기준이면 감자가 듣고, 전액 잠식 여부 기준이면 듣지 않습니다.

③ 자본금에 손대기 전에 자본준비금으로 덮을 수 있는지 — 주식발행초과금이 크게 쌓인 회사라면 상법 제460조 경로가 먼저입니다. 등기도 필요 없습니다.

④ 주총 안건에 자본금 감소와 결손 보전 처분이 함께 올라가 있는지 — 감자만 결의하면 감자차익과 결손금이 나란히 남고 배당가능이익 한도도 그대로입니다.

⑤ 균등감자인지 차등감자인지, 차등이라면 소각당하는 주주와 남는 대주주등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지 — 그리고 증자와 감자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증자로 순자산을 회복한 다음에 차등감자를 붙이면 1주당 평가액이 되살아난 상태라 증여이익이 실제로 계산됩니다. 여기에는 3억원 면제선도 없습니다.

무상감자는 재무제표를 정리하는 도구이지 자본을 만드는 도구가 아닙니다. 결의 전에 확인할 숫자는 자본금이 아니라 자본총계의 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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