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환산손익 평가방법을 신고하지 않으면 그 손실은 없는 것이 됩니다 — 조정명세서를 아무리 정확히 써도 신고서를 대신하지 못하고, 한 번 신고하면 5개 사업연도 동안 현금 없는 이익에도 세금을 냅니다

시리즈A로 받은 300만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외화예금에 그대로 뒀습니다. 환율이 1,300원에서 1,450원이 되자 결산에서 외화환산이익 4억 5천만 원이 잡혔고, 통장에서 나간 돈은 한 푼도 없는데 과세소득이 그만큼 늘었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환산손실을 계상했다가 세무조사에서 전액 부인당하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가 틀린 건 계산이 아니라 서식 한 장입니다.

💡 한 줄 요약 — 화폐성 외화자산·부채의 결산 환산은 회계에서 강제되지만, 세무에서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6항의 화폐성외화자산등평가방법신고서를 낸 회사만 그 손익을 인정받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외화자산등평가차손익조정명세서를 정확히 제출했더라도 그것이 신고서를 대신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신고하면 5개 사업연도 동안 바꿀 수 없어, 원화 약세 구간에서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평가이익에 법인세를 냅니다.


회계는 환산을 강제하고, 세무는 신고한 회사에게만 인정한다

회계 쪽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23.9는 매 보고기간말에 화폐성 외화항목을 마감환율로 환산하라고 하고, 문단 23.10은 그 환산에서 생긴 외화환산손익을 그 회계기간의 손익으로 인식하라고 합니다. 화폐성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실무지침 실23.1에 있습니다 — “확정되었거나 결정가능할 수 있는 화폐단위의 수량으로 받을 권리나 지급할 의무”입니다. 외화예금, 외화 매출채권, 외화 차입금이 전부 여기 들어갑니다. 반면 선급금·재고자산·유형자산은 비화폐성이라 거래일 환율에 머뭅니다. 달러를 그냥 통장에 두는 것과 달러로 선급금을 걸어두는 것이 결산에서 완전히 다르게 처리되는 이유입니다.

세무 쪽 기본값은 정반대입니다. 법인세법 제42조 제1항은 내국법인이 자산·부채의 장부가액을 증액하거나 감액한 경우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그 장부가액을 평가하기 전의 가액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즉 원칙은 평가 부인입니다. 예외가 같은 항 제2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산과 부채”이고, 시행령 제73조 제3호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화폐성 외화자산과 부채”를 그 목록에 넣습니다. 그 평가를 어떻게 할지 정한 조문이 시행령 제76조입니다.

시행령 제76조 제2항은 금융회사 등 외의 법인이 보유하는 화폐성외화자산·부채를 두 방법 중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한 방법” 에 따라 평가하라고 합니다.

  • 제1호: 취득일 또는 발생일 현재의 매매기준율등으로 평가 — 사실상 환산하지 않는 방법
  • 제2호: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의 매매기준율등으로 평가 — 회계와 같은 방법

그리고 같은 항 단서가 결론을 못 박습니다. “최초로 제2호의 방법을 신고하여 적용하기 이전 사업연도의 경우에는 제1호의 방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회사의 기본값은 제1호이고, 결산에서 계상한 외화환산손익은 세무에서 전부 없는 것이 됩니다. 환산손실은 손금불산입(유보), 환산이익은 익금불산입(△유보)으로 털립니다.

제2호를 쓰려면 제76조 제6항에 따라 그 방법을 적용하려는 사업연도의 법인세 신고와 함께 화폐성외화자산등평가방법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가 가장 자주 걸립니다. 같은 조 제7항에는 외화자산등평가차손익조정명세서라는 다른 서식이 있고, 세무조정을 하는 쪽에서는 이 명세서를 훨씬 익숙하게 다룹니다. 조심2012전5344(2013.8.23. 결정)의 청구법인이 정확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조정명세서에 사업연도 종료일 매매기준율, 그 환율로 평가한 금액, 평가 전 장부가액, 평가차손익까지 명확히 기재해 제출했지만 평가방법신고서는 내지 않았습니다. 처분청은 외화환산손익 전액을 부인했고, 심판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조정명세서는 계산과 조정 내용을 적는 서식이고 신고서는 이후에도 계속 적용할 평가방법을 신고하는 것이라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였습니다.

부인된 것은 ‘환차손’이 아니다

“환차손을 손금으로 넣었는데 전액 부인됐다”는 말은 대개 반쪽입니다. 시행령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화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을 해당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산입한다고 정하는데, 여기에는 신고 요건이 없습니다. 실제로 결제된 실현 손익은 신고서와 무관하게 그대로 인정됩니다.

부인되는 것은 결산일에 장부만 고쳐 잡은 미실현 환산손익뿐입니다. 그것도 영구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1호 방법을 적용하면 원화기장액이 취득일 환율 기준으로 유지되므로, 나중에 회수·상환할 때 제76조 제5항에 따라 누적 차익·차손이 한 번에 인식되면서 유보가 추인됩니다.

그래서 이건 원칙적으로 시점 차이입니다. 다만 스타트업에서는 시점 차이가 실질 손실이 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월결손금은 각 사업연도 개시일 전 15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만 공제되고(법인세법 제13조 제1항 제1호 가목), 그 창을 넘긴 결손금은 소멸합니다. 손실 인식을 몇 년 뒤로 미는 조정이 15년 시계를 갉아먹는 셈입니다.

화폐성외화자산등평가방법신고서 제출 여부에 따라 같은 외화환산이익 4억 5천만 원의 세무 결과가 익금산입과 익금불산입으로 갈리는 비교 도식
계산은 같고 서식만 다른데 그해 과세소득이 4억 5천만 원 갈린다
외화 관련 손익이 미실현 외화환산손익과 실현 외화환차손익으로 갈리고 각각 다른 조문의 적용을 받는 구조도
부인되는 것은 왼쪽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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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신고하면 5개 사업연도는 못 바꾼다

제76조 제3항은 신고한 평가방법을 그 후의 사업연도에도 계속하여 적용하라고 하고, 단서에서 “제2항에 따라 신고한 평가방법을 적용한 사업연도를 포함하여 5개 사업연도가 지난 후에는” 다른 방법으로 변경 신고할 수 있다고 합니다. X1 사업연도에 제2호로 신고하면 X1부터 X5까지는 강제입니다.

이건 “환산손실을 털겠다”는 한 해짜리 선택이 아닙니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5년간 결산 환산 결과를 과세소득에 그대로 태우겠다는 약정입니다.

환율이 한 해 안에서 크게 출렁이는 국면에서는 이 약정의 방향을 미리 고를 수 없습니다. 오른 채로 결산일을 맞으면 익금, 내린 채로 맞으면 손금인데, 어느 쪽이 될지는 12월 31일이 지나야 압니다. 달러 표시 라운드로 들어온 자금을 환전하지 않고 들고 있는 회사가 환율이 오른 결산일을 만나면, 신고한 회사는 그 평가이익이 그대로 익금입니다. 단 1달러도 원화로 바뀌지 않았는데 법인세가 발생합니다.

“어차피 결손이라 상관없다”가 첫 반응이지만, 흡수 자체가 비용입니다. 중소기업은 각 사업연도 소득의 100%까지 이월결손금을 공제할 수 있지만(법인세법 제13조 제1항 단서), 그렇게 소진된 결손금은 나중에 실제로 흑자를 낼 때 쓸 몫에서 그만큼 빠집니다.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평가이익이 진짜 이익을 막아줄 방패를 미리 태우는 구조입니다.

역방향도 대칭이 아닙니다. 신고하지 않은 회사는 환율이 반대로 가도 손실을 털지 못하고, 뒤늦게 신고하려 해도 제6항이 “적용하려는 사업연도의 법인세 신고와 함께” 제출하도록 하므로 지나간 사업연도로 소급할 수 없습니다.

판단 기준은 “올해 환산손실이 날 것 같은가”가 아니라 “앞으로 5년간 외화 잔고를 계속 들고 있을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실제 결정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5년 이상 외화 잔고를 유지할 회사라면 환율 방향이 양쪽으로 반복되므로 신고의 유불리가 대체로 상쇄되고, 회계와 세무를 일치시켜 조정 항목 자체를 없애는 편이 관리 비용에서 이깁니다. 반대로 라운드 자금을 1~2년 안에 원화로 소진할 회사라면, 어차피 환전하는 해에 실현 차손익이 잡힙니다. 국세청은 외화예금을 원화로 인출해 받은 원화금액과 그 예금의 원화기장액의 차익·차손을 인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익금·손금으로 본다고 회신했습니다(법인세과-865, 2009.7.29). 이 회사에 신고는 미실현 손익을 앞당기는 효과만 남습니다.

여기에 외화 차입이 붙으면 계산이 한 번 더 바뀝니다. 외화 차입금도 화폐성 부채라 같은 규정을 타는데, 원화 약세 구간에서는 외화 자산과 반대 부호로 움직여 순포지션이 실질 노출을 결정합니다. 국외지배주주로부터 빌린 외화라면 과소자본세제까지 겹칩니다([[과소자본세제-국외지배주주]]).

화폐성외화자산 평가방법을 제2호로 신고하면 신고한 사업연도를 포함해 5개 사업연도 동안 변경할 수 없고 환율 방향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타임라인
한 해의 선택이 아니라 5년짜리 약정이다

기능통화가 원화가 아닐 수 있는 회사

여기까지는 기능통화가 원화라는 전제였습니다. 그런데 매출도 달러고 원가도 달러인 회사는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23.2는 기업이 기능통화를 식별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능통화를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주된 경제 환경의 통화”로 정의합니다. 그 판단 지표는 문단 23.3의 두 가지입니다 — 재화·용역의 공급가격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공급가격을 표시·결제하는 통화, 그리고 공급가격을 주로 결정하는 경쟁요인과 법규가 있는 국가의 통화)와 노무원가·재료원가 등 원가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입니다.

여기서 자주 뒤집히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달러로 투자받았다는 사실은 기능통화 판단의 주요 지표가 아닙니다. 재무활동으로 조달되는 통화는 문단 23.4의 보조 증거이고, 문단 23.6은 지표가 엇갈릴 때 “문단 23.4와 23.5의 지표를 고려하기 전에 문단 23.3의 주요 지표를 우선하여 고려한다”고 명시합니다. 달러로 라운드를 마감했어도 매출과 원가가 원화면 기능통화는 원화입니다. 반대로 해외 고객에게 달러로 청구하고 개발 인력도 해외에 있는 회사라면, 원화로 재무제표를 만들어 온 관행과 무관하게 기능통화가 달러일 수 있습니다(SaaS 수출의 세무 쪽 쟁점은 [[saas-수출-영세율]], 달러 지급 쪽은 [[해외지급-원천징수-사용료]]에서 다뤘습니다).

이 지점에 비상장과 상장 준비 사이의 계단이 하나 있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23.2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 “해당 국가의 통화와 기능통화가 다른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통화를 기능통화로 간주할 수 있다.” 지표상 달러가 기능통화여도 원화를 기능통화로 간주할 수 있게 열어둔 완화 규정이고, 실무에서 국내 법인 대부분이 이 단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K-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021호에는 이 단서가 없습니다. 문단 9~12의 판단 구조는 일반기준과 사실상 같은데, 결과를 원화로 되돌려주는 단서만 빠져 있습니다. 상장 준비로 회계기준을 바꾸는 순간 그 근거가 사라집니다. 최초채택 기준서(제1101호)에도 빠져나갈 문이 없습니다. 문단 D1이 열거한 면제 항목 스물두 개에 기능통화 결정은 들어 있지 않고, 같은 문단이 그 면제조항을 유추해 다른 항목에 적용하지 말라고 못 박습니다.

세무는 여기서도 같은 구조를 반복합니다. 법인세법 제53조의2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원화 외의 통화를 기능통화로 채택한 내국법인의 과세표준 계산을 세 가지 방법 중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한 방법”에 따르도록 하고, 단서에서 제2호·제3호를 신고하여 적용하기 이전 사업연도에는 제1호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제1호는 “원화 외의 기능통화를 채택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 작성하여야 할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회계는 달러로 만들고 세무는 원화 재무제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고 절차도 같습니다. 시행령 제91조의2 제1항은 제2호·제3호를 적용하려는 법인이 그 사업연도의 법인세 신고와 함께 과세표준계산방법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합니다. 다만 변경 쪽은 평가방법보다 더 빡빡합니다. 법 제53조의2 제2항은 기능통화 변경·합병 등 시행령이 정한 사유가 아니면 변경 자체를 막고, 시행령 제91조의2 제3항부터 제5항은 변경 신청서를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내면 관할 세무서장이 종료일부터 1개월 이내에 승인 여부를 통지하며, 승인 없이 변경하면 변경 전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계산한다고 정합니다.

달러로 받은 돈을 달러로 들고 있겠다는 결정은 재무팀의 환헤지 판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잔고가 결산을 통과하는 첫 해에 회계는 무조건 환산하고, 세무는 신고서를 낸 회사의 숫자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신고서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은 라운드를 마감한 사업연도의 법인세 신고 기한입니다. 그때 아무 판단도 하지 않으면, 판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5년짜리 선택으로 확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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