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사는 대표님 가지급금부터 봅니다 — 밸류 깎이기 전에 정리할 순서가 있습니다

텀시트에 서명하고 가장 먼저 받는 건 축하 전화가 아니라 자료요청서(RFI)입니다. 회계법인이나 투자사 재무팀이 보내는 그 목록의 맨 윗줄은 거의 항상 같습니다 — “대표이사 대여금·가지급금 계정원장, 최근 3개년.” 매출도, 영업이익도 아니고 대표님 통장과 회사 통장 사이를 오간 돈부터 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돈이 회사의 진짜 살림과 거버넌스를 가장 빨리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한 줄 요약 — 투자 재무실사에서 가장 먼저, 가장 집요하게 걸리는 건 대표와 회사 사이를 오간 돈입니다. 대표 가지급금은 인정이자(연 4.6%) 익금산입·대표 상여 처분·차입금 이자 손금불산입이라는 세금을 매년 만들고, 원금은 회수해야 할 채권으로 남습니다. 가수금은 부채라서가 아니라 ‘이 돈이 어디서 왔나’라는 자금출처 질문 때문에 위험하고, 미수금·부실채권은 순자산을 부풀려 밸류를 깎습니다. 문제는 이 정리에 시간이 든다는 것 — 실사는 한 달이면 끝나지만 정리는 반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텀시트를 받은 다음이 아니라 그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실사는 왜 ‘대표와 회사 사이 돈’부터 보는가

가지급금·가수금·미수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셋 다 정상적인 영업거래가 아니라 회사와 내부자 사이에서 돈이 오간 흔적이라는 점입니다. 가지급금은 회사 돈이 대표 쪽으로 나간 것, 가수금은 대표 돈이 회사로 들어온 것, 그리고 특수관계자 미수금은 받기로 하고 아직 못 받은 것. 외부 투자자가 회사의 실제 수익력과 자산을 보려면 이 사적 자금 흐름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실사역은 이 계정들을 회사의 ‘체온계’로 씁니다. 잔액이 크고 거래가 잦을수록 법인과 개인의 지갑이 섞여 있다는 신호고, 이는 곧 내부통제와 거버넌스가 약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가리키는 ‘관리 수준’이 밸류에이션과 투자 조건(선결조건·진술보장)에 영향을 줍니다. 첫 줄부터 여기를 보는 건 그게 가장 효율적인 검문소이기 때문입니다.


가지급금: 빠져나간 현금에 세금이 따라붙습니다

가장 무거운 건 대표 가지급금입니다. 회계상으로는 ‘회사가 대표에게 빌려준 돈’이라 회사의 자산(대여금 채권)으로 잡히지만, 세법은 이걸 그냥 두지 않습니다. 특수관계인에게 무상·저리로 빌려준 돈으로 보아 부당행위계산부인(법인세법 제52조)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가지급금이 ‘세 갈래로 일한다’는 점입니다.

첫째, 인정이자입니다.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어도 받은 것으로 간주해 회사 익금에 더합니다. 적용 이자율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고, 당좌대출이자율을 선택하거나 일정 사유에 해당하면 연 4.6%가 적용됩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3항, 시행규칙 제43조 제2항). 실무에서 흔히 쓰는 4.6%로 보면, 가지급금 1억 원당 매년 460만 원이 회사 소득에 얹혀 법인세가 늘어납니다.

둘째, 그 460만 원은 회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익금산입한 인정이자는 그 돈이 결국 대표에게 귀속됐다고 보아 대표 상여로 소득처분합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같은 460만 원이 회사 법인세 과세표준에도, 대표 근로소득에도 잡혀 양쪽에서 과세되는 구조입니다.

셋째, 회사에 차입금이 있으면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상당하는 만큼의 지급이자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 나목). 은행 이자를 내고도 그 일부를 손금으로 못 빼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별개로, 원금 1억 원은 여전히 대표가 회사에 갚아야 할 빚으로 장부에 남아 있습니다.

대표 가지급금 1억 원의 세무 부담 구조 — 인정이자 460만 원이 회사·대표 양쪽에서 과세되고 차입금 이자 손금불산입이 추가된다
가지급금 1억은 한 번 나간 돈이 아니라, 매년 세 번 일하는 비용이다

가지급금의 인정이자는 회사 익금과 대표 상여로 같은 금액이 두 번 과세되고, 원금은 회수 채권으로 남습니다. 실사역이 이걸 모를 리 없습니다 — 그래서 첫 줄에 둡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가지급금이 가령 5억 원 쌓여 있다는 건, 투자금이 들어오면 그중 일부가 곧바로 대표 개인에게 흘러간 전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사 단계에서 “클로징 전까지 가지급금을 전액 정리할 것”이 선결조건으로 붙는 경우가 흔합니다. 정리가 안 되면 그만큼을 밸류에서 깎거나, 매매대금에서 유보(에스크로)합니다.


가수금: 들어온 돈이 더 위험할 때

가수금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대표가 회사에 돈을 넣은 것 — 언뜻 회사에 좋은 일 같습니다. 그런데 실사에서는 가지급금보다 가수금에 더 날카로운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 돈, 어디서 났습니까.”

대표가 자기 급여나 배당, 대출로 마련한 자금이라면 출처를 대면 됩니다. 문제는 출처를 깔끔히 설명하지 못하는 가수금입니다. 회사로 들어온 정체불명의 현금은 ‘신고하지 않은 매출이 대표 손을 거쳐 회사로 되돌아온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그 순간 재무실사는 세무 리스크 실사로 성격이 바뀝니다. 매출 누락이 의심되면 투자자는 진술보장 위반·우발부채를 걱정하고, 거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성격이 분명한 가수금이라도 부채라는 사실은 남습니다. 대표가 언제든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빚이죠.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자기 투자금으로 대표의 가수금을 갚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자계약서의 자금 사용(use of proceeds) 조항으로 대표 채무 상환을 막거나, 클로징 전에 가수금을 자본으로 전입(출자전환)하거나 채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미리 정리해 두면 협상 카드가 되고, 미루면 약점이 됩니다.


미수금·매출채권: 자산이 부풀어 있다는 신호

세 번째는 받을 돈입니다. 미수금과 매출채권은 자산이라 많을수록 좋아 보이지만, 실사는 정반대로 봅니다.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채권이 자산에 섞여 순자산을 부풀리고 있지 않은가’를 따집니다.

두 가지가 특히 걸립니다. 하나는 특수관계자 채권 — 관계사나 대표에게 물건·용역을 주고 받기로 한 미수금인데, 회수 시점도 의지도 불분명한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래된 부실채권 — 1년, 2년 묵은 매출채권이 대손 처리도 안 된 채 장부에 살아 있는 경우입니다. 이건 회수 문제일 뿐 아니라, 팔리지 않았거나 회수가 안 될 거래를 매출로 일찍 잡아 과거 실적을 부풀렸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도 번집니다.

실사역은 이런 채권을 순자산에서 걷어내고 회사 가치를 다시 계산합니다. 장부 순자산 50억 원짜리 회사에서 회수가 불투명한 대표 가지급금 5억과 부실 채권 3억을 덜어내면, 투자자가 보는 출발선은 42억으로 내려갑니다. 영업은 그대로인데 협상 테이블의 숫자만 8억이 빠지는 겁니다.

실사 순자산 조정 워터폴 — 장부 순자산 50억에서 가지급금 5억과 부실채권 3억을 차감해 42억이 된다
같은 회사, 같은 영업 — 실사가 걷어내면 출발선이 8억 내려간다

받을 돈이 많아 보이는 재무상태표가 늘 강한 건 아닙니다. 실사는 ‘받을 수 있는 돈’만 자산으로 인정합니다.


정리에는 순서와 시간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실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실사는 보통 한 달이면 끝나지만, 이 계정들을 정리하는 데는 반년이 걸립니다. 텀시트를 받고 시작하면 늦습니다.

가지급금이 특히 그렇습니다. 하루아침에 0으로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대표가 개인 자금으로 갚는 게 가장 깨끗하지만 현금이 있어야 하고, 급여·상여·배당을 늘려 그 돈으로 상계하는 길은 그 소득에 또 소득세가 붙습니다. 어느 경로든 세금과 현금흐름을 함께 설계해야 하고, 여러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는 게 보통입니다. “실사 들어오기 전에 빨리 없애자”가 통하지 않는 계정입니다.

순서를 잡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지금 잔액이 얼마인지, 매년 인정이자로 새는 세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합니다. 그다음 가지급금은 상환·상계 계획을 세워 가장 먼저 줄이기 시작하고, 가수금은 출처를 정리해 자본전입이나 채권포기 중 유리한 쪽을 택합니다. 부실 미수금·매출채권은 회수할 것과 대손 처리할 것을 가른 뒤, 받을 수 있는 건 실사 전에 받아 두고 못 받을 건 미리 손실로 떨어냅니다.

투자 유치는 회사의 좋은 면을 보여주는 일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사는 정반대 방향에서 들어옵니다 — 가장 약한 고리부터 잡아당깁니다. 그 고리가 거의 항상 대표와 회사 사이를 오간 돈인 만큼, 라운드를 준비하는 CFO의 첫 점검 항목은 매출 성장률이 아니라 대표이사 계정원장이어야 합니다. 텀시트를 받기 전에, 이 세 계정의 잔액과 정리 계획부터 책상에 올려두는 회사가 실사에서 밸류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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